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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자 9
by 슈헤르트
사형집행장의 문을 열고 들어섰다 . 낡은 문의 경첩소리가 끼이익 하고
들려오자 , 각자 자리에 위치하고 있었던 경비포니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 뭐 , 그간 일로 소문이 안돌리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였다 . 엔퍼서는 그 시선들을 무시하고 강당 중앙에
서있는 아버지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
" 아버지 . "
" 무슨일이냐 . "
"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 "
여느때완 다르게 진지한 태도로 자신에게 요청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던 교도소장은 , 잠시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
" . . . 가능한 수준에서 들어주마 . "
" 그녀와 단 10분만 이야기를 나눌수 있게 해주세요 . "
" 10분 ? "
" 아버지가 원하시는대로 , 레인보우 대쉬와의 생각을
정리해야 해서요 , 그녀에게 할말이 있어요 . "
" . . . 10분이다 . 그 이상은 안돼 . "
교도소장은 잠시 생각하다 , 사형수가 들어올 커다란 문을
가리키며 조용히 내뱉었다 . 엔퍼서는 그런 아버지에게 고개를
숙이며 간단히 감사를 표하곤 , 그녀가 있을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이것은 또 한번의 재회이자 , 마지막으로 이루어지는 만남이다 .
그녀와의 마지막 대화를 나누고 ,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볼수있는
어쩌면 연료가 다해가는 마지막 괘종시계같은 운명의 엔딩 .
마음을 가다듬고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그리고 사형수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는 레인보우 대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그녀는 의자에 앉아 땅바닥만 바라보며 , 마치
이미 처형당해 죽어버린 포니마냥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
허나 엔퍼서를 더 슬프게 했던것은 , 그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형수 포니들과는 달리 여전히 레인보우 대쉬의 눈망울에 생기가
서려있다는 점이 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들었다 .
" 넌 . . . "
" 또 . . 만나네요 . 레인보우 대쉬 . "
그녀와의 만남이 시작됀지 5초도 지나지 않아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 레인보우 대쉬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고 그런 엔퍼서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
" 이제 곧 , 시작하는데 날 더 만나서 뭐할셈이야 ?
. . . 이러면 이럴수록 너만 더 가슴 아플거란거 , 너도 알텐데 . "
" 플러터샤이에게 들었어요 . "
" . . . ! "
엔퍼서의 입에서 플러터샤이라는 이름이 거론되자
레인보우 대쉬는 놀란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았다 .
" 개가 , 개가 왜 너에게 . . "
" 아마도 감옥안에서는 내가 제일 당신과 가깝다고 생각해서
말해둔거겠죠 , 어떻게든 당신의 죽음을 막기 위해서 나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준거니까요 . "
" 그런 . . "
" 대쉬 , 왜 죽으려는거예요 ? 대체 왜 !
당신은 아무것도 잘못한게 없잖아요 ! 근데 어째서 . . ! "
" 그래 , 나 잘못한거 없어 . "
" 근데 왜 . . ! "
" 플러터샤이는 , 내 소중한 친구니까 . "
그녀의 말에 , 엔퍼서는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
이미 준비된 그녀의 자세를 엔퍼서는 전혀 바꿀수 없었으니까 .
엔퍼서는 허탈한 표정으로 그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 눈물을 흘렸다 .
" 난 . . 난 당신을 잃기 싫은데 . . ! "
" . . . "
" 그냥 , 바라 보는것만으로도 나에겐 정말 큰 행운이였는데 . . !
그 이상으론 바라지 않았는데 . . 어째서 !!! 왜 !!! "
엔퍼서는 그자리에 쓰러져 오열했고 , 레인보우 대쉬는
그런 엔퍼서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 자리에서 일어서 엔퍼서에게로
다가가 울부짖는 그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 마치 , 어린아이를
달래는것처럼 조심스럽고 따듯하게 .
