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 교구 차원 첫 시국미사. 주교 3명 등 627명 시국선언
천주교 수원교구가 20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태 발발후 교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시국미사를 봉헌했다. 특히 이날 미사는 이용훈 주교, 이성효 주교가 주례와 강론을 직접 맡아 국정원 사태를 대하는 천주교의 엄중한 시각을 드러냈다.
또한 시국미사후에는 주교 3명 등 사제단과 수도자 627명 명의의 시국선언문이 발표되기도 했다. 주교들이 직접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등에 따르면, 수원 교구장이자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인 이용훈 주교는 이날 오전 수원 장안구 정자동 성당에서 봉헌한 시국미사 주례를 통해 “미사를 통해 정의와 진실을 바탕으로 현 정권이 올바르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기를 염원하며 기도할 것”이라며, 특히 언론에 대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국기 문란 사건에 대해 침묵과 묵인으로 일관하고, 언론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이 주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모든 일을 책임지고 있는 국정원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은 국정원의 잘못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박 대통령이 나서서 대승적 자세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쌍용자동차, 밀양 송전탑, 강정 해군기지 건설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으로 바라보고 상생의 길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강론에 나선 이성효 주교는 “국정원 대선 불법개입은 과거 정보기관이 저지른 수많은 정치공작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라며 "향후 이런 작태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주교는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대통령은 그 사건과 무관하다고 방관해서는 안된다.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고, 공중파와 주류언론에 대해선 촛불집회를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주교는 마지막으로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분명 시대는 2013년 8월 20일을 가리키는데 정치는 과거 7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탄식했다.
미사 마지막에 수원교구 사제와 수도자 627명이 참여한 시국선언문이 낭독됐다. 시국선언에는 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총대리 이성효 주교, 전 교구장 최덕기 주교를 비롯해 사제 304명과 수도자 323명이 참여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사제 숫자는 수원교구 전체 사제의 4분의 3에 달하는 많은 숫자로, 특히 그동안 수원교구가 보수적 교구중 하나로 분류됐던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 참여다.
이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우리는 이번 사건이 국정원이 특정 정파의 입장에 서서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사건으로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과 국민의 주권, 그리고 이를 명시한 헌법에 대한 중대한 공격임을 재확인한다"며 "따라서 국정원이 자행해온 정치공작과 대선개입의 진상과 축소은폐 의혹을 명확히 밝혀 그 책임자를 성역 없이 처벌하고, 철저한 개혁을 통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는 보수와 진보, 사상과 정견의 차이가 따로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언론에 대해선 "국정원 대선 불법 개입에 분노하는 국민들의 분노가 대규모 촛불집회로 전국 각지에서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있음에도 언론은 이를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 왜곡 보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마치 유신 군사독재 시절의 보도지침을 연상하게 된다"고 꾸짖었다.
이들은 철저한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공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과 재발방지 대책 및 국정원 개혁, 언론사들의 공정 보도 등을 촉구하면서 앞으로 수원교구는 각 본당에 국정원 대선개입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현수막 부착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헐 주교분들이 직접 나섰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