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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photo.net/photodb/photo?photo_id=683652)
처음 자전거에 빠졌을때가 생각나네요.
아직 학생이던 시절, 걸어서 세시간정도 걸리는 거리의 친구 자취방에
근처 마실용으로 사용하던 어머니의 엄청 무거운 폴딩 자전거를 타고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기억으로는 1시간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제법 언덕이 있는 동네였던지라 도착할 즈음에는 숨이 턱까지 차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었죠.
스스로 얼마나 대견하던지.. 놀라는 친구 앞에서는 '이정도 쯤이야!' 했지만
'자전거로 이렇게 멀리 다니는사람은 없을꺼야!' 하며 내심 우쭐해졌었어요 :)
그 뒤로 두어번정도 자전거를 타고 갈 일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게 굉장히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어요.
그 후 1년 반쯤 뒤에 일을 시작했는데,
사무실이 집에서 한 20km쯤 떨어져 있었어요.
그리 먼 거리는 아니지만 서울 시내인지라 출퇴근시간에 막히기 시작하면 2시간까지 걸리고..
대중교통은 답답해서 도저히 못타고 다니겠고..
정답은 자전거야! 하고 40만원쯤 주고 700c짜리 하이브리드를 샀어요.
그 안나가던 폴딩 미니벨로를 타고 간 친구 자취방까지가 13km쯤 됐었으니
잘나가는 자전거로는 충분히 출퇴근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죠.
한강 자전거도로로 자출하는건 정말 별로 힘들지 않았어요.
근데 매일매일 같은길만 다니려니 점점 지겨워져서,
퇴근할때나 주말에 안가본 다른길들을 다녀봤어요.
(사진 출처 - http://blog.daum.net/slparkadam/286)
다른 길을 찾아다닌지 얼마 지나지 않은 늦봄이나 초여름의 어느날,
제법 공기가 차던 동틀녘에 처음으로 팔당 자전거길을 가봤어요.
경춘선 기차가 지나던 노선을 정비해 만든 자전거 도로는
옛 철로의 모습을 상당부분 간직하고 있는데,
아직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조용한 아침
수없이 많은 추억들을 싣고 다녔을 기찻길을 홀로 달리다보니
아직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감정들이 북받쳐 올라
한켠에다 자전거를 새워두고 한참동안이나 멍하니 길을 바라봤어요.
걸어선 갈 생각도 하지 않았을테고, 차도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니
자전거 아니었다면 결코 가보지 못했을테고, 절대 느껴볼 수 없는 감정이었겠죠.
제가 자전거의 매력에 흠뻑 빠진건 정확히 그때부터였습니다. :)
그 뒤로 수만키로를 달리고, 이곳저곳 자전거 여행도 다니고..
자전거를 타지 않았으면 결코 얻지 못할 행복한 추억들을 켜켜이 쌓아가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트라이에슬론을 하려고하는데
며칠전 오직 그 목적 하나로 라섹수술까지 했네요 :)
아직 시력회복중이라 몇주동안 완벽하게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한데(물론 자전거도 못타고!),
그냥 문득 어떻게 하다 여기까지 왔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쓸데없이 긴 글을 적습니다. ㅎㅎ
여러분은 왜 자전거를 좋아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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