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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l_426763
    작성자 : 달려라하늬
    추천 : 25
    조회수 : 1970
    IP : 59.27.***.38
    댓글 : 64개
    등록시간 : 2014/01/04 15:12:15
    http://todayhumor.com/?lol_426763 모바일
    메라와 엠비션,사활을걸다
    8강을 감상하면서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이 있어서 글을 남깁니다.

    프로스트 vs 오존의 3경기 밴픽, 쓰레쉬를 선픽하지 않고 써포터의 픽을 마지막까지 아껴둔 그 때, 직감적으로 "블리츠크랭크가 나오겠구나" 라는 예상을 했었습니다.

    그 순간, 매드라이프(이하 매라)의 고심하는 표정에는 많은것이 담겨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라의 비장한 눈빛은 마치 "이 방법밖에는 없는 것일까" 스스로에게 묻고 있는것 같았다고 할까요. 이즈리얼-레오나 상대로 좋지 않은 상성, 2대0으로 지고 있는 불리한 상황, 그것도 팽팽한 접전이 아닌 일방적인 경기력으로 벼랑 끝까지 말려버린 위기. 패배한다면 더이상 '롤챔스 블리츠 불패'까지 깨져버리는, 자신의 이미지에도 금이 갈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 매라는 그 불안요소들을 모두 감수하고 블리츠크랭크를 선택했습니다. 모든 상황을 뒤집을 최후의 조커로서.

    클템의 말대로, 프로게이머 홍민기는 이 경기에서 "매라신"의 칭호를 걸고 게임에 임했습니다. 그리고 패배했습니다.

    CJ Frost의 팬이든, 안티팬이든, 롤챔스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이번 8강결과가 주는 의미는 꽤나 상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갱맘이 벽을 넘었습니다!) 명가 프로스트의 쇠퇴를 확인사살 하는 느낌도 들었지만, 그 중에는 마타가 매라를 압승하여 더 이상 매라가 매라신이 아님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경기이기도 하였습니다. 지난 3,4위전이 판정패 정도라고 하면, 오늘은 그냥 스트레이트 펀치가 제대로 들어간 KO 승부라고 할까요. 프로스트는 그동안 무너지더라도 써포트의 클래스 차이때문에 졌다라는 느낌을 받은 경우는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오늘의 경기에서는 그 써포트에서 큰 격차를 보이며 완패했습니다.

    올드 스타팬이라면, 임요환의 전성기를 직접 경험했던 분들이라면 올림푸스 스타리그 4강을 기억하실겁니다. 임요환은 그전까지 패배한적은 있으나 압살당한적은 없었고, 이윤열의 전성시대가 왔더라도 어쨌든 언제나 테란최강을 논하는 자리에는 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임요환은 올림푸스 4강에서 임진록의 재회를 앞둔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지못하고, 신예 서지훈과의 경기에서 3:0으로 압도당하고 맙니다. 경기 내용도 1경기부터 3경기 내내 끌려다니다가 패배. 문자 그대로 "압도"당했던 다전제였습니다. 그 후 임요환은 계속 부진하며 8강-16강을 거듭하더니 3시즌 뒤엔 처음으로 스타리그 진출실패라는 결과를 받아드리게 됩니다. 이 날 경기는 임요환의 팬들에게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스타리그를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예상은 했지만 받아드리기엔 쉽지 않은 장면이였을 겁니다. 세대교체의 흐름을 인지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임요환이 주류에서 밀려나게 된 상징적인 경기이기도 했죠. 매라의 패배를 보면서 예전부터 스타리그를 지켜본 사람으로써 그런 임요환의 모습이 잠시 떠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씁쓸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임요환말고 생각난 다른 사람이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지난 주에 마찬가지로 8강에서 아쉽게 패배한 CJ Blaze의 터줏대감 엠비션입니다.


