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숙열 '이근안씨 그 자리에서 내려오십시요'





웹진 '문화미래 이프'의 공동대표 유숙열 기자가 목사이자 전직 고문기술자였던 이근안씨에 관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유 대표는 '내게 팬티를 사준 남자, 이근안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17일 웹진 '문화미래 이프'에 특별기고했다.


유 대표는 1980년 7월 17일, 2년차 기자로 활동하고 있던 중 남영동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기술자 이근안씨에게 고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 글에서 유 대표는 고문기술자 이 씨가 목사가 됐다는 사실에 대해 "당신이 목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내가 느낀 황당함이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습니다. 30여년전 나는 나를 물고문한 당신에게 “아무리 간첩을 잡는 일이라도 왜 사람을 고문하는 일을 하냐?”며 “직업을 바꾸라”고 말했죠. 아마도 당시에 듣는 당신이 더 황당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정말로 직업을 바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씨에게 고문을 받았던 일들에 대해 “누군가 내게 칠성판 위로 올라가라는 신호를 보냈고 나는 그 위에 올라가 본능적으로 몸을 엎드렸습니다. 그러자 다시 누군가 돌아누우라고 했고 돌아누운 내 몸 위에 버클이 주루룩 채워지며 육중한 몸집의 남자가 올라탔습니다. 그가 바로 당신 이근안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얼굴위로 수건이 덮어 씌워졌고 다음 순간 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이어 당시 군의관이 자신을 진찰하러 와서 손을 붙잡고 응원의 눈빛을 보냈던 일화도 소개하며 “방안에 있던 변기에 먹은 것도 없어 액체만 게워 올렸는데 나중에 보니 검붉은 피같은 액체가 나왔습니다.(중략) 의사의 날카로운 눈으로 내 온 몸을 살펴보던 그(군의관)는 아무 말없이 내 한쪽 손을 꼭 잡아 줬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이 씨가 팬티를 사준 일화도 소개했다. 때도 아닌 생리가 터진 그녀는 침대에 누워 링거를 꽂은 채로 “아저씨 저 생리가 터졌는데요”라며 그를 고문한 이 씨를 불렀다고 했다. 그리고 이 씨가 호들갑스럽게 무용담을 말하듯이 여자 팬티를 사온 얘기를 동료들에게 하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또 그는 그를 담당했던 검사가 그에게 “여자가 언론자유니 그런 데 신경쓰지 말고 시집이나 가라”고 말했던 일에 대해서도 적으며 “내가 남자였어도 나에게 그런 말을 했을지는 지금도 의문입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근안씨, 남들이 당신을 목사직에서 끌어내리기 전에 스스로 그 자리에서 내려 오십시요. 그리고 무언가 일을 해야 한다면 차라리 청소부가 되어서 묵묵하게 자신의 죄를 씻고 또 씻으십시오. 아니면 당신이 일했던 남영동 대공분실 경비원으로 역사의 산 증인이 되어 사죄하십시오. 고문기술자였던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반공설교’가 아니라 진심어린 ‘사죄’이기 때문입니다”라며 이 씨가 목사직을 그만두고 사죄하기를 촉구했다.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56327



[특별기고문 원문보기]

내게 팬티를 사준 남자, 이근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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