" 이봐 , 엔퍼서 . "
" 흐윽 . . 흑 . . ! "
" 때때로 말이야 , 의도치 않은 일이 일어나 모든걸 지옥으로
바꿔버릴때가 있어 . 하지만 난 말이야 . 내친구가 그런 지옥에
빠져버리는걸 두고 볼순 없어 . "
" 저도 . . 압니다 . . ! 당신은 결국 . . 희생할거란거 . . ! "
" 이건 희생이 아니야 엔퍼서 , 그냥 친구를 돕는거지 . "
" 크흑 . . 흑 . . ! "
" 엔퍼서 , 이만 뚝 그치고 . "
대쉬는 여전히 쓰러져서 우는 엔퍼서를 자리에서 천천히 일으킨 다음
눈물 범벅이 된 그의 얼굴을 어루어 만지며 말했다 .
" 정말로 니가 날 사랑한다면 , "
레인보우 대쉬의 눈에서도 , 이슬같은 눈물이 한방울 흘렀다 .
" 이럴때 보내줘야 하는거야 . "
그녀의 얼굴도 , 마치 울음을 참으려는 것처럼 미묘한 표정으로 변했다 .
" 니가 더 찔찔짜고 이럴수록 말이야 . "
결국 그녀도 슬픔을 참을수 없었던지 , 눈에서 점점 더 많은 눈물을
흘려보내며 간신히 말했다 .
" 나도 마음이 더 아프단 말이야 . . . "
" 대쉬 . . "
" 자 , 엔퍼서 . "
레인보우 대쉬는 두 발굽으로 훌쩍이는 자신의 얼굴을 문질러
닦고는 ,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에게 말했다 .
" 일하러 가야지 . "
" 지금부터 죄수 4235번의 사형을 집행하도록 하겠습니다 . "
교도소장이 차트를 보며 외치자 , 마주보고 있던 큰 문이 열리며
경찰포니 두마리와 , 레인보우 대쉬가 입장했다 . 그녀는 아무런
저항없이 무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고 . 이내 사형대 위로 거리낌없이
올라와 단상에 섰다 .
그러자 옆에있던 경비들이 그녀에게 다가와 마스크를 씌웠고 ,
그녀의 목에 밧줄을 걸었다 . 경비들이 준비가 다 됬다며 신호를 보내자
교도소장은 엔퍼서의 눈치를 잠시 살피곤 , 앞을 보며 외쳤다 .
" 사형집행자는 형을 집행하도록 . "
그리고 결국 , 나의 차례가 다가왔다 .
교도소장의 무거운 한마디가 떨어지고 , 나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 그녀는 사형 준비가 완료된 상태로 그저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 난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
" 마지막 . . 유언은 . . 없으십니까 ? "
그녀에게 물은뒤 , 잠시 대답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
나는 그녀에게로 등을 돌려 그녀의 죽음을 향해 걸어갔다 .
" 내가 . . "
레버가 있는쪽으로 다가가던중 ,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엔퍼서는 그자리에 멈췄다 . 이미 그의 눈엔 또다시 눈물이 한가득 고여있었지만 ,
그녀의 마지막 유언을 들어줄 각오정도는 되어있었다 .
" 내가 죽는다면 말이야 . "
" 너를 기억할께 , 반드시 . "
그말을 듣자 , 시간이 멈춘듯 했다 . 이 이퀘스트리아의 공간속에 오직
자신과 그녀밖에 없는것처럼 느껴졌고 그의 눈에선 다시한번 빗방울 같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하지만 그녀에게 또 울고 있다는걸 들킬순 없었다 .
그녀는 나에게 울지 말라고 했고 , 이젠 . . 그녀가 말한대로
내 직업인 , 사형 집행인의 일을 해야할 때가 온것이니까 .
멈춰있던 시간이 깨져버리고 , 엔퍼서는 벽에 장치되어 있는 레버로
다가가 은빛으로 빛나는 손잡이를 잡았다 . 손잡이를 잡은 발굽은 덜덜
떨려오고 여전히 내 눈에선 눈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난 더이상 도망칠순
없었다 . 이게 나의 운명이고 , 그녀의 마지막 운명이기에 .
" 저승의 . . "
내이름은 존 엔퍼서 .
" 보살핌이 . . 있기를 . . "
죽음의 운명을 맞이하는자를 위한 사형집행자다 .
[ 덜컹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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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끝났네요
팬픽 하나를 이렇게 오래 연재하긴 처음인데 ㅋㅋ
집행자 에필로그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