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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nbung_42946
    작성자 : Radiance
    추천 : 14
    조회수 : 2839
    IP : 210.123.***.169
    댓글 : 57개
    등록시간 : 2017/02/08 00:45:08
    http://todayhumor.com/?menbung_42946 모바일
    김밥 한줄 들고가다 범죄자 취급받은 썰 ㅠㅠㅠㅠ
    옵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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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영씨인가 누구 얘기 카드뉴스 형식으로 올라가있는 글 보다가 생각나서 적는거라 좀 횡설수설 할 수 있으니 양해부탁드려요
    ------------------------------------------------------------------------------------
    아마 2010년 겨울일겁니다.
    2010년 여름에 훈련소 들어갔다가 다쳐서 허리병신되서 나온이후 재검받았더니 4급이 나왔었습니다.
    당시 매주마다 허리디스크로 유명한 모 교수님 만나뵈러 2시간씩 버스타고 병원다니고, 조금만 늦게 왔어도 정말 하지마비와서 대소변 받아가며 살았어야 했을거라는 얘길 들었음에도 발치몽 개X끼 때문에 4급이 나왔더랬죠.
     
    여튼 훈련소는 가야하니까 그 전 까지 무조건 최소한 정상생활은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어야해서 재활프로그램 받아서 근처에 관리받을 병원 추천받아 매일 통원치료하고 저혼자서 하루에 서너시간씩 투자하면서 그 지긋지긋한 재활을 하고 있었더랬습니다.
     
    그 재활이란게 사실 병원에서 하는거야 의사가 알아서 하는거고 전 아픈지 안아픈지, 만약 아프면 얼마나 아픈지, 그리고 아파도 참아야 하는일이면 참는게 일이라 별로 할 것이 없었고 제가 따로 해야하는일이 있었는데 '걷기'랑 '물속에서 걷기'랑 '뛰지않고 빠르게 걷기'였습니다.
    (척추기립근 및 코어근육 발달에 도움이 많이 된다더라구요. 허리 안좋으신분들 참고하세요 ㄷㄷ)
     
    마침 그때는 제가 이글스파크(대전 한화 홈구장)근처에 살던때라 운동하러 나가기도 괜찮고 운동할만한 장소도 있고 해서 매일마다 이어폰 끼고 500ml짜리 페트병생수 하나 들고서 운동하고 돌아오곤 했었습니다.
     
    그리고 누구나 다 공감하겠지만, input이 있으면 output이 있어야 하듯 운동을 열심히 했으니 그만큼 먹어야 하니까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 한줄 사다가 컴 앞에 던져놓고 샤워하고 나와서 미드보면서 김밥한줄 우걱우걱 하는것이 제 저녁 일과였었어요.
     
     
    잡설이 길었는데....여튼 그렇게 매일 똑같은 일과를 반복하며 김밥천국 아주머니랑 절친이 되어가던 그 즈음에 사건이 터졌더랬습니다;;
     
     
    아시다시피 언젠가부터 가게에서 봉투를 주면 20원인가 환경부담금을 받아야 하고, 받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리게 되어있습니다.
    뭐 처음에는 빡빡하게 봉투값 다 받고 그랬었지만 요즘은 봉투값 안받고 봉투 주는곳도 많고, 그러다 단속당하면 봉투 안주거나 돈받고 주기도 하고 다양했죠.
    근데 솔직히 말해서 김밥 한줄 천오백원짜리 사들고 가는데 젓가락이랑 까만 비닐봉투까지 받는건 좀 아깝잖아요.
    남는것도 많지 않을거 같은데다 사실 집에서 먹으면 나무젓가락도 필요없고 겨울철이라 점퍼 주머니에 김밥 넣으면 들고다니는데 지장도 없거니와 호일로 감싸진거 살짝 뜯어서 빼먹기 하는데 젓가락이 필요하지도 않아서 젓가락하고 봉투 빼고 은박지에 싼 김밥만 받아서 다녔습니다.
     
    사실 봉투채로 들고다니면 추운 겨울철에 김밥이 식거나 심한경우 딱딱해지는 일도 생겨서 차라리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게 보온 측면에서 낫더라구요.
     
