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운영하며 살고 있는 유부징어입니당.
요즘 개념을 제대로 탑재했나 의심도 모자라서 뭐하는 종족들인가 궁금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학원에 아이를 보내시는 어머님들 때문에
매일매일이 멘붕의 연속이네요...하...^_ㅠ
요즘 엄마들 트렌드가 다 이런가요?
지나치게 감싸려들고 울타리 안에 갇혀서 키운다는 느낌을 너무 강하게 받습니다.
하나.
애들 하루 일과가 다 짜여져 있다며 학원 수업 시간표가 애매하다며 수업 시간을 본인들이 원하는 시간대로 조정하려함.
어느 정도 이해 하는 것이 매시각마다 수업 시작하는게 아니고 예를 들면 1시 20분, 2시 30분, 4시 10분, 5시 40분 요런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학부모에게 휩쓸리면 그 다음에도 100% 휩쓸릴 거란 생각에 절대 들어주지 않습니다.
근데도 틈만나면 수업시간 애매하다며 꼭 한번씩 얘기하고 조정해달라고 하고 가버립니다.
(특정 엄마들만 그러고 반대 동네 사는 엄마들은 불만이 없어요 오히려 이분들께 더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ㅠㅠ)
둘.
학원에서 가끔씩 주말에 외부로 놀러나갑니다. (나들이개념)
간만에 정말 큰 맘 먹고 관광버스 빌려서 몇십명씩 애들 모아모아 외부로 체험학습 다녀오려고 했어요.
다음날이 출발일인데 전날 전화와선 어차피 나가는 방향이니 본인들 집 앞에 버스 세워달라.
그러면 우리가 거기서 타겠다.
...... 본인들 집 앞에 세울 마음이었으면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애들 데리고 갔겠죠.. 끝까지 본인들 위주로의 생각뿐.
셋.
소규모 학원이라 따로 직원 두지 않고 제가 가르치고 차량운행까지 다 합니다.
그래서 다음 수업시간까지 최대한 텀을 두고 차량운행을 진행하는데 왠걸 차량운행 시간도 조정해달라 합니다.
또 예를 들면 우리 애가 여기 수업 끝나고 3시 20분까지 B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시간이 안맞으니 좀만 일찍
끝내서 애를 그 시간에 맞춰 데려 달라고 합니다. (도대체 왜??????)
다른 학원생들도 차량운행 시간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할 수는 없다며 좋게 거절하지만 또 틈만나면
특정 엄마들이 지롤지롤 합니다. 존나 피곤해요......
넷.
평소 아이들에게 교육하는 스타일이 화를 잘 안내고 소리를 안 지르는 스타일이에요.
곧 있음 대회를 앞두고 있어 몇명의 아이들만 데리고 열심히 연습을 시키는데 틈만나면 건성건성 연습하고 대충하질 않나,
틀렸다고 그렇게 얘길 해도 고치려는 생각이 없어서 평소보다 정말 무섭고 엄하게 가르쳤습니다.
애가 대회 나가서 성적이 좋지 않으면 교육자의 책임도 분명 있거든요.
아니나다를까 연습 마무리한 그날 밤 A라는 아이의 엄마한테 전화와선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
애가 집에 와서 아주 생 난리를 치고 울더라. 애가 무섭다고 하질않냐. 연습 강도를 좀만 낮춰달라.....
애가 우는 걸 보고 있자니 내가 너무 마음이 아파서 그렇다.
하... 집에 오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부모들마다 각자 교육하는 스타일이 있을테고 모두 같지가 않을테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을 하는 사람에게
교육 방식이 그게 아니고 이거며, 애가 무섭다고 하니 이렇게 해달라. ㅇㅋ? 라고 하는 상황을 겪게 되니 진짜 제대로 멘붕이네요.
저는 그렇습니다.
대회가 있는데 나가볼래? ㅇㅇ이 생각은 어때? 라고 먼저 학원생의 의사를 묻고,
그 다음에는 집에가서 부모님과 한번 상의해서 얘기를 해줘. 라고 합니다.
부모님도 동의했고 아이도 대회 나가보겠다고 말을 내뱉어놓고 애가 무섭다자나욧!!! 무섭게 하면 안되지욧!! 요렇게 얘기하네요...
가르치는게 직업이자 주 삶인 사람에게 이렇게 얘기하며 선을 넘어가는 걸 보고있자니
이번주 내내 멘붕을 겪으면서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자는 건가 회의감이 마구마구 쓰나미처럼 몰려옵디다..
아니 그러면 나중에 애가 커서 취직해서 직장에서 상사에게 열라 까여서 집에 들어가서 우는 내 아이의 모습을 본다면
직장 상사에게 곧장 전화를 걸어서 우리 아이가 속상하고 무섭다고 하니 갈구는 강도 좀 낮춰주세요~라고 할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어떤 교육방식인지 충분히 상담받고 알면서 보낸 학원에, 제 교육방식에 관하여 왈가왈부하고 본인들이 원하는대로 끼워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자니 무척이나 회의감이 드는 하루입니다...
이제 새학기라 상담문의도 자주 들어오고 새로운 아이들도 줄곧 합류하는데 아이들 들어와도 하나도 안 기뻐요...ㅠ
아무런 감흥이 없는게 이상한건가 생각이 들 정도로 허탈하고 속상하네요...
이런 일 있을때마다 아닌건 아니라고 딱 잘라 서로 기분나쁘지 않을 선에서 거절하고 수용할건 수용하지만..
너무 허탈하고 휑하고 속상한 이 마음을 어찌 달래야 할까요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