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봄이었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아파트는 주공아파트였는데 요즘 반짝반짝하고 높고 엘리베이터 렐렐렐 있는 그런 아파트..........가 아니고
80년대 초반에 지어져서 최고층은 5층이요, 당연히 엘리베이터따윈 없고
계단 난간은 다 무너져 내려가고 아스팔트는 막 무너지고 비오면 물새고 그런 요상한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하필이면 집이 꼭대기 5층에 살아서 비오면 베란다에는 물바다가 되었죠.
당시 이십대의 자매가 거기서 옹기종기 후덜덜하면서 살았으니 뭐 말 다했......
80년대 이야기냐구요? 아뇨 전 그집에서 2011년도까지 살고있었습니다..........
왜 살았냐고요? 곧 재개발 된다해서 재개발믿고요.....
제가 살던 곳은 좀 가난가난한 아파트지만 재개발을 믿고 들어온 사람들이 무척 많았습니다.
집은 후졌는데 차들이 벤ㅊ, 베엠베, 아ㅇ디 등등등.....
이사람들은 차에서 잠을 쳐 자나 그런 생각이 들 정도의 그런 이상한 동네였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 아파트에 살면서 겪었던 들을 시리즈로 써보고 싶네요)
아, 이게 본론은 아니고.....
저는 당시 눈에 총기가 새록새록하던 대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4학년이 무슨놈의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1교시를 신청을 쳐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다음학기에 학교를 안다니고 싶어서 그 4학년에 1교시를 쳐들으러 다니는 아주 바람직하고 총기가 가득한 학생이었죠.
제가 1교시 수업을 듣겠다고 8시에 나가고, 그 다음에 저희언니가 출근을 하겠다고 8시 반에 나가는 그런 시간대를 영유하고 있었는데
제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언니에게 문자가 옵니다.
"야 우리 1층에 불륜커플 산다 ㅋㅋㅋㅋㅋ" - 지금 기억으로 이런식의 내용입니다
나 - 얼굴봤어?
언니 - 아니 경찰왔어 ㅋㅋ
언니는 동네사람들 수근대는 이야기와 주위정황을 듣고 101호에 불륜커플이 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겁니다.
얼굴보면 말해주라고 하고 그 날의 일은 끝납니다.
그리고 여느때와 다름 없던 나날들이 펼쳐지고 있었죠.
그리고 한달뒤에
자정이 갓 지나고 집에서 퇴근하고 온 언니랑 뒹굴뒹굴하면서 닭을 먹을까 피자를 먹을까 하며 이십대 어느 여성들과 다름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그때 1층에서 온갖 상스러운 욕설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야 이 XXXX것들아 XXXXXXXXXXXXX!!!"
이 아파트에 욕이 잠깐만 들린 적은 있었지만 저렇게 5.1 서라운드로 장시간 들린 적은 처음인지라 언니와 저는 놀라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라는것이 그걸 가만히 듣고만 있진 않더군요..... 더 파고들고싶은 그 심리....
그래서 현관문을 엄청 조용히 열고 듣게 됩니다.
상기했다시피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이 뻥뚫려있어서 1층 아파트 입구에서 말하면 5층인 저희집까지 다 들리긴 했거든요
제대로 들어보니 어떤 여자 둘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상기한 욕설퍼레이드를 펼치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은 펑펑울고 있더군요
언니랑 머리를 짜매서 생각한 결과, 아무래도 불륜커플의 남편쪽 사람들 같았습니다.
뭐 쫓아오면 말 다했겠죠? 아내쪽친구들.........
듣고보니 이제 보고싶....던게 사람심린지라.....
또 언니와 머리를 짜서 생각한게 '재활용쓰레기 버리는 척 하면서 듣고오자!!!' 였습니다.
마침 또 다음날 쓰레기를 버리려고 준비해둔게 있었거든요 ㅡㅡ;;;;
저는 그냥 쓰레기와 음식물쓰레기를, 언니는 재활용쓰레기를 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려갑니다.
(하지만 눈치보이긴 했어요 ㅠㅠ)
저희가 내려가니 그 막 말하시던 분께서 저희 눈치를 보며 조용하시더군요. 그리고 그 뒤에 계시는 분도....
저희 자매가 보이지 않자 또 서라운드 욕설을 펼치시던 그분..... 뒷분은 정말 아무 말씀도 안하시고 눈물만 닦고 계시고요.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올라가자 잠시 조용하시더니 저희 발자국소리가 안들리자 다시 또 욕설을....
그런다고 저희가 들어간게 아니고 4층 계단난간에 기대서 조용히 듣고있었죠 ㅡㅡ;;;;;;;;;;;;
근데 얼마뒤에 조용하더니 경찰차도 오고 구급차도 오고 막 그러면서 다시 아파트가 시끄러워집니다.
알고보니 그 뒤에 울고만 계시던 분이 쓰러졌다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그 욕설 서라운드를 펼치시던 친구분께서 119를 부르셨나봅니다.
그리고 경찰이 와서 막 상황정리를 하시고요. 저희는 뭐 조용히 또 집에서만 듣고있었던지라....
그날의 일은 또 그렇게 끝나게 되는가 싶었는데...
다음날 언니가 퇴근하고 와서 해준이야기는 아주 가관입니다.
제가 일찍 학교를 가고 언니가 출근을 하면서 주위 동네 아줌마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있었나봅니다.
언니가 들은 이야기는
50대 중반의 남자가 20대 초반도 안되는 여자애를 꼬셔서 살고 있었는데
(그 집은 남자가 여자 살라고 해준게 맞았고요)
알고보니 그 남자 본처는 당시 항암치료중이었다고 합니다 ㅡㅡ;;;; 암치료중이었는데 남편새끼는 젊은 여자랑 바람을 피고 있었던거고요.
저희가 봤던 그 여자분들중 욕설을 하시던 분은 부인 친구분이셨고 뒤에서 울고만 계셨던 분은 본처였던겁니다........
얼마뒤에 그 집은 비었더군요 ㅡㅡ;;;;;
그리고 그 뒤에 들어온 집은 점집...........................
버라이어티한 동네긴 동네였습니다.
그 이후로 실제로 불륜커플이 본처에게 머리뜯기는 것도 보고 부인이 바람피우다 남편에게 싸닥션 맞는 것도 보고 그랬는데
저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건 제가 그 말로만 듣던 불륜을 처음 목도를 한 것이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점심시간이네요. 점심 맛나게 드세요.
길어서 요약이 필요하신 분들께
1. 6년전에 살던 아파트엔 불륜커플이 살고 있었다.
2. 남자는 50대 중반이나 되고 여자는 20대 초반이나 된 것 같았는데 남자 본 부인은 항암치료 받고 있었는데 남자가 그 때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3. 나는 그 집에 지금 안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