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한다. 이제 이 스승도 너를 당해낼 수가 없구나."
"감사합니다."
스승님께서 사이오닉 검을 거두시고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으시며 말했다.
"너는 준비가 되었다고 보고하마. 마음 단단히 먹는 게 좋을 게야."
지난 몇 백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에, 나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이제 나도 다른 자랑
스러운 프로토스 전사들 처럼, 샤쿠라스를 벗어나 프로토스를 멸망의 위험으로 몰아넣는 모든 위협
으로부터 보호 할 것이다.
"내일 아침 명상시간이 끝나고 보자꾸나."
"예!"
대답하는 텔레파시에 힘이 들어가있는 걸 보고 스승님은 웃으시며 수련실을 나가셨다.
밖에 나와보니 날이 거의 저물고 있었다. 샤쿠러스는 원래 어두운 행성이라 아이어에서 대피한 뒤
몇년간 햇빛만을 보고는 시간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을 정도였다.
건물에서 나와 내 혈족들이 사는 구역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약간 추울 정도의 시원한 바람이 아까
의 대련에서 뜨겁게 달아올렸던 몸을 식혀주고, 들떠있던 마음도 차분하게 되었다.
아이어에서 살았을 때는 내 혈족은 행복하고 잘 살았었다. 종족 전쟁에서 가끔씩 우리 혈족이 한명
씩 죽어갔지만 아이어를 지키다 죽은 명예로운 죽음으로 여겨졌다. 어린 자들은 프로토스 전사들의
영웅담을 듣고 전사가 되는 것을 꿈꿔갔으며, 늙은 자들은 정세를 토론하고 끝이 없는 그 방대한 지
식을 조금씩이나마 우리가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주시며 젊은 이들을 이끌어 주셨다.
저그가 아이어를 침공했을때, 우리는 빠르게 대피를 하지 못했다. 내 할아버지께서는 한때 고위기사
셨던 몸을 이끌고 전에없던 강력한 사이오닉 폭풍을 퍼부으시며 혈족의 젊은이들과 함께 우리가 도
망갈 시간을 벌어주셨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차원 관문은 이미 저그에게 점령당해있었고 우리는
발각되어 사냥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다른 차원 관문에 도착한 우리 혈족은 몇 되지 않았다.
그 후, 이 곳 샤쿠러스에서도 저그가 들어왔다는 소식은 약한 몸 때문에 학자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하던 나를 전사가 되게끔 결심하게 만들었다.
젤나가가 남긴 유물로 샤쿠러스에서 저그가 물러간 뒤부터 지금까지, 나는 남들보다 작은 몸과 약한
힘을 보완하기 위해 매일매일 끝없이 단련했다. 결국 나는 다른 전사들보다 보다 더욱 강하고 오래
가며, 길어진 사이오닉 검을 쓸수 있게 되었다. 스승님께서는 나에게 고위기사의 소질이 있으시다고
하셨다. 전투에서 나를 증명할 수만 있다면 고위기사로 훈련받을 수 있게 될지도 몰랐다.
집에 도착해보니 어머니 혼자만 계셨다.
"어머니."
"아들아."
어머니는 그 사건뒤로 이제까지 한번도 바뀐 적 없는 우울한 텔레파시로 답하셨다.
"기뻐하고 있구나."
"예. 저도 이제 기사단에 들어갈 수 있게 됬어요."
"..."
어머니는 그대로 침실로 들어가셨다.
내 친형제 친자매들이 찢겨나가는 것을 어머니는 직접 두 눈으로 보셨다. 내가 거기에 있었어도...
우리가 전에 살던 곳과는 매우 다르게 휑하고 창백한 색의, 암흑기사가 살던 이 건물은 아직도 적응
이 되질 않는다.
나는 잠들기 전에 명상을 해 마음을 가라않히고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집엔 아무도 없었다. 친척들은 아직도 의회에서 돌아오지 못하시는 걸까?
집을 나서보니 또 다른 스승님ㅡ암흑기사ㅡ이 햇빛을 받으며 서 계셨다.
"안녕하세요."
"다르-걀. 소식은 들었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뒤돌아서서 마주하고 말하셨다. 다른 암흑기사들처럼 그녀는 신경망이 잘려
져있고 키가 나보다도 작고 왜소했다. 그리고 한 팔이 없었다.
"한번 나가면 돌아오지 못해. 특히 너같은 겁쟁이는 몇분도 살아남지 못할 거다."
