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오셔도 촛불집회 즐겁게 즐길 수 있지만 등산방석, 얼음생수, 사탕/초콜릿 등 간단한 간식,
양초+종이컵 or 사우론 양초 or LED랜턴, 우비 등이 있다면 더욱 쾌적한 촛불집회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1. 양초는 현장에서 나눠주긴 하는데 사람수에 비해 양이 적어서 뒷쪽 분들은 못 받을 가능성도 많습니다.
사우론 양초라든가 LED랜턴을 준비하시면 촛농 떨어지거나 종이컵에 불붙을 염려도 없고 정말 좋습니다.
사우론 양초란 이럴수지 님의 아이디어로서, 두꺼운 양초를 컵 길이에 맞춰 잘라넣은 양초인데
힘세고 오래가고 재사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땅에 내려놓을 수도 있는 짱짱 촛불을 말합니다.
다*소 같은 곳에 가시면 유리컵에 들어있는 천원 이천원짜리 짱짱 사우론 향초도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다음 집회때는 제사용 대왕 양초를 들고갈 생각입니다. 크..크고 아름다워!
2. 등산방석은 웬만하면 꼭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저는 엉덩이가 예민한 뾰족궁뎅인데 많이 배기더군요.
광장 안쪽 흙바닥에 일반 종이나 신문지를 깔고앉으면 종이가 젖은 흙에 달라붙어서 청소하기 난감해집니다;;
방석을 미리 준비하지 못하신 분들은 현장에서 등산방석과 얼음생수 파는 분들께 구입하실 수도 있습니다.
3. 저처럼 혼자 가셔서 솔플 레이드 뛰실 분들은 핸드폰 배터리 꽉꽉 채워서 두개씩 들고 가시는게 좋습니다.
집회 시간보다 먼저 도착하면 혼자 참 심심해요. 혼자 핸드폰 보고 계신 분들은 오유를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큽ㅠ
4. 이건 정말 꿀팁인데, 주최측에서 나눠주는 종이컵은 구멍이 크게 뚫려서 초가 기울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이 경우 촛불때문에 종이컵 윗부분을 태워먹거나 뜨거운 촛농이 손에 떨어지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두껍게 접은 종이를 초에 둘둘 감아주면 틈이 메워져서 불날 위험도 화상 위험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손바닥만한 종이를 두어번 접어서 도톰하게 만든 다음 초에 감고 종이컵을 끼워주세요.
종이컵에 LOVE IS...가 아련하게 느껴지신다면 그건 여러분의 착각입니다.
그냥 집에 있는 오래된 종이컵에 저 문구가 써있었을 뿐이에요. 정말이에요.
5. 꿀팁 하나 추가! 주최측에서 나눠주는 촛불은 길이가 한 뼘 정도인데 집회가 끝날 때까지 타오르지 못하고 으앙 꺼짐ㅠㅠ 입니다.
이럴 때는 빵빵하게 챙겨온 배터리로 플래시 어플을 실행하시면 번쩍번쩍 클럽 분위기가 됩니다! (촛불 어플은 불빛이 약해서 비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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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불문율이라고 해도 특별한 것은 없고, 기본적인 질서와 에티켓만 지키면 됩니다.
1. 기본중에 기본이지만 허락받지 않고 참가자의 얼굴이나 몸을 촬영하면 안됩니다.
제 앞쪽에 수녀복 차림의 수녀님들이 앉아계셨는데 어떤 남자가 수녀님들 정면에서 사진을 찍더군요.
수녀님들께서 사진 찍으시면 안된다고 말씀하시자 '아, 저도 신자에요' 이러더니 자리를 떠났습니다.
수녀님들 초상권은 어쩌고 제멋대로 찍는 걸까요;; 막말로 그사람이 신자인지 일베인지 어떻게 압니까.
천주교와 불교계에서 처음으로 참여한 의미깊은 집회에서 그런 짓을 하다니 참 얼굴도 두껍습니다.
