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청각장애가 있는 아내를 직장에서 만나 딸을 하나 얻게 되었습니다. 결혼은 아직 못했습니다(다음주에 합니다~^^). 그 딸이 벌써 31개월이 되었습니다. 아내가 말이 많이 서툴러서(이웃들은 중국교포냐고 묻기도 합니다) 애를 낳은 후 걱정이 좀 되기도 했는데요. 여자애라서인지는 몰라도 언어습득능력이 좋은 편입니다.
아이들이 으레 그렇 듯, 딸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여과없이 흡수하는 스펀지와도 같기에, 나쁜말이나 욕설 등을 아이가 듣지 못하도록 많이 신경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조그만한 것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상하는 일이 생기는데요.
얼마전 퇴근 길에 딸에게 주려고 초코렛 과자 하나를 사들고 집에 들어갔습니다. 언제부턴가 내가 집에 들어가면 내 얼굴을 보기 보다는 손을 먼저 살펴보는 우리 딸이, 제 손에 들린 초코렛을 보고 예의 그 반짝이는 눈으로 까치발을 하며 다가오면서 말 합니다.
많이 좋아하며 받아 갑니다. 마치 절대반지를 다시 얻은 골룸이라도 된 마냥 빙글빙글 춤도 추고 동요도 부르면서 기뻐합니다. 하지만 바로 먹으면 엄마에게 혼이 납니다. 일일적정당분섭취량을 먼저 심사 받아야 하기 때문인데요. 그날은 이미 적정섭취량을 상회하는 사탕을 먹은 터라 초코예는 먹을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먹겠다는 딸과 안된다는 엄마의 실랑이가 몇차례 오가다 딸이 제 품으로 달려오더니 엄마를 노려봅니다. 5초 정도를 노려보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합니다. "매우거 머거~!!!!!!!!!!!!!!!!!!!"
갑자기 이게 뭔말인가요?????? 화가 나서 한말인것은 확실한데 무슨 뜻인지는 모를 소리입니다. 아내 역시 무슨 말을 한 것인지 모르는 표정입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주원아, 뭐라고??" 딸아이가 다시 말합니다.
"고추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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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이해가 되며 웃음이 픽 새어납니다. 딸이 엄마에게 욕을 한것입니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엄마가 고추를 먹고 고통스럽게 매워하는 모습을 떠올리고 한 말입니다. 우선 꼭 안아준 다음에 엄마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고 말하며 초코예를 먹게 해주는 걸로 마무리했는데요. 일하다 화나는 일이 있으면 숫자나 동물명을 습관처럼 내뱉는 저에게 가르침을 주네요. 앞으론 욕설을 하기보단 '고추 먹어' 나 '레몬 먹어', '오줌 참어'로 바꾸면 제 정신이 더 맑아질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