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를 아주 오랫동안 눈팅해왔습니다. 그런데 회원가입은 방금했네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참 저는 여자친구가 있으므로 음슴체는 쓰지 않겠습니다.
문득 최근에 오유를 보고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이 많아 한마디 씁니다.
많은 분들이 기자들이 오유를 보고 기사를 쓰는 것에 대해 반감을 표시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기자금지와 같은 댓글을 달기도 하구요.
인터넷 커뮤니티와 같은 곳에 올라온 글을 가지고 기사를 쓰는 것을 보고 "어휴 이 한심한 기자" 내지는 "나도 기자하겠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사실 기자가 공인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는 직업인 만큼 이러한 비판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 기자질 하는 것 아니냐 이거죠.
그런데 속내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기자들의 역할이나 혹은 직무가 매우 다양해졌습니다. 물론 여러분은 기자하면 가령 시사인의 주진우 기자 같은 분 같이 사회 비리를 파헤치는 기자만을 생각하시겠지만요.
그와는 대조적으로 무한도전을 보고 기사를 쓰는 기자를 생각해보세요. 기자 생활 참 편하게 하는 것 같죠.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남들 다 쉬어야 하는 토요일 저녁에 자기 스케줄 제쳐두고 무한도전을 봐야만 하는 기자의 심정을 생각해보셨는지요.
아니면 영국에는 못가고 그 대신 한밤중에 케이블로 프리미어리거를 시청해야 하는 기자는요.
기자마다 자기가 맡은 분야가 있고 주어진 임무가 있습니다. 사실 주간지 기자가 아니라면 주진우 기자처럼 사회부와 정치부 게다가 스포츠까지 넘나들면서 취재를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죠. 보통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 한정돼서 취재를 합니다. 걔중에는 인터넷 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신의 영역으로 가진 기자도 있습니다.
혹자는 그런 무쓸모한 기사를 안쓰면 되지 않겠냐고 하실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기자나 언론매체는 기본적으로 독자들이 무관심한 기사는 쓰지 않습니다. 바꿔 말하면 그런 기사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그 기사의 독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죠.
오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언제나 마감에 쫒기는 기자들은 정보가 가장 효율적으로 모이는 곳을 근거로 취재를 다닙니다. 가령 사회부는 경찰서에, 정치부는 국회로, 산업부는 기업으로, 스포츠부는 협회를 거점으로 취재를 다니죠.
인터넷 사용자들의 관심사나 정보가 가장 효과적이고 집중적으로 모이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커뮤니티입니다. 과거에는 디씨인사이드의 힛갤이었고 지금은 아마 오유의 베오베 정도가 되겠네요. 요즘은 SNS도 좋은 취재원이자 정보원이 되죠.
이제 막 기자가 된 수습부터 10년 이상된 베테랑 기자들조차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내일 뭐 쓰지?" 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언론사나 기자들이 무조건 잘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발로 쓰는 기사가 좋은 기사인 것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풍조 이면에는 아주 아주 영세한 우리나라 언론 매체 환경이 큰 작용을 합니다.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알만한 언론사를 제외한 중소언론들은 기자 수가 생각 이상으로 적습니다.
게다가 과거 신문 매체가 주류를 이루던 90년대와 달리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적은 자본으로 언론사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덕분에 매체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죠.
초창기에는 이러한 온라인 매체도 많은 재미를 봤습니다. 때문에 갈수록 매체는 많아지고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기사는 넘쳐나고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습니다. 결국 적은 수의 기자로 일정 이상의 트래픽을 올려서 광고 영업을 해야 하다 보니 컴퓨터 앞에 앉아서 오유를 보면서 기사를 쓰게 되는 것입니다. 별로 긍정적인 모습은 아니죠.
물론 오유를 보고 기사를 쓰는 것은 주요 언론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앞서 제가 말한 이유에서죠. 저는 누리꾼이나 네티즌이라는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터넷 사용자가 특정 부류로 분류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보기 때문이죠. 주요 언론들에게도 인터넷에서 사람들의 이슈나 주요 관심사는 높은 뉴스가치를 가진 것으로 봅니다. 생각해보면 너무 당연하지 않나요?
이밖에도 인터넷 시대 중소 온라인 매체들의 역할과 한계 그리고 반성해야할 점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매우 많습니다만...글이 길어지니까 다 생략하고...
어쨌든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오유를 보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을 너무 나무라지 말아달라는 것입니다. 좋든 싫든 여러분들은 그런 기사를 좋아해주셨고 말이죠.
매일 오유 보면서 한달에 한번 정도는 기사도 쓰는 한 기자가 올립니다.
PS. 각 기사에 달린 댓글 보면 기자들도 상처받습니다. 댓글에 대한 반박도 하고 싶어해요. 물론 그건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서 실제로 하지는 않죠 ㅋㅋㅋ
PS.2 아 기자라 그랬는데 오타 있는거 아냐? 부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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