    지금은 플레임의 팀이지만, 어쨌든 CJ Blaze의 흥망성쇠를 처음부터 같이 해온 아이콘은 엠비션이였습니다. 6개월전만 하더라도 그는 세계 최고의 미드라이너였으며, 없는 cs까지 쥐어짜내서 흡수한다는 놀라운 파밍력을 바탕으로 소환사의 협곡을 지배하는 최고의 플레이어였습니다. 하지만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만에 그는 미드의 왕좌를 내주고, 2-3인자의 자리도 위태위태한 상황에 놓입니다. 자존심 강하고 지는걸 엄청 싫어한다고 소문난 그가 이런 평가가 마음에 들 리가 없겠죠. WCG의 우승을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던 그가 8강전에서 만난거는 마찬가지로 페이커의 뒤를 바짝 뒤쫒고 있는 KT의 A급 미드라이너 류였습니다. 류를 넘고 4강을 노려보겠다던 엠비션의 기대와는 다르게, 8강의 첫 세경기동안 엠비션은 롤을 볼줄 아는 이들은 모두 인지할 정도로 류에게 뒤쳐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가, 블레이즈의 사활을 걸고 4경기에서 장고끝에 신드라를 픽합니다. 본인 스스로 그렇게나 평가절하하던, 승률도 상당히 낮던 신드라 말입니다. 신드라를 픽할때의 엠비션선수의 표정은 꽤나 강렬했던것으로 기억합니다.




    "라인전을 강하게 가져가겠다"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져갔다기엔 모험. 해설자도, 관객들도 모두 그의 픽에 놓고 의문을 가질때, 김동준 해설은 경기 도중 뭔가를 깨달았다는 듯 얘기합니다.

    "좀 저는 (이 경기가) 의미가 있는 경기라는 생각이 드는게, 어쨌든 엠비션은 블레이즈의 혼(魂)같은 존재란 말이에요. 근데 이 신드라 픽은, 오늘 내가 류를 상대로 너무 아쉬운 플레이가 많았다. 분명히 나는 오늘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오늘 1인분만 하겠다!" 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어요."

    정말로 엠비션의 의도가 그랬는지, 아니면 그냥 김 해설의 보기 좋은 포장에 그친건진 모르겠지만, 저는 적어도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강전동안은 엠비션은 엠비션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일반적으로 블레이즈가 이기는 경기와는 다르게 본인이 아닌 다른 멤버들의 실력에 조금 더 기대야 하는 흐름이였고, 엠비션 역시 인정하긴 싫었겠지만 자존심을 약간은 내려놓으며 신드라를 골랐다라는 의도가 꽤나 일리있어 보였습니다.


    비록 두 경기 모두 패배했지만, 벼랑 끝에 몰린 전통의 강호이자 형제팀인 프로스트와 블레이즈의 상징인 두 선수의 사활을 건 선택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 8강이였습니다.

    리빌딩의 실패로 절벽끝에 몰려 자신의 "이미지"까지 내던지면서 승리를 탈환하려던 매드라이프,
    성공적인 팀원교체로 무조건적인 팀의 중심에서 승리를 위해 팀원을 믿는 새로운 비책을 내놓은 엠비션.

    장고끝에 나온 두 수는 겉으로는 달라보여도 팀의 승리를 위해 두 선수 나름의 모든것을 걸고 게임에 임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간판들의 선택은 결구 묘수가 아닌 패착이 되어 성공하지 못했지만, 프로게이머에게 전성기가 있으면 슬럼프도 있는 법이겠지요. 결국엔 그게 얼마나 빠르게 오느냐 느리게 오느냐의 차이인것 같습니다. 롤판을 초창기부터 이끌었던 대표적인 두 선수는 지금 팀의 운명과 함께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 위기를 탈출해보기 위해 사활을 걸었지만, 적어도 이번시즌에는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슈퍼스타라면 그것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힘 또한 있다고 생각됩니다. 좀 더 좋은 팀원, 그리고 메타에 맞는 알맞는 운영을 다시 찾을수만 있다면 CJ의 두 혼은 다시 최강자의 위치를 위협하는 도전자의 중심에 있을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치 올림푸스 4강의 참패 525일 후, 다시 스타리그 결승에 진출하며 감격의 골든마우스를 거머쥔(...) 임요환처럼요.

    언젠가 오늘의 패배가 다시 되돌아올 CJ명가의 멋진 부활을 위한 장치였다고 생각하며 블레이즈와 프로스트의 다음시즌의 활약을 기대하겠습니다.



    출처-http://www.pgr21.com/pb/pb.php?id=free2&no=53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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