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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best_43580
    작성자 : 공구리0
    추천 : 107
    조회수 : 2934
    IP : 211.200.***.225
    댓글 : 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4/06/08 06:50:04
    원글작성시간 : 2004/06/07 21:00:45
    http://todayhumor.com/?humorbest_43580 모바일
    아버지
    우리 아버지는 무섭고 무뚝뚝한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셨다.
    그래도 가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내가 초딩때 아버지가 아끼시는 전축이 집에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나보다 나이 많은 것으로 추정되는 전축이었다.
    아버지가 음악을 좋아하셔서 전축을 상당히 아끼셨다.
    어느날 집에 혼자있던 나는 갑자기 전축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졌다.
    그맘때 아이들이 그렇듯이 드라이버를 들고 뜯어보았다.
    별거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원상복귀가 되질 않았다. 이리저리 해보다가 포기했다.
    잠시후 어머니가 들어오셨고 난리가 난 걸로 보아 난 비싼게 분명하단 확신이 들었다.
    어머니는 아버지 들어오시면 일러서 혼나게 할 거라며 펄펄 뛰셨다.
    난 어머니께는 아들보다 전축이 중요하냐며 당당하게 따지고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아버지는 걱정이 되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다.
    저녁이 되어 아버지가 들어오셨고 어머니는 바로 아버지한테 일렀다. - 치사하게 저녁이나 먹고 이르지...
    아버지는 버럭 소리를 지르시고 나를 방으로 끌고 가셨다. 어머니는 고소하단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약간 소란스럽게 한 후 전축을 새로 사야하니까 골라보라고 하셨다.
    그렇다 아버지는 뽐뿌의 유혹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나 어머니 때문에 못 질르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 와중에 아들이 고맙게도 일을 저질러 줬으니 얼마나 이뻤을까.
    아버지와 난 그 다음날부터 전축을 고르러 다녔고 당시(83년)로는 상당히 비싼 300만원이 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었다.

    아버지한테 그 전축을 사면서 나중에 내 아들이 부시면 새로 살거라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전축을 부실 나의 아들을 못본채 돌아가시고 말았다.

    우리 아버지는 부잣집 막내아들이셨다.
    큰아버지중 한분이 일제시대에는 선생님이었는데 일본학생을 패고 만주로 도망가 독립군 활동을 하다가 -아버지의 증언으로는 마적인데 당시 돈있는게 일본사람들 밖에 없어서 와전된 것이 분명하다고 하셨다. - 해방후 들어오셔서 육사에 들어가 장교가 되어 6.25때 전사하셨다.
    할아버지 입장에서 전쟁에 아들을 잃고 막내아들을 군대에 보내고 싶겠는가?
    돈많은 집이니까 아버지를 면제를 시켜줬다고 한다.
    당시 아버지는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는데 할아버지 한테 등록금 받아다 친구들과 술먹고 공군으로 자원입대하셨다. - 공군,해군 등 지원군은 지원하면 신검을 다시 받음.
    집에서는 학교다닌다고 서울에 간 놈이 명절이 다되도 연락이 없어서 고모가 서울에 찾으러 학교에 갔다가 친구들이 군대갔다고 해서 집이 뒤집어 졌었다고 한다.
    나도 대학교 2학년에 군대가는 것을 심각히 고민하다가 공군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나는 아버지와 대학과 전공이 같다. 정확히 33년 후배이다.  또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도 아버지가 다니셨던 회사이다.  그래서 아버지와 유대감을 좀더 강화하기 위해 공군을 지원했다.
    문제는 가기 전날까지 집에 얘기를 안했다는 거다.
    물론 그때 군대 간다고 친구들과 송별식이 너무 많아 안들어 가거나 새벽에 들어가느라 얘기할 시간이 없었고 어쩌다 보니 전날까지 얘기를 못했다.
    입대 전날 저녁을 먹는데 아버지가 무슨 느낌이 있었는지 너 군대 안가냐? 고 물어보셨다.
    밥을 입에 물고 씹으면서 너무도 태연하게 "가요, 내일."
    순간 우리 어머니 울고 불고 난리나셨다. 아버지께 당신 닮아서 애가 이모양이라며 아버지한테 따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아버지는 저녁을 다먹고 갈 준비는 다했냐고 물어보시고는 들어가서 주무셨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보니 아버지가 새벽부터 집앞에서 세차를 하고 계셨다.
    아버지가 태워주시려나 보다 하고 흐믓해하며 짐을 들고 집을 나섰다.
    아버지께 가서 "아버지 저 지금 가요."
    하니 아버지는 "그래 잘 갔다와라" 하시고는 계속 차를 닦고 계신거다.
    내가 머쓱해서 서있으니까 힐끔 보시더니 "안가냐?"하셨다
    그래서 버스타고 갔다.

    더 황당한 것은 군대가서 집에 편지를 썼더니 답장이 안왔다.
    그러려니 하고 훈련소 생활을 하고 6주 훈련을 마친뒤 휴가를 받았다.-옛날에는 공군은 훈련소 마치고 2박3일 휴가를 줬습니다.
    서울와서 친구만나고 밤에 집에 가니 집이 이사를 간것이다.
    어떻게 아들한테 얘기도 안하고 이사를 가냐?
    친구집에서 자고 다음날 아버지 회사로 찾아가 집을 찾아갔다.
    그래도 내방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2달되었습니다.
    갑자기 아버지가 생각나서 두서없이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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