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045266 <원본 기사 출처>
전직 대통령 3명 사저 가 보니…전두환 '삼엄', 김영삼·노태우 '다소 여유"
주민들은 '불편'·'위화감'·'비호감'…"아이들 보기에 안 좋아"
▶1-3-2 날짜, 기자
2012-01-31 11:00 CBS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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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피해자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던 방송사 기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경찰에 연행되면서 전직 대통령 사저 경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은 정해진 법에 따라 전직 대통령들을 경호하는 것이라며 '왜 우리만 갖고 그래'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상황.
하지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거액의 추징금을 내지 않고 버티는 전직 대통령의 사저를 지키는 경찰로 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급기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 전 대통령 사저 경호동 폐쇄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하는 등 진화에 나서 조만간 전직 대통령 경호·경비 체계가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연희입체교차로에서 서대문구청 방향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쭉 들어갔는데 전경들의 의심스런 눈길이 느껴진다 싶으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가 근처에 있다는 뜻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 사저는 1990년대 중반까지 열혈 대학생들의 표적이 되었던 곳이지만 당시 대학생들의 기습시위는 연희입체교차로를 넘지 못했다.
그로부터 15년 이상 시간이 지나 2012년이 됐지만 전 전 대통령 집은 여전히 경찰이 지켜주고 있었다.
얼마 전 취재 중이던 기자와 전경 사이에 물리적 마찰이 발생한 뒤여서인지 연희동 고급 주택들 사이에 위치한 전 전 대통령 사저 인근의 경비는 삼엄했다.
약 200m 길이의 사저 바로 앞 골목 양쪽에는 경찰청 마크와 '서울지방경찰청'이라는 글자가 선명히 새겨진 경비 초소 2곳이 자리해 있었고, 경찰관 2명이 탄 연희파출소 소속 순찰차 한 대가 연신 골목을 오갔다.
사저 앞을 지나가려 하자, 전경 한 명이 "어디로 가냐"고 물은 뒤 취재진의 보폭에 맞춰 뒤를 밟으며 민망한 듯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려 하자 서둘러 제지했고, 채증용 카메라를 든 전경까지 포함해 사저 앞 골목을 지날 때까지 총 4명의 전경이 따라 붙었다. 육안으로 보이는 폐쇄회로 TV(CCTV)만 모두 5개가 설치돼 있었다.
30년이 넘는 세월을 연희동에서 보낸 주민 이모(64) 씨는 "데모하고 최루탄 쏘던 때와는 달리 요즘은 조용하다"며 "하지만 신정이나 설 때는 20여 명이 관광버스를 타고 전 전 대통령 집을 찾는데 아마도 신년하례를 드리는 모양이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씨는 또 "전 전 대통령 차가 최근 벤츠에서 에쿠우스로 바뀐 듯 에쿠우스를 타고 가는 걸 본 적이 있다. 어디 갈 때면 두세 대의 차가 보좌하더라"며 "정책보좌관까지 있다던데 참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는 전 전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죄 없는 애들(전경)만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퇴임한 지 20년이 넘도록 제왕적으로 군림하고 있는데 주민들 재산권 차원에서 빨리 경남 합천 고향으로 내려갔으면 좋겠다"면서 "대한민국은 참 돈이 많은 것 같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추가했다.
또 다른 주민 오모(60) 씨는 "경호 기간이 끝나지 않았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 국민 세금으로 해주는 건데, 나라에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을 너무 잘 대우해 주는 것 같다"고 푸념인지 쓴소리인지 모를 얘기를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임 대통령을 지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저도 근처에 있다. 하지만 경호 강도는 사뭇 달랐다.
취재진이 확인한 초소는 4곳으로 사저 앞 골목에 전경 3명, 뒷골목에 전경 2명이 보초를 서고 있었다.
이곳을 지키는 전경들도 "어떤 일로 왔냐",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며 연신 무전을 주고 받는 등 부산을 떨었지만 전 전 대통령 사저 앞과는 달리 보폭을 맞춰 따라 걷거나 사진 채증을 하지는 않았다.
노 전 대통령 사저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이곳에 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지 않는 듯했다.
중학생 강모(15) 양은 "자랑스러운 분도 아닌데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왜 굳이 경호를 하는지 모르겠다. 별로 기분이 좋지 않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사는 상도동은 어떨까? 동작구 상도동 노량진 근린공원 아래에 위치한 김 전 대통령 사저 부근 풍경도 연희동과 다르지 않았다.
경찰이 소속을 물었고, 골목 양쪽과 인근 너댓 명의 전경들이 사진 촬영을 제지하기는 했지만 경비가 삼엄하지는 않았다.
사저에서 얼마 내려오지 않아 위치한 초등학교와 놀이터 인근에 전경버스 한 대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10여 명의 아이들이 방과 후 하교하는 길목에 전경이 보초를 서고 있는 광경에 동네 주민들은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주민 우모(49) 씨는 "정치 업적을 잘 남긴 대통령이라도 주변에 있으면 평범한 동네아저씨로 생각되지 않는데 경제를 제대로 모르면서 나라를 운영하고 측근 비리도 많았던 분"이라며 "기한도 없이 경호하는 건 맞지도 않고 아이들 보기에도 좋지 않다"고 마땅치 않아 했다.
민주당 김재윤 의원이 지난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 사저 경호 비용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연평균 8억 5,193만 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연평균 7억 1,710억 원이다. 특히 전두환 전 대통령 경호에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34억 원이 들었다. 이런식으로 계산하면 지난 25년 동안 그에게 들어간 혈세는 150억 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은 1,600억 원이 넘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놔..... 문득 이상호 기자처럼 되어야 한다는 마음이 많이 드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