     
    그래서 주머니에 김밥과 손을 꽂아넣고 잔돈받고 신나는 노래를 틀고 이어폰을 꽂고 가게를 나와 집을 향해 빠르게 걷기를 하고 있었는데요.
    당시에 가로등 정비사업중이었나? 해서 가로등이 바뀐구역은 밝고 좋은데 그렇지 않은 곳은 깜빡거리고 그랬거든요.
    거기다 마침 진눈깨비도 내려서 얼른 빨리 집가서 샤워하고 컴켜고 놀 생각에 더욱 스피드를 올리는데 보니까 앞에 왠 사람이 있더라구요.
     
    자꾸 뒤 힐끔거리면서 가시길래 가만 생각해보니까 제가 그때 김천에서 나와서 7시쪽에서 걷고있었고 그분은 11시쪽에 있어서 빨리 걸어가면 오해할수 있겠다 싶어서 + 집이 1시쪽 그러니까 길 우측이라서 어차피 길 건너야해서 빠른걸음으로 건너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분도 길을 건너시더라구요;;;
     
    그래서 '아 그냥 천천히 걸어서 보내고 그냥 좀 늦게 가야겠다' 했는데 갑자기 힐끔힐끔 뒤보면서 걷다가 매우 아프게 넘어지시더라구요? ㄷㄷㄷ
    관심보이면 더 오해살까봐 그냥 보폭 그대로 가고있었는데 갑자기 앞에서 '아악' 이러는 소리가 들려서 다치신줄 알고 괜찮냐면서 갔더니 기겁을 하면서 뒤로 막 뒷걸음질을 치시던.....;;;
     
    그러면서 저보고 살려달라고 하는데 이게 대체 무슨소린가 황당해서 가만히 서갖고 '????'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는데 옆에있던 세탁소 집에서 갑자기 불이 켜지더니 주인아저씨가 나와서 무슨일이냐고 하니까 그 여자가 갑자기 살려달라고....하더라구요?;;
     
    이게 뭔 상황인가 싶어서 멍타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아저씨가 저랑 그 분 사이에 끼어들더니 경찰을 부르네 마네 타령해서 그제서야 머리가 굴러가서 아니라고 저 집 위쪽이고 그냥 이어폰 꽂고 운동하던 보폭 그대로 걷고있었다고 왜그러시냐고 하니까 주머니에 칼있다면서 막 기겁을 하고 난리를 치는거예요?
     
     
    알고보니까 은박지에 싼 김밥이 길어서 주머니에서 조금 튀어나온걸 거기다 손까지 끼고 있으니까 주머니에서 칼꺼내는줄 알고 그랬다고....
    ...............................................
    다행히 제가 그 동네에서 9살부터 20살 중반까지 살아서 동네사람들이 제 얼굴 다 알고 그래서 다행히 넘어갔는데 진짜....하...
     
    그 여자분도 놀랐겠지만 저도 진짜 황당하고 놀라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아니 김밥이 무슨 죄가 있다고.....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진짜 뭐 똑부러지게 제 감정상황을 표현할만한 말이 없더라구요;;
     
     
    나중에 죄송하다고 하긴 했는데 왜 죄송해야 할 일인지도 모르겠고 저도 당황스럽고 해서 죄송하다고 하고서 헤어졌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초등학교 동창 동생이라서 한동안 동창회 할때 좋은 술안주 됐었습니다.
     
    김밥천국가서 김밥 사다보면 가끔 그때 그 일이 생각나요 ㅠㅠ
    솔직히 옷은 멋보단 실용이라고 생각하는데다 이글스파크 트랙에서 운동하는거라 완전 공터에서 걷다보니 칼바람불면 엄청 추워서 실용성만 따지다보니 본의 아니게 올검패션이 된데다 방한용 마스크까지 쓰니까 그렇게 보일수도 있다고 생각은 하는데 진짜 그땐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멘붕되던...
     
     
    뭐 그래서 그 이후로 제발 그쪽 길 가로등좀 LED로 싹 교체해주고 방범용 CCTV나 누르면 경찰오는 벨같은것좀 만들어달라고 해서 설치하게 되었다는 훈훈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고 갑니다 ㄷㄷ
     
    술안주용으로 참 좋은 떡밥이라지만 서로에게 멘붕이니 멘붕게로 온 점 양해 부탁드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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