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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댓말을 여름에 배워서 겨울에 잘 못씀.
다나까.
그게 벌써 두달전이던가.
그날따라 바람이 스산했어.
아침부터 피를 본게야. 느낌이 좋지않아.
잇몸이 퉁퉁 부은걸 보니
어젯밤 이를 닦지 않아서 그런듯 하다.
잇몸병을 얻고 치약을 아꼈다.
이런걸 두고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한다고 했던가.
그래서 치과에 갔지.
노량해전에 나서던 이순신 장군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남자라면 그래야 하지 않겠어?
단호한 결의를 하고 치과문앞에 당당히 선게야.
"이리오너라!" 는 아니고 자동문이더군.
그때 알았어야 했어. 문을 여는 힘마저 비축하라는 깊은 뜻을.
그래 이미 계획되었던 거야.
내가 모든 힘을 다 쓰게 될거란걸.
조금더 신경썼어야 했어. 진중하게 살폈으면 피할수도 있었을게야.
접수데스크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싸늘한 시선이 느껴진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이년은 미친게 분명하다. 이가 아프니 치과에 왔거늘..
"이닦는데 피가 나서요 잇몸도 부은거 같고 아프네요"
자세히 말해준다. 아쉬운건 나니까.
째깍째깍..
30여분의 기다림..
1분이 10년같은 기다림..
그때..
악마의 목구멍 같은 복도 끝 진료실에서..
"끼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악"
흡사 칠판을 긁어내리는 듯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몸을 휘감는다.
서늘하다.
이대로 튀어버릴까 하는 생각에 엉덩이가 하릴없이 들썩거린다.
간호사가 눈치챈듯 매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것 같다.
"안종기님 들어오세요 크흡 흠흠"
웃었다. 분명히 웃었다.
어설프게 기침한척 연기로 넘어가려하지만
'이름이 종기가 뭐냐. 성이 왕씨가 아닌게 다행이다.' 라는 말이
저 사악한 입꼬리에서 분명히 흘러나왔으리라.
정수리 부터 척추 끝까지 얼음으로 훑어내린듯
알수없는 서늘함이 감돈다.
이때가 두번째 기회였던것 같다.
이때라도 도망쳤어야 했다.
왜 몰랐을까.
방금 웃은 저 간호사도 결국은 의사편임을..
"네."
쫄지 않은듯 수줍게 대답하고 진료실로 들어간다.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의사의 퀭한 눈을 보고 알게되었다.
내가 오늘 헬게이트에 들어왔구나..
이놈..
범상치 않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의사도 미친게 분명하다.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해서
같은 대답을 하는건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잇몸이 붓고 아파서요. 이닦는데 피도 나고요"
눈치 못챘겠지? 조삼모사 공격이다.
앞뒤를 바꿨으니 내가 이긴거다.
퀭한 눈의 의사는 아까 간호사가 보여줬던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강한 명령을 했다.
"누워서 입을 크게 벌리세요"
자존감이 무너진다.
처음보는 남자에게 구강을 허하다니.
오늘을 목놓아 통곡하리라.
을사늑약을 맺고 외교권을 박탈당한 심정이 이러했으리라.
"아우.. 스켈링 언제하셨어요?"
아우.. 분명 아우라 그랬다.
늑대도 아닌자식이 아우라고 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이놈은 분명 나를 깔보고 있다.
구강을 줘도 마음은 주지 않았거늘.
내 너에게 호형호제를 허락한적이 없거늘.
사악하다. 짧은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에 박힌다.
걱정마라.. 아직은 진찰일 뿐이니까..
애써 안심해본다.
"어.. 그게 안해봤는데요"
"네? 한번도요? 아우.. 오늘 스켈링 받고 가셔야겠네"
이놈은 분명 프로다.
내가 눈치챈걸 깨달았는지 말중간에 아우를 은근슬쩍 섞어넣는 치밀함을 가졌다.
방심하면 내가 당한다.
잠시 누워계세요.
연장을 가지러 가는 의사의 뒷모습에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정신 바짝 차리자.
흩어져가는 정신을 애써 모아서 고개를 돌리니
조금전 내이름을 듯고 비웃던 간호사가
한이 서린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있다.
스뎅스뎅 스런 연장을 챙겨온 의사가 너덜너덜해진 가슴에
대못을 박아 넣는다.
"아 하시고 아프면 손드세요"
날 아프게 하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잔인함이라니..
전생에 망나니 였음이 틀림없다.
이때라도 알았어야 했다.
이것이 도망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음을..
쓰다보니 길어 ㅠㅠ
반응 있으면 뒷얘기 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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