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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434946
    작성자 : ChicagoTree
    추천 : 5/7
    조회수 : 493
    IP : 165.194.***.116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3/09/02 17:33:20
    http://todayhumor.com/?sisa_434946 모바일
    오유님들에게..한 노빠가.
     
    안녕하세요. 2000년대 초반 이메일로 오던 오유를 처음 접하고 쭈욱 오유만 하는 서른 셋 아저씨입니다. 지금은 서울의 한 공대에서 교수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네요. 12년차 노빠이기도 하구요. ^^
     
    1년에 두어번 봉하마을 다녀오는데 지난 주말에 갔을 때는 한 가족이 당신의 묘비에 기대서서 떠들며 단체사진을 찍더라구요. 나서서 만류하려다 순간 당신이란 분의 성품이 떠올라 그냥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올라오는데 참 생각이 많아지더군요. 그래서 그냥 여기 오유에는 그 분 추억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주저리 주저리 글을 써봅니다.
     
    2002년 대선의 감동 후 그 분 생각하면 울기밖에 한 적이 없는 것 같네요. 처음 소식을 접하던 날은 학교 휴게소였는데 불끄고 문잠그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울다가 지친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었더랬죠. ㅠㅠ 그래도 그 분 덕에 조금은 나아졌을 거라 스스로 위안하며 살아가는데...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그 분의 그 고생스런 고집과 열정이 바꿔놓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참담한 마음을 가지게 합니다.
     
    그런데..그렇기는 한데,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그 분의 뜻을 잇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대체 무엇인가 고민도 되지요. 특히 젊은 학생들은 더 열정적으로 이와 같은 고민 하실거라 생각되네요. 노무현 같은 분도 바꾸지 못한 세상이니 그냥 조용히 저 권력을 가진 사람들 시키는대로 살면 되는 것일까요? 마음은 아니라고 하지요. 모두 일어서서 저들을 내쫓아 보자고. 그래서 세상 바꿔보자고 하고 싶지요. 그 마음을 가진 젊은이들의 열망이 지금 촛불로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 같네요.
     
    88 올림픽 즈음은 대통령제 직선개헌 문제로 지금보다 훨씬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대단했었지요. 물론 그 땐 저도 어려서 잘 모르지만 조금 더 커서 책으로 많은 것을 접했지요. 그 때 그 커다란 국민적 열기가 무엇때문에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을까요? 어이 없게도 당시 민주화의 상징이었던 김영삼이라는 개인의 '삼당합당'이라는 파렴치한 선택으로 인해 국민적 열기든 무엇이든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죠. 그 국민적 열기는 이제 천인공노할 지역감정이라는 돌연변이로 변해가게 되죠. 그 때 많은 분들이 세상사에 관심을 놓아버리고 지치고 했었죠. 전 당시 제 삼촌을 통해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그 때 당시의 정치사에 대한 제 가당치도 않은 평가가 아니라, 이렇듯 역사의 흐름은 우리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저들 위정자들은, 그릇된 기반에서 획득했지만 어쨌든 현재는 합법적인 권력을 가진 저들은, 그러한 역사의 흐름을 바꿀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우리 힘없는 지식인들은 세상을 쉽게 포기하게 되지요. 너무 커다란 벽을 느끼게 되니까.
     
    사실 지금 촛불운동 하고 이런것 다 좋습니다. 자기 마음이 시키는 일이라면요. 하지만 지금 현재 이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는 여러분들이 원하는 정도와는 너무나도 멉니다. 인정하셔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 (촛불운동 반대는 아닙니다. 자기 뜻 펼치는 것도 중요하죠) 더 중요한건 더 많은 책을 읽고 많이 대화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더 많이 공부하세요. 그리고 자기 일에서도 성공하세요. 그리고 사회에서 떳떳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는 구성원이 되셔서 다시 한번 노대통령의 뜻을 세상에 풀어놓으세요. 그렇게 우리 작은 존재들이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내게 되면 언젠가 다시 419와 같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사회 구성원들의 염원이 하늘에 닿는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않을까요? 지금은 덜 익은 나무에서 열매 떨어지라고 나무를 흔드는 서너마리 토끼와 같은 느낌밖에 안됩니다.
     
    그 분이 아마 민주당 대선주자 승락 연설에서였던가요. 우리는 조선개국 이래로 한번도 그릇된 권력에 맞서서 이기지 못했다고 했었죠. 거꾸로 말하면 조급할 것 없어요. 어차피 600년 아니 어쩌면 더 오랫동안 이긴 적 없습니다. 노대통령이라고 이겼습니까? 조광조라고 이겼습니까, 김구 선생이라고 이겼습니까?
     
    오유에 계시는 많은 학생 여러분, 많이 공부하시고 책도 많이 읽으세요. 그리고 큰 사람이 되셔서 그 때 까지도 우리 저 바보같은 노무현의 뜻 기억해주세요. 그리고 주위에도 진정성있게 알려주시구요. 그 때 다시 우리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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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9/02 17:36:00  58.140.***.91  좌절한팬더  178885
    [2] 2013/09/02 17:39:56  175.197.***.240  kafka  406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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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3/09/02 17:42:53  119.198.***.158  아비  1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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