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에 막 공부 마치고 이제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하나 고민중에 뜻밖의 일자리가 생김 울 이모부가 중동지역에서만 근무 20년 하셨는데 갑자기 저한테 관심있으면 일자리가 있다고 말해주심 사우디 건설업체인데, 여기는 사장님 빼면 한국분들 거의 없음 (다들 인도, 파키스탄 등 인건비가 비교적 싼 직원들이 대부분). 어찌됐건 사장님은 신뢰할만한, 그리고 젊어서 좀 부려먹을 수 있는 영어 능통한 한국직원을 비서?용으로 채용하시나봄, 간단히 전화로 15분짜리 면접보고 일주일내로 비자랑 뱅기티켓받고 와버렸음. 참고로 본인은 미국에서 10년간 초딩~고딩시절을 보내서 영어가 우리말만큼 편함. 언어장벽은 없음 무슬림들의 문화도 종교도 너무나도 달라서 아무리 내 나이또래라해도 마음과 생각이 통하는 친구는 찾을리가 없음. 이들은 나를 사장님의 스파이로 여기며 지들끼리 더더욱 똘똘 뭉치기에 서로 업무적인 얘기 외에는 잘 말도 안함 (물론 그런 인식때문에 나를 함부로 터치하는 사람들도 없었음. 개이득)
이제부터 본론
구매부서에서 지금 근무중인데, 작년 8월에 새로운 인도 매니저가 들어옴. 말빨 하나는 죽이지만 정말 하는 꼴 보면 가관임, 온지 3일만에 지금 부서직원들 다 쓰레기니깐 빨리 짜르고 새로 뽑아달라고 막말 시전함. 융통성 없어서 부서 내 직원들은 물론, 본사 전체에서 밉상으로 찍히고 다들 말도걸기 싫어하는 캐릭터. 한번은 다른부서 매니저랑 메일 주고받다가 의견마찰로 인한 현피를 목격할 뻔. 반년의 근무기간동안 휴가간 일수는 85일. 그렇다고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능력있게 해결하면 인정해주는데 오히려 불난집에 부채질하면서 일을 더더욱 크게 만들고 시간만 왕창 뺏어감. 미팅을 하루에 한번꼴로 하는데, 한번 하면 기본 30분~1시간 자기가 전 회사에서 어떤 공을 세웠느니 자기자랑만 왕창 늘어놓고 결론은 "니네가 문제없도록 알아서 해결해라"임.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도, 현장사람들은 숨넘어가기 직전이여도 얄짤없이 칼퇴. 어느순간부터 나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미팅을 피하고 일이 중요하고 급할수록 나 혼자서 사장님께 바로 가서 해결해나가는 버릇이 생김 (상대하기 귀찮으니). 이런 모습을 보며 다른 직원들도 접근하기 힘든 사장님 방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나한테 종종 부탁을 하곤 했음 (사장님은 정말 꼼꼼하고 사소한 일로 찾아뵈도 다 받아주시는 부처님같은 분이심).
지금 보면 이런 독단적인 행동을 하는, 그리고 큰 구매액일수록 자기를 건너띄고 사장님께 바로 결재를 받아서 통보식으로 서류를 가져오는 내가 정말 밉상이였을거라는거 이해함. 더군다나 회사에서 내가 사장님의 먼 친척이라는 소문도 도는 중이니 얼마나 속터졌을까.
나랑 지내본지 약 한달, 갑자기 불러서 씩 웃으며 넌 도대체 여기서 뭘 담당하냐고 시비아닌 시비를 검. 그때당시만 해도 매일매일 현장에 바로 당일에 투입되어야 하는 자재가 많아서 이 무더위에서 현장노동자만큼 땀이 많이 날 정도로 뛰어다니며 일처리를 했다는 건 회사에서 누구나도 아는 사실... 하지만 어떤 특정 현장을 담당하진 않고 있었음. 이 얘기를 듣더니 너 잘걸렸다라는식으로 정말 손이 많이 가는 회사 기숙사 및 식당 섹션을 줌 (타자가 빠르다는 이유로 최근에 그만둔 사무보조 직원이 하던 일은 덤으로). 매일매일 직원들이 먹을 밥을 신경쓴다는건 정말 간단하면서도 시간이 엄청 뺏기는 일...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웃는 얼굴로 너밖에 의지할 곳이 없다는데 또 거기다 계속 뭐라하기도... 결국 받아들임.
