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리프물이 보고싶은 주기가 있다.
1년에 두어번 정도.
그래서 이것저것 챙겨보긴 했는데,
타임리프물의 최고봉이라 일컫는 슈타인즈게이트는
몇 년 전 소장만 해두었을 뿐, 아직 보지못했었다.
당시 1편인가, 2편인가 보다가 취향에 맞지 않고 지루해서 중단했던 기억인데,
며칠 전 타임리프 명작을 검색하다가,
슈타인즈게이트가 1등이고,
역대 애니중에서도 손꼽히는 걸 알게되어 다시 보게 되었다.
이틀에 걸쳐서 25편을 다 보았는데...
정말 의리로 보았다.
9편 정도에 위기가 찾아왔던 것 같다.
이거 재밌는 거 맞나?
왜 남들은 다 재밌다고 하지?
검색이후 알게된 사실은
12편 까지만 견디면, 역대급이라는 거다.
절대로 재미있고, 몰입도 최고라는 블로그 글이 여럿 눈에 띈다.
믿고 12편을 넘겼더니, 그나마 그 때부터는 이야기가 조금 진행되긴 했으나,
초반부 밑밥치고는 너무 쓸데없이 길고 산만하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구성이 치밀하다고 하는데 그것도 모르겠고.
기본적으로 하렘물이다.
5~6 명의 미소녀가 나오는데,
모두 순차적으로 주인공과 애틋한 감정을 스치며 지나간다.
배경도 아키하바라이고,
이 애니는 어떻게 봐도 오덕을 위해 태어났고, 오덕을 위해 마무리 짓는다.
오덕이 좋아할만한 모든 요소를 골고루 넣었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좀 좋아해보려 노력했으나,
도저히 이 작품에 후한 평가를 내릴 수 없었다.
첫째, 타임슬립에서 이런 이야기는 너무 많고(새롭거나 독창적이지 않고),
둘째, 치밀한 구성이라는데 막상 보니 타임 패러독스가 너무 심하고,
셋째, 오덕 요소를 살짝 넣는게 아니라 너무 본격적이라는 의미에서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이야기를 어쨌든 끌고가서 무난하게 종결시켰다는 맥락에서
10점 만점에 7점 정도가 객관적일 것 같고,
개인적으로는, 너무 들이대는 오덕 요소 때문에 거기서 1점을 더 빼야 한다.
타임슬립 물로는 '나만이 없는 거리'가 이보다 더 잘만들었다고 본다.
드라마 시그널이 이 애니에 영감을 좀 받은게 아닌가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카피라고 생각되는 미쟝센도 있다.
타임슬립물의 완성적 형태가 '너의 이름은'일 것이다.
그 동안의 수많은 이 장르에서
좋은 점을 추리고 다듬고 해서 만들어진 결과물일 것이다.
리제로가 슈타인즈게이트보다 낫다고 본다.
오덕 요소를 눈에 띄지 않게 넣었고, 이야기 구성도 낫다.
죠죠의 기묘한 모험도 몇 편 보다가 말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리 대중의 평가가 좋은 애니라도,
개인 취향에 맞지 않으면 결국 만족을 끌어내지 못한다.
개인적인 애니 취향은
서사가 정말 탄탄한 몬스터,
타임슬립물의 상상력을 잘 반영한 지팡구,
치유계의 정석 바라카몬 등이다.
지나고 생각해 보니, 데쓰노트 같은 작품도 서사가 참 탄탄했다.
라쿠고 신쥬 같은 전통물은 교양을 위해서도 볼만하고,
다소 잔인한
간츠, 토쿄구울, 리제로 등은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있어 즐길 만 하다.
슈타인즈 게이트 얘기를 하면서 잡설이 길어졌는데...
이 애니가 역대 최고 평점을 받을만 한가 묻는다면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도,
미소녀 5~6명에 투표하는 오덕의 실루엣이 겹치며
이유를 알 듯 말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