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 내 나이 스물 다섯살. 언제 이렇게 후딱 커버렸는지 앞으로 다가올 세월이 새삼 두려워집니다.
초등학교 때, 집 앞에 슈퍼에 가서 포켓몬스터 빵을 어찌나 사먹었는지...
슈퍼에 가서 스티커를 확인하려 빵을 짓누를 때, 슈퍼아저씨는 나에게 딱밤을 때리셨었죠. 그러면 팔 수가 없다고...
그래도 나는 희귀 스티커를 얻기 위해 말을 듣지 않은 개구장이였습니다.
그 시절 부모님께 혼이 나서 집에서 가출했었을 때, 저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다른 아파트로 가서 경비실에 숨어있었을 때, 슈퍼아저씨가 저를 발견하셨었죠. 그리고 딱밤을 때리셨습니다.
그러면 부모님 속상해하신다고...
중학교 시절, 어린 나이에 커피에 빠져 캔커피를 무지하게 사먹었습니다.
그 때도 슈퍼아저씨는 나에게 딱밤을 때리셨었죠. 단 거 먹으면 키가 안큰다고...
고등학교 시절, 이른 학교 등교시간과, 늦은 귀가 시간때문에 슈퍼를 가기가 힘들어졌었어요.
어쩌다 슈퍼에 가게 되면, 아저씨는 언제나 딱밤을 때리셨었습니다. 정신차리고 공부하라고...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다음 해 09년. 어머니께서 세상과 작별을 고하셨습니다.
암이라는 것과 열심히 싸우셨지만, 그만큼 집안의 가세도 기울어져, 가족들의 힘듬은 이루 말할수가 없었네요.
그리고 1월 중순즈음, 어머니는 3층 요양원에서 숨을 거두셨습니다.
참 이상한게요, 어른들의 말씀이 정말 경험의 말씀이더라구요.
사람이 죽기전에 멀쩡해 진다라는 말,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그 날, 요양원으로 옮긴 첫 날, 어찌나 감자탕을 맛있게 드시던지... 나는 어머니가 그래도 더 건강하게 지내실 줄 알았어요.
그 날, 아버지와 같이 병간호 할 자식을 이야기 할 때, 원래는 누나가 있기로 했습니다.
근데, 왠지 내가 있고 싶어서 누나에게 말했네요. 오늘은 내가 있을께.
그 날, 새벽에 어머니의 입에서 거품이 나올 때, 나는 간호사를 불렀습니다.
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셨지요. 너무 피곤하셨을 거에요. 매일 병간호하랴, 직장다니시랴...
간호사는 호스를 연결했습니다. 조금만 더 지켜보시면 될거에요.
나는 왠지 어머니에게 말을 해야 될거 같았습니다.
엄마, 무슨 꿈 꾸시나요. 내가 지금 옆에 있네요. 성경책을 읽어드릴까요? 안마해드릴까요?
걱정마세요 엄마, 항상 곁에 있어요, 우리가족이. 너무 고생하셨어요. 시골집으로 다시 가고 싶으세요?
그 날, 어머니의 입에서 거품이 멈추지 않았어요. 나는 아버지를 깨웠습니다.
아버지는 간호사를 불렀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마음에 준비하셔야 될거 같습니다.
그 날, 어머니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으셨습니다.
그 날, 아버지의 절규를 들었습니다.
그 날, 나는 3층 옥상에 잠시 올라가 비를 맞았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슈퍼아저씨를 보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가족들을 보시고, 얼마나 당황하시던지.
나는, 장남으로서 울음을 너무나도 참았습니다.
그 때, 나는 남자이고 싶지않았습니다.
나중에, 슈퍼에 가서 아저씨를 다시 만났습니다.
아저씨는 내게, 아들아 힘내거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엄청 울고 말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