그 이후로도 계속 누가 휴가가면 그 사람 몫은 자연스레 나한테 넘기며 (그럴때마다 못하겠다고 말하고 나오고, 그러면 통보식으로 나한테 그 일을 넘겨줬음. 결국 나도 될대로 되라 하며 삐뚤어짐), 슈퍼맨의 할아버지가 와도 혼자서 감당못할 업무량이 들어오는 내 책상은 결국 밀린 일로 산더미 수준이 되어가는데... 당연 자기 물품 못받은 현장에선 강력하게 매니저에게 항의하기 마련. 자기는 책임회피하며 분명히 나한테 급하다고 줬는데 안한다는 등, 한국인이라 통제가 안된다는 등... 그 화살이 다 나한테 돌아오며 "저 한국놈이 사장님 빽만 믿고 일도 안한다"라는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 정말 매일같이 사무실에 혼자 남아서 (얘네는 계약직이라 야근수당 안나오면 절대로 안함), 자재 급한만큼 내가 직접 시장 돌아다니며 구매하며, 점심 먹을 틈도 없을 정도로 일을 해도 시간이 없는데... 이때 나도 인내의 한계를 느낌.
어느날 와서 나한테 3일후 본사 주간미팅때 지가 발표할 자료회의를 준비해놓으라는거. 내용을 요약하자만 자기가 들어온 이후 무슨 성과를 냈는지,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등... 한마디로 자기자랑. 방해 안하면 다행인 놈 잘한 점 찾는건 얼마나 힘든 일일지 순간적으로 상상해봄. 매우 정중하게 X까라고 나 바쁘다고 하고 그날도 자재 구입하러 밖으로... 와보니 오전에 말한 미팅준비할 서류가 내 컴퓨터 위에 놓여져있었음. 들고 매니저실에다 던지듯 돌려주고 나오는데 뭐하는짓이냐고 언성을 높임. 그래서 내가 다른 직원들 시선을 끌도록 미친놈마냥 아아악! 소리지른 후:
"나 정말 바쁜데 내 말이 말같지 않냐? 지금 너때문에 나 이렇게 땀 뻘뻘흘리며 일하면서 X같은 소리 여기저기서 듣는다. 내가 지금 남들의 3, 4배는 하는데 매니저로서 일분배도 똑바로 안하고 책임도 다 나한테 돌리는거 더이상 받아 줄 생각 없다. 넌 입사 이후로 휴가만 쳐 다녔지 제대로 신경써본적은 있음? 대체 나한테만 다 넘기는 이유나 듣자"
이놈이 당황해서 다른 직원들도 똑같이 바쁘고 다같이 고생한다! 그중 자기가 제일 바빠서 아주 쓰러지기 직전이다! 피해의식에 쌓여서 뭔소리 하는지 모르겠다 등... 그래서 여기서 결정타:
"다같이 바쁜데... 왜 당신은 퇴근시간 이후 한번도 보질 못했지? 난 매일 1-2시간씩 남았는데... 일과시간 이후 그렇게 전화해도 핸드폰 꺼버리더만"
그리고 휙 하고 돌아선 후 내 책상에 있던 밀린 일들 (농담아니라 500장이 넘었음) 들고 매니저 책상에 올려놓은 후 이게 다 밀리고 급한 일들인데, 갑자기 몸이 너무 안좋아서 조퇴하겠다. 그리고 참고로 내일과 내일 모래도 아플 예정이다. 굿럭! 하고 숙소로 퇴근해버림.
결국 그 500장의 종이들은 내 책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날 이후로 나한테 일 함부로 못시킴. 나중에 사장님 귀에도 이 사건이 들어갔는지 날 부르시더니 새로온 매니저 어떻냐고 갑자기 물어봄... 필터링 없이 회사의 암 같은 존재라고 말씀드림. 그놈 1달 후 짤림.
마무리는...
본인은 아직까지도 외롭게 꾸역꾸역 회사 다님. 다음달 또 새로운 매니저 들어온다는데 벌써부터 걱정됨. 여러분 행복한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