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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34291
    작성자 : 곰이단옆차기
    추천 : 4
    조회수 : 892
    IP : 211.37.***.184
    댓글 : 1개
    등록시간 : 2015/03/22 11:09:48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34291 모바일
    난생 처음 번호따인 이야기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위해 평어를 쓰겠습니다 
    모든 일은 저번주의 실화였으나 조금 미화되었습니다.
    폰으로 작성해서 오타가 조금 있습니다.

      
    나는 언제나 같은길을 따라 학교를 간다. 학교에서 일과라 해야 수업 두어시간을 빼면 연구실에 박혀있기에 스타일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학교를 다닌지 1년이 되어간다.

     머리는 감았다고 자랑하는듯 물기로 촉촉거리고(자연건조 중) 청바진 무릎이 늘어나있다. 흔한 청바지+체크셔츠+백팩의 조합으로 상큼하다기보단 시큼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나이가먹도록 연애한번 못해보고 휴대폰에 여자번호는 손에꼽힌거라 생각한다.  

    날이 좋은 금요일 점심. 주말 결혼식을 가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십만원이 넘는 옷들을 사고 쭉 골라 입었다. 학생은 뭘 입어도 이쁘다며 입에침을 철철바르며 골라주는 점원에게 아닌데요 라며 정색 하고 고른결과 양말만 빼고 전부 갈아입은 모습에 스스로 흡족했다. 이러다가 결혼식에 참석한 여성과 눈이 맞는게 아니냐며 없는 김치국을 마셔댔다. 

     잘 차려입고 학교로 갔다. 날이 좋아 커피한잔 테이크아웃했다. 오늘은 수업도 휴강이라 기분이 좋았다.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학교북문을 향해 걸어가는데

     뒤에서 "저기요." 라는 소리가 들렸다.  날 부른걸까? 아니다. 평생 지나가는 사람이 저기요 라고 부른적은 바지지퍼가 내려가 있거나, 무언가를 두고 온적 외에는 없었다. 그리고 젊은 여자 목소리로 날 부른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당연하게 내가 아니리라 생각하고 가는데 다시한번 "저기요" 라는 나를 찾는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아볼까 했지만 얼굴팔릴듯해 참았다. 잠시 멈춰선것도 민망해서 빠른걸음으로 가려는데,

     누군가가 나의 가방을 잡았다.  무슨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보니 어느 여자가 내 가방을 잡고 있었다  학교 근처에는 신천지 가 많기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예의 주시했다. 

    " 혹시 지금 시간 있으세요?"  일반적으로 설문조사좀 해주세요, 하며 개인정보를 빼내는 신천지의 전략을 알기에 설문조사의 설자도 듣기 전에 네 라고 단호박을 먹었다.

     "왜요? 무슨일 있어요?" 사실 안바쁘다. 거짓말을 해서 그런지 조금 찔렸다. 
    그 여자의 얼굴에서 햇빛 때문인지 매우 빛이 났다. 제갈량이 여자라면 저런모습일까? 매혹적인 얼굴에 수 많은 계략을 숨기고 있는 것 처럼, 마치 독이든 사과와 같은 미모었다. 옷도못입고 마네킹따라 입는 나완달리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했다. 보라색 조끼만 빼고. 거짓말을 잘 못해 당황한 나는 교수님을 만나야한다고 했다. 
    초등학교때 무서운 형이 이리와봐! 했을때 선생님을 만나야 한다고 한 것 같은 저급한 변명이였다. 

     "지금이요? 늦은 것 아니라면 잠시만 안될까요?" 나는 저 질문에 늦었다고 답하면 안되었다. 논리성 없이 너가 싫다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고 지금 생각한다. 내 의도를 뻔히 아는 듯한 미소에 살짝 넋을 잃을뻔 했다. 정말 이뻤다. 하지만 그렇기에 나에게 더더욱 접근할리 없다고 생각했다. 외모만 두고 따지면 수준고하의 차이가 아닌 계급의 차이 정도니까.

     "정말이요?" 안된다는데 정말이냐 묻는건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걸까? 막상 내가 오늘 입은 옷과 미리해본 미용실 드라이가 생각났다. 정말 나에게 관심있는게 아닐까? 신천지라는 경계심은 누그러졌고 계략이 가득한 얼굴은 나에게 관심이 가득한 얼굴로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같이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좋을정도로, 나는 여자와의 교류가 없었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싶은건지 들어주기로 했다.

     "그래도 늦은셨다니까... 저녁에는 어때요?" 아직 데이트도 안했는데 에프터라니! 혼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시간이 나면요 라는 터무니 없는 말을 밷었다. 바쁜남자임을 강조하고 싶었다. 사실은 안바쁘다.

     "그럼 전화번호좀 찍어주세요..." 공손히 내미는 두손에 심장이 얻어맞은듯 쿵쾅거렸다. 휴대폰을 받으며 살짝 닿은 손끝의 촉감이 부드러웠다. 밀어서 잠금해제한 뒤에 나의 번호를 밀어넣었다. 010-012 ...  

    " 그럼 저녁에 연락할게요" 난 뒤돌아 보지 않고 다시 걸었다. 입력한 번호는 옛날에 쓰던 번호 어차피 나와 수준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 마음을 비우고 적었다. 전화한다 하면 미안하지만 다른 사람이 받겠지. 심장은 마구 뛰었는데 왜 내가 진짜번호를 안줬을까. 그래 저 여자가 신천지일 수도 있어 라고 자기위안을 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 3명 뿐이라는 인연이었을 수도 있단 생각에 다시 뒤를 돌았다. 그렇지만 도저히 부를 용기가 없었다  . 저기요라는 말은 입안에서만 메아리쳤다. 다시 못 만난다니 매우 아쉬웠다. 뒷 모습이라도 기억하고자 열심히 쳐다봤다. 

     염색한 장발은 햇빛에 빛이났고, 아담한 체형과 스타일은 취향저격이었다.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대로 횡단보도를 건넜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이상한 보라색 조끼. 뒤돌아 보며 본 조끼에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LTE,U+ 라고 적혀있었다. 그럼 그렇지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물론 어제 결혼식장에서도 나에게 말거는 사람은 없었다. 

     패션보다 중요한건 얼굴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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