2. 자리를 잡을 때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있도록 남겨둔 통로에는 되도록 앉지 말아주세요.
집회 중간에 자원봉사자 분들이나 중간에 먼저 나가는 분들을 위해 남겨둔 공간입니다.
어제는 광장이 꽉 차서 늦게 오신 분들은 통로에 자리잡을 수밖에 없을 정도였지만요ㅎㅎ
3. 중간에 나가시는 분들은 광장 뒤쪽이나 지하철 출구쪽에 자리잡으면 편리합니다.
없는 시간 쪼개서 와 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지만 나가시는 뒷모습이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ㅜㅜ
4. 정말 기본중에 기본이지만 집회가 끝나고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치워야 합니다.
집회가 끝나면 팜플렛이나 피켓, 생수병과 일회용 우비 등의 쓰레기를 한쪽으로 모아주세요.
*이것도 꿀팁인데, 비닐봉지를 챙겨가서 자잘한 쓰레기까지 깔끔하게 모아놓으면 정말 좋습니다.
지역마다 쓰레기 봉지 규격이 다르기도 하고, 또 주최즉에서 대형 쓰레기 봉지를 준비하니까
일반 비닐봉지에 꽉꽉 눌러담아 놓기만 해도 자잘한 쓰레기까지 훨씬 더 깔끔하게 치울 수 있습니다.
*생수병을 버릴 때는 '다 마신 것만' 쓰레기 더미에 모아주세요, 물이 남아있는 생수병은 처치곤란입니다!
*시청역 휴지통에 쓰레기를 버릴 때는 발로 꾹꾹 눌러서 버립시다. 청소 용역 여사님들 수고가 많으십니다!
*담배꽁초는 불 꼭 끄고 반드시 휴지통에 버려주세요. 자잘한 쓰레기는 정말 치우기 힘들어요
'담배꽁초 함부로 버리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집회 참여를 망설이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촛불집회는 걱정하시는 것만큼 과격한 시위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집회 처음 갈 때만 해도 왠지 모르게 위축되고 그랬는데 정말 중고등학교 축제만큼이나 뜨겁고 건전하게 진행됩니다.
엄숙하고 딱딱한 시위라기보다는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집회에 나온 건지 콘서트장에 나온 건지 헷갈릴 지경이에요.
누가 집회에 나왔나 번득이며 감시하는 80년대 사복경찰도 없고, 오로지 평화의 촛불과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 뿐입니다.
집회 참석 안했다고 너무 자책하지는 마세요. 님크를 통해 후원하는 방법도 있고, 뒤에서 응원하는 것도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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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끝나고 뒤쪽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누가 툭툭 어깨를 두들겨 주길래 돌아보니까
어떤 젊은 할아버지께서 슥 지나가시더군요. 순간 코끝이 찡-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집회, 청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 노년층이 정말 많았습니다. 고사리손 잡고 나온 부부, 혼자 온 아저씨,
산보하듯 손잡고 나오신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그야말로 세대를 아우르는 집회를 보게 되서 감동이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자식들에게 뭔가 보여주자' 짤방을 싫어합니다. 청년층에서도 투표 안하고 놀러가거나 박근혜 찍은 사람도 많은데
중장년층 노년층에서도 박근혜 안 찍은 분들도 매우 정말 많은데 나이드신 분들을 욕하면서 은근슬쩍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서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젊은 시절의 열정이 사그라든 중장년층이야말로 그들이 청년이었을 때, 그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과 행동을 보여줬고
노년층 역시 군부독재반대와 민주화 운동을 온몸으로 겪은 세대입니다. 저는 촛불 집회가 세대간 화합과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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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단아한 여사님께서는 부채를 들고 계셨는데 쓰레기 주운거 들고 지나가니까 부채질 해주셨습니다 헤헤
어른들께 귀염받는 얼굴인데 어째서 안생기는 걸까요 ^_ㅜ
다음주 토요일에도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듭시다.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참가자분들 다음주에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