전과 마찬가지로 그녀는 계속해서 험담을 퍼부었다. 처음 암흑기사와 만났을 때는 전혀 마음이 이어
지지 않고, 이러한 일상적인 악담때문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이젠 이것도 암흑기사 나름의 대화법
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강하게 염원을 담아 텔레파시를 보냈다.
"스승님. 전 우리 프로토스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마칠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
스승님은 다시 뒤돌아서셨다.
"죽어서 얻는 명예는 중요하지 않다. 살아 돌아오는 것만이 중요해."
"예? 하지만 테사다께서는..."
"그래. 그렇게 너도 떠나는 구나."
말을 마친 뒤 스승님은 존재감이 사라지셨다.
수련장에 도착했을 땐 나와같이 이번에 광전사가 되는 형제들이 있었다. 나도 그들과 같이 수련장
중앙에 서서 햇빛을 받으며 서서, 주변의 어린 자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스승님께서 들어오셔서 우리에게 기쁨의 텔레파시를 보내시며 말씀하셨다.
"드디어, 또 다른 프로토스의 전사들이 여기서 탄생했구나. 자랑스럽다. 모두들, 기뻐하라! 이곳에
우리 프로토스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자들이 있다!"
그리고 쏟아져나오는 환호, 기쁨, 반가움, 부러움, 탄성.
우리들은 질서정연하게 서있으며 애써 근엄한 체를 했다.
잠시 뒤, 수련실 밖에 중앙 넥서스까지 우리를 태워줄 셔틀이 도착했다. 안에서 한 광전사가 나오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엔타로 테사다. 그대들이 새 수련자들이로군. 어서 타시오."
우리는 차원 관문의 푸른 문의 앞에 질서있게 줄을 서서있었다. 뒤에서 한 고위기사가 강렬하게 외
쳤다.
"아이어를 위하여!"
"아이어를 위하여! 프로토스여, 영원하라!"
차원 관문의 푸른 빛이 점점 강해지고, 그 빛이 절정에 달하자 맨 앞의 광전사부터 달려들어갔다.
푸른 문이 몸에 닿는 순간, 몸이 빨려들어가며 어딘가로 쏘아보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몇초간의 짧은 시간동안 꼭 하늘 위에 나는 새처럼 무중력을 처음 경험했다.
갑자기 시야가 좁아지며 주위 사물들이 느껴지고 다시 정체성을 되찾았다.
"내 목숨을 아이어에!"
주변에 계속 소환되는 형제들과 함께 합창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땅은 황무지나 다름없게 볼품없었고 간간히 커다란 구덩이와 꿈틀거리는 역겨운 점막지대가 보였다.
우리 앞엔 이미 2열 종대씩 몇겹의 광전사들과 고위기사들, 그리고 말로만 듣던 불멸자가 한분 계셨
다. 그리고 저 멀리 지평선에서 저그의 군단이 우리쪽을 향해 뛰어오는게 보였다.
저그를 보는 우리들의 마음이 분노, 흥분, 살의로 가득 찼다.
[준비하라, 젊은 이들이여. 영원한 영광을 위하여!]
"엔 타로 테사다!"
가슴을 울리는 깊고 우렁찬 텔레파시에 우리는 하나가 되어 합창하고 저그에게 달려들었다.
고위기사들의 강력한 사이오닉 에너지가 저그가 가장 밀집되어있는 곳을 강타해 그곳에 있는 저그
생물체들의 외피를 산산조각 낼 뿐만 아니라 아예 한줌의 고깃덩어리가 되도록 만들었고 몇몇 노련
한 광전사들은 멀리서 날아오는 침과 산성액들을 보호막으로 막지 않고 아예 썰어버렸다.
저그 군단과 우리가 닿자마자 주변은 비명의 텔레파시와 광기, 살육만이 가득했다.
나는 여덟마리로 뭉쳐다니는 저글링 무리와 맞닥트렸다. 이 약은 생명체들은 달려들지 않고 천천히
나를 둘러싸고 내가 아주 조금이라도 허점을 보이면 한꺼번에 달려들 속셈이었다.
수련장에서 배운대로 정면돌파를 하기위해 앞의 저글링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이놈은 요리조리 피하
기만하고 오히려 뒤에 있던 저글링들이 아주 가까이 와서 공격하려다가 내가 뒤돌자 뒤로 빠지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가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사이오닉
검을 낼수 있는 한 가장 길게 빼내고 즉시 주변을 쓸었다.
