‘평택~서울’ 1시간반 동안 방역장구 없이 무방비 노출
버스 승객·구급대원 등 통해 무차별 감염 확산 배제못해
보건당국 “버스 탄 적 없다” 거짓말 했다 뒤늦게 시인
4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쇼핑로에 텅 빈 번화가를 경찰관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평택/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대 형병원 의사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감염시킨 2차 감염 환자가 1시간30분 동안 경기도 평택에서 서울로 향한 시외버스를 탄 것으로 드러났다. 이 환자는 당시 발열 등 메르스 증상이 보여 추가 3차 감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보건당국이 이 버스에 동승한 승객이 누구인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보건당국의 통제권을 벗어나 병원 밖 감염(지역사회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대책본부)는 4일 “첫번째 환자와 같은 병원에 입원했던 35살 환자(14번째 확진)가 지난달 27~30일 입원했던 대형병원에서 이 환자와 접촉한 의사(38·35번째 확진)가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3차 감염자가 또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3차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전파력을 지닌 이 환자가 아무 방역 보호장구도 없이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30분 동안이나 이동을 했다는 점이다. 이 환자가 20여명의 2차 감염을 일으킨 첫 환자나 4명의 3차 감염자를 발생시킨 환자처럼 전염력이 높다면, 보건당국이 밝힌 메르스 감염 위험 범주인 “2미터 안, 1시간” 안에 버스 승객들이 노출됐다는 얘기다. 불특정한 다수에게서 메르스가 발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환자는 첫번째 환자가 경기 평택 병원에 입원했던 지난달 15~17일 같은 층에 입원해 있었다. 이 환자는 첫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20일 퇴원했으며, 당시에는 보건당국이 역학조사 범위를 첫 환자가 입원했던 병실에 국한해 추적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 이 환자는 25일 고열로 평택의 다른 병원에 사흘 동안 입원했으나 병세가 나아지지 않았고, 해당 병원은 27일 서울 대형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이 때는 이미 메르스 확산으로 방역수준이 주의단계로 격상돼 전국이 비상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병원은 이 환자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갖지 않았으며, 이는 보건당국의 방역 지침이 일선 의료기관까지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 환자는 이날 평택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1시간반 가량 홀로 이동했으며, 도착 뒤엔 호흡곤란으로 119 구급차를 불러 대형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대형병원에서는 이 환자의 상태를 메르스 증상으로 의심하고 질병관리본부에 검사를 의뢰해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35번째 환자로 확진된 이 병원 의사는 이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는 않았으나 응급실에서 밀접 접촉을 했으며, 31일 고열로 자가격리됐다 2일 또다른 대형병원으로 이송된 뒤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환자가 3차 감염을 일으킨 사실로 미뤄 시외버스로 이동하는 중에 만난 사람들과 119 구급대원들에게도 메르스를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시외버스 탑승객과 119 구급대원들이 접촉한 사람들을 특정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병원 밖 감염이 방역당국의 통제를 벗어나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보건당국은 이날 “(이 환자가) 시외버스를 탄 적이 없다. 구급차를 타거나 질병관리본부에서 이동하는 동안 보호했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사실을 인정했다.
한 편 2차 감염자인 40대 남성(16번째 환자)과 같은 대전지역 병원의 같은 병실에 입원했다 지난 3일 밤 숨진 83살 남성이 이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메르스로 인해 숨진 사람은 3명으로 늘었다. 3차 감염자로서는 첫 사망자다. 대책본부는 또 이날 이 환자 이외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5명 추가됐다고 밝혔다. 늘어난 5명 가운데 2명은 3차 감염자다. 또 메르스 격리 대상자는 1667명으로 전날보다 266명 늘었다. 자가격리가 1503명, 병원이나 시설 등 기관 격리 대상이 164명이다. 격리 뒤 일정 기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격리가 해제된 사람은 전날보다 10명이 증가한 62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