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 통진당 사태 관련 글에서 댓글 보다가 어이 없어 글남깁니다.
국정원 비판 잠깐 나오다가 어느새 '그럴 수 있지', '통합진보당 문제가 이제 드러나네', '이석기 이제라도 잡아가야지' 등등 헛소리 던지는 분들 계신데요.
보다가 짜증이 확 나서 몇 가지 좀 말하고 싶네요.
1. 통진당 사태와 통진당 문제와 구별해야 합니다. 지금 이어지는 국정원 사태 속에서, 이석기 비롯 통진당이 명백히 내란예비음모를 꾸몄다고 하더라도, 지금 국정원의 압수수색과 체포 과정은 문제가 많습니다. 정말 종북 세력을 잡아가는데 왜 언론에 이렇게 다 까발립니까? 국가 보안을 위해 간첩을 수사하고 체포한다면 기밀로 수행을 해야지, 이건 뭐 국정원 광고하는 건지 다 말해주고 있네요.
그리고 지금 통진당 사태를 이렇게까지 조중동 비롯 친정권 언론에서 광고하고 있는 이유는, 의심할 여지 없이 국정원 사태 물타깁니다. 이거 확실히 분별하셔야 됩니다. 얼마전까지 국정조사는 숨기고 이산 가족 등 남북관계 회복 광고하는 거 보고도 모르십니까? 이산가족 상봉은 좋은 일이지만, 이걸 자기들 정권 유지와 병폐를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쓰고 있다는 게 문젠 겁니다. 통진당 내 친종북 세력에 대한 문제와 국정원 사태를 덮으려는 현 정권과 국정원의 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오히려 더 높여야 됩니다. 제발 물타기에 넘어가지 마십쇼.
2. 통진당 얘기만 나오면 눈 뒤집혀 비난부터 하는 사람들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 대부분 북한을 무슨 뿔 달린 악마로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북한이 괜찮다는 말이 아니라, 악마 마냥 그 세력이 남한에 뿌리 깊게 내려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입니다.) 그 북한의 마수 아래서 통합진보당 및 급진 운동권 세력에 대해서 상당수 간첩 활동과 국가 분란을 일으키는 세력들이라고 생각하시겠죠, 사람에 따라 그 생각의 범위가 다르겠지만.
여튼 민족 문제나 통일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 없는 사람들이 꼭 통합진보당에는 눈 돌아갑니다. 진정한 좌빨이라고요. 왕재산 사건 같은 드러난 사실이 있지 않냐고들 하죠. 이런 사람들이 근거로 드는 민족 운동 세력의 국보법 위반 사례들 모두 정권이 씌운 혐의들입니다. 없는 사실을 만들든, 사실에 대한 해석을 사실마냥 발표하든 그런 작업들 통해서 민족 운동 세력들 주기적으로 국보법으로 잡아가죠. 대부분 대중들은 이런 소식들에 민족 운동=좌빨, 종북 세력이라는 프레임에 갇히죠.
오유는 조금 진보적이라서 아니라고들 생각하시겠죠? 전혀 아닙니다. 종북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사람들과 정도만 다르지 레드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있지 못합니다. 왕재산 사건 예로 들죠. 당시 발표된 인천 지역을 무력 장악할 사람이 다섯 명이었네요; 전쟁 중인(휴전 중인) 나라의 수도권 지역을 무력 장악하는데 다섯 명... 물론 이건 정권이 발표한 거고, 조중동이 존나게 때렸죠.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의심할 수 있고 정황을 정확히 알려달라고 하는 게 맞는데도, 레드 컴플렉스 가진 대중은 사건 여하에 관계 없이 '남한을 배신한 종북 세력은 처단해야 한다'는 것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네요. 그래서 그 사람들 아직까지 감옥에 있구요.
다른 얘기로 잠깐 넘어갔는데요, 도대체 왜 북한 얘기만 나오면 정권 편을 들고 보는지 모르겠습니다.
3. 위와 같은 분들, 뭐 그럴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저한 안보 교육으로 자랐으니 그러는 게 당연할 수 있어요. 그러면 제발 정직해지면 좋겠습니다. 계속 '종북 세력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유지하실 생각이면, 앞으로 레드 컴플렉스나 종북 프레임에 대한 비판은 하지 말아주세요. 종북 프레임에 대한 비판을 하면서 '진보와 상식적인 시민'의 코스프레를 해놓고, 여전히 그 프레임 안에서 보다 더 왼쪽에 있는 사람들 비판 좀 하지 말아주세요. 이런 얘기만 나오면 무조건 통진당 알바로 몰아가지도 말아주시고요.
4. 마지막으로 사족 답니다. 저는 소위 NL이라고 하는 민족운동하는 사람 아닙니다. 통진당원도 아니고 알바도 아니고요. 저는 노동당원이에요. PD에 가까워요. 그래도 NL사람들 존중하고 존경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운동하고 계급운동하는 사람 많아도 민족운동 하는 사람은 정말 소수예요. 그런 점에서 한대련이나 평통사, 통합진보당에서 진심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존경스럽습니다. 다만 제가 "가끔" 한대련이나 통진당에서 느끼는 건 '종북 빨갱이'가 아니라 너무 조직적이고 약간 비인간적인 모습들입니다. 운동 과정에서 사람을 사람으로 만나고 고민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사람을 조직원으로 생각하고 머릿수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상하게 이런 사람들이 NL운동 세력 쪽에 조금 더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이쪽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건 이 부분입니다. 오유에서 느끼는 불편함들도 아마 이런 부분일 겁니다. 과하게 운동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 때문에 '통진당 알바'라는 얘기를 주로 하시는 것 같은데, 이런 점 짚고 넘어가고 싶네요. 그사람들은 북에서 지령받은 사람들이 아니라, 이상에 조금 과하게 목숨거는 사람들이라고만 보면 좋겠네요.
베오베 글 보고 짜증이 확 나서 두서 없이 글을 너무 막썼네요.
여튼 항상 상식적이고 비판적인 시각 견지하다가도 '종북' 이야기에는 바로 국가권력과 똑같은 입장을 취해버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