두마리의 저글링들이 긴 사이오닉 검에 깜짝 놀라 피하려 했지만 검에 맞아 순식간에 둘로 갈라졌다.
그것을 본 다른 저글링들이 이번엔 한꺼번에 나에게 덤볐다.
정면에 있던 셋의 저글링은 나에게 닿기도 전에 내가 양분했지만 뒤쪽에 있던 저글링들은 기어코 내
보호막을 두드리는 것을 성공했다. 처음 당해보는 강하고 매우 빠른 공격에 나는 약간 휘청거렸지만
보호막을 믿고 다시 검을 휘둘렀다. 두마리의 저글링이 또 양분되자 남은 한마리의 저글링은 슬금슬
금 뒤로 도망쳤다.
옆을 보니 한 형제가 바퀴가 휘두르는 양 갈퀴를 잡았지만 입에서 나오는 산성액에 보호막이
뚫리고 무참히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나는 분노로 마음이 폭발하는 것을 느끼며 바퀴에게 달려들어
엉덩이쪽 갑피를 찔렀다. 하지만 두터운 갑피에 사이오닉 검이 잘 들어가질 않았다.
바퀴가 이쪽을 돌아보려고 하자 나는 온힘을 다해서 사이오닉 검을 증폭시켰다. 새로 받은 강화
전투복은 이를 가능하게끔 나를 도왔다.
검이 점점 길어지고 두터워지자 바퀴가 위험을 느꼈는지 잡고 있던 광전사를 치워버리고
나에게 산성액을 뱉었다. 하지만 내 보호막을 뚫진 못했다. 나는 그대로 증폭된 검을 빠른 속도로
휘둘러 바퀴를 안에서부터 수십 번 썰었다. 바퀴가 비명을 지르고 쓰러지는 것을 확실히 확인하고
쓰러진 형제에게 가보려고 했지만 뒤에서 두개의 커다란 갈고리가 보호막을 뚫고 내 어깨를 강타했
다.
'으아악!'
난생 처음 당한 치명적인 공격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 마음을 고쳐먹고 뒤돌으며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나보다 훨씬 큰 이 히드라리스크는 검이 닿기전에 내 얼굴을 한팔로 치고 쓰러지는 나를
또 다른 한팔로 내려 찍으려 했다. 위에서부터 강하게 내려찍어오는 갈고리를 간신히 굴러 피하자
히드라리스크가 비명과 같은 말을 외치더니 가시뼈를 발사했다. 나는 근접거리에서 발사된 뼈를 피
하지 않고 그대로 강화복을 믿고 맞으며 달려가 머리를 남들보다 긴 검을 써 잘라냈다. 쓰러지면서
도 마지막으로 날라오는 갈고리를 막고 몸을 난자한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그의 시체가 땅을 가득히 메우고 시체에서 뿜어져 나온 액체가 발목까지 적시고 있었다.
몇몇 광전사들은 앉아서 다친 육체에 대한 고통을 이겨내며 있었고 고위기사들은 돌아다니며 남은
광전사들을 모아 다시 정렬시키고 있었다.
쿵 쿵
옆에 불멸자 분이 멈추셨다. 그의 강인한 몸은 보호막이 뚫렸어도 몇번 긁힘 나지 않고 멀쩡했다.
[엔타로 아둔. 그대, 이름이 뭔가.]
"엔타로 테사다. 다르-걀 입니다."
[이번이 처음 전투인가.]
"그렇습니다. 고귀하신 분이시여."
[잘해주었다, 용감한 자여. 다음번에 살아남으면 또 보세나.]
쿵 쿵
이 말을 마치고 그는 고위기사들에게 갔다.
전투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고 칼라의 길에 가까이 갔지만, 그것을 거부하고 차디찬 기계에 몸을
맡겨 프로토스를 위한 봉사를 계속하는 자들. 그들과 함께라면 무엇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이 들었다.
나는 가장 가까이 있던 쓰러진 형제 한명을 부축하며 다른 이들과 합류해 수정탑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선 탐사정들이 언덕 위에 광자포들과 보호막 충전소를 소환하고 있었다.
그냥 써봤어요 ㅎ
재밌으시거나 할말 있으시면 추천해주시구 댓글 달아주세요.
아, 그리고 이번건 이걸로 끝나는게 아니라 계속 써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