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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날짜: 2004년 6월 5일(토)
▲모니터 대상: 조선일보와 경향신문 한겨레 연합뉴스 등 비교모니터
◇ 럼스펠드 한국 언론에 불만 관련 기사
지난 5월 20일 조선일보는 1면 톱으로 주한미군이 2급 기지로 낮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어서 3면에서는 이에 대한 매우 상세한 해설기사를 따로 쓰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주한미군의 위상이 달라짐을 뜻하는 이 기사의 출처와 취재원이 미국측이 아니라 한국 정부 그것도 익명의 관계자로만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오늘자 한겨레신문에 의하면 부시 외교의 강경 노선을 대표하며, 북한에 대해 누구보다 적대적인 럼스펠드 국방 장관이 국제회의 석상에서 만난 한국 대표를 ‘할 말 있다’고 불러 세워서 언론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한다. 왜 자기도 모르는 말들이 보도되느냐며 이런 것들이 한미관계를 해친다고 했다고 한다. 익명의 취재원에게 한 말이 아니라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가 기자들에게 브리핑 한 내용이다.
이쯤해서 조선일보가 뭐라고 했는지 살펴보자. 낯간지러워서 안 쓸 줄 알았는데 조선일보는 역시 강적이다. 5일자 2면에서 조선일보는 럼스펠드가 불만을 표시했다고 보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매우 ‘조선일보스럽게’말이다.
<조선>은 럼스펠드가 누구에게 불만을 표했는지는 의도적으로 쓰지 않고 있다. 즉 간접 목적어를 생략 한 체, 한국 내에서 미군기지 중요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고만 말하고 있다. 마치 선생님이 저를 나무라는데 옆에 친구 처다 보며 “누구보고 그래?” 라고 묻는 뻔뻔한 짓을 하고 있는 꼴이다.
옛말에 ‘어’ 다르고 ‘아’다르다고 했다. 그 만큼 우리말은 사소한 어미의 차이에서도 말의 뉘앙스가 달라지고 뜻도 달라진다. 한겨레에 따르면 럼스펠드는 2급지니 1.5급지 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 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조선일보는 럼스펠드가 ‘생각해 보지 않았’고, 결정된 것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생각해 보지는 않았”으나 그런 논의가 있고, “결정은 안됐”으나 역시 그렇게 될 수도 있다는 투다. 생각해 보지 않은 것과 모르는 것은 다르다. 싱가포르에 가 있는 조선일보 유용원 기자는 그게 같은 말이고 , 같은 뜻이라고 여기는가? 아니면 알면서도 검은 것도 희다고 우기는 것인가?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다. 기자는! 제발 국어 공부 좀 다시 해래! 세종대왕이 격노하시겠다, 하늘에서!
◇ 서해 무력 충돌 방지책 합의
지난 6월3일자 조선일보는 남북 장성급 회담이 별다른 성과 없이 지리한 협상만을 계속하자 현지 르뽀라는 형식으로 꽃게 잡이 선원들의 민심을 전한다면서 “중국 배들이나 쫓아내!”라는 짜증스러운 불만을 제목으로 인용했다. 한참 꽃게 잡이 철이지만 어획량도 줄고 그나마 중국 어선들이 불법조업으로 싹쓸이 해 간다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시의적절해 보이지만, 그러나 이 르뽀는 우리 어선들이 중국배의 싹슬이를 보고 있어야만 하는 근본 원인이 바로 NLL을 경계로 이뤄지는 우발적인 충돌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기사라고 할 수 없다. 그러면서 선원들의 입을 빌어 남북 장성급 회담의 의제가 잘못된 것인 양 호도하고 비아냥대고 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남북 장성들은 밤샘 회담을 통해 서로 밀고 당기고 때로는 양보하면서 6.15 선언 이후 최대의 성과로 꼽힐 만한 4개항 합의를 도출했다.
한겨레는 이번 합의가 군사적 신뢰의 첫발이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바로 서해상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제거함으로써 남북 꽃게 잡이 어선들이 마음 놓고 조업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를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됐음을 빠뜨리지 않고 지적 하고 있다.
반면 조선일보는 막상 합의 결과가 나오자 자신들이 르뽀까지 써가며 중국 어선들의 불법 어로가 문제라고 해 놓고, 이를 남북 양측이 상호 협력해 중국어선을 단속하기로 한 점은 제대로 지적하지 않고 있다. “중국 어선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서해상 긴장은 완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남북이 공감대를 이뤘다”고만 간단히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대신에 “남북 군사 긴장 완화 접근법이 다르다”는 둥, 북이 남 선전물이 체제를 위협한다고 보고 대형 정관판 방송을 당해낼 수 없어 회담에 적극적이었다는 식으로 지엽적인 문제를 크게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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