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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무명논객
광복절이 한참 지났지만, 그래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서 몇 자 적어본다.
한국 정치에는 세 가지 민족에 대한 환상이 존재하는 것 같다. 하나는 단군부터 내려오는 신화적 존재로써의 단일민족이라는 환상, 다른 하나는 필연적으로 통합되어야 할 어떤 그리운 존재(흡사 디아스포라를 보는 듯 하다.)로써의 집합체, 마지막으로 오랜 세월 핍박 받다 끝내는 제국주의의 희생양으로까지 전락해버린 한(恨)의 민족이라는 역사적 상처.
여기에서부터 모든 문제의 근원이 시작되고 있다. 정치를 친일파가 장악했다는 둥, 혹은 (NL들이 흔히 즐겨쓰듯) 통일에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사로써의 '민족'이라는 언어 등등. 종종 우리는 수많은 정치적 사안들에 대해 '민족'의 이름으로 소급하여 생각하는 경우를 상당히 많이 본다. 이것의 진리치는 둘 째치더라도 나는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왜 '민족'으로 묶여야만 하는가? 거기에 어떠한 당위와 근거가 존재하는가?
나는 여기에 다음과 같은 비판점을 제시하고 싶다.
1. 우리가 일제 식민지배에 분노하는 이유는, 우리가 그들에게 민족적 핍박을 받아서가 아니라, 보편주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 타당하다. - 우리가 한민족으로써 그들에게 핍박을 받았기에 분노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본적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 논거를 제공하지 못한다.
2. 현실 정치의 문제는 민족의 문제로써 역사로 소급하여 사고하기에는 그 논거가 부족하다. 예컨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보수파의 반호남주의는 민족적 문제로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보수파의 대다수가 친일파라서, 호남을 탄압하는 것인가? - 아쉽게도 이런 주장은 사회과학적 설득력을 얻기에 불충분하다.
3. 다른 측면에서, '민족'은 폭력의 또다른 이름이었다. 민족의 이름으로 정당화된 백색테러들은 말할 것도 없고, 보편타당한 사회과학적 설명보다는 신화에 의지해 에너지를 이어가고 재생산해내는 민족주의는 그 신화의 허구에 따라 허구적 언어들도 많이 만들어내었다. - '빨갱이'는 우익민족주의자들의 전유물이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는 여전히 많은 곳에서 호명되고 있다. 여전히 우익 민족주의자들도 날뛰고 있으며 - 다른 한 편에서는 NL들이 과학적 사회주의의 레토릭을 사용하며 교묘히 민족으로 포장하고 있다. - 묻건대, 대체 유물론적 분석의 토대로써 '민족'은 어떻게 호명될 수 있는 것인가?
5.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나는 민족주의가 어떠한 형태로든 더 이상 출현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램이다. - 물론 정체성 형성과 집단적 열정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민족주의만한 추진체가 없다.(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러나, 우리는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통해 보다 합리적이며 보편타당한 가치들을 내걸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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