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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422834
    작성자 : ㅁㅇㄴㄹ
    추천 : 4
    조회수 : 507
    IP : 61.251.***.216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2/10/04 00:16:20
    http://todayhumor.com/?gomin_422834 모바일
    안좋게 헤어진다는 게 어떤건지 처음 알았다.

    너와 나는 200여일간의 연애를 끝마쳤다.

    그동안 너와 나는 문제가 꽤 많았다.

    입이 거칠고 욱하는 성격이 심한 너와는 달리, 맘에 담아둔 말도 쉽사리 내뱉지 못하고 욕은 더더군다나 입밖에 내지도 않는 나.

    애초부터 우리는 어울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래, 내가 먼저 너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담배피는걸 참 싫어하는 나인걸 알면서도, 그것보다도 거짓말 하는걸 더 싫어하는 나를 알면서도 끝내 흡연사실을 숨기려 들던 너

    우리의 데이트 코스는 참으로 일률적이었다. 네가 좋아하는 오락실, 난 멀찍이 구경만.

    어쩌다 널 아는 사람과의 무리가 형성되면 넌 항상 그들과 온갖 상스러운 말을 하며 어울렸지. 난 뒷전에서 핸드폰만 만지작 댈 뿐.

    네가 SNS에 날 타겟으로 씨발소리를 남발했을 때에도 나는 이런 곳에 쓸 이야기가 아니지 않냐며 1:1로 대화해 풀자고 했다.

    네가 SNS에 여친과 모텔이 어쩌니 저쩌니 하며 온갖 섹드립을 칠 때에도 나는 이게 혹시 내 얘기는 아닐까 남몰래 가슴졸였다.

    한번 너에게서 정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겉잡을 수가 없더라.

    나에겐 웃는 낯을 해놓고선 뒤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내 얘기를 안좋게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널 만나기가 힘들었다.

    한번 믿음이 사라지니 너란 사람이 멀게만 느껴지더라.

    그러다 결국 일이 터졌다. 헤어지잔 말에 수긍하더니 그 날 새벽, 내가 잠든 시간에 죽겠다고 소동을 벌이던 너.

    아침에 일어나서 너의 멀티메일을 받아보고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널 좋아하는 이 마음을 가진 채로 이 세상에서 없어지는게 낫겠다 라는 식의 문자였다. 무서웠다. 소름이 돋았다.

    전화를 해도 넌 어차피 우리는 남남인데 네가 알 바가 뭐냐고 쏘아붙였다. 할 말을 잃은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 이후로 계속되는 너의 문자에 난 무서워서 번호를 바꾸었다. 

    그걸로 너와 나의 사이는 정리된 줄로만 알았다.

    오랜만에 네이트온을 들어갔다. 미확인 쪽지 세 통. 뭔가 조금 불안했지만 확인 해 보니 아니나다를까 너의 욕설 가득한 쪽지.

    그래도, 한때나마 사랑했던 전 여자친구인데, 성적인 욕까지 할줄은 정말 몰랐다.

    앞으로 네가 만나게 될 사람은 널 애인으로 안보고 창녀촌에서 일하는 년으로 볼거다.

    그렇게 걸레같이 굴지 마라. 네가 애를 배서 학교를 다니건 말건 내 알 바 아니니 신경 끄겠다. 나 군대 다녀올 때 까지, 너 졸업 할 때 까지 두번 다시 마주치지 말자. 라는 내용의 쪽지.

    할 말을 잃었다.

    난 너와 사귈 때 내 주위사람 그 누구에게도 네 욕을, 욕이 아닌 단점조차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나한테 정말 잘해준다고 착한 애라고...그렇게 말해왔다...

    가끔씩 네 본모습이 보이는 듯 했지만 난 애써 외면하고 부정해왔다. 이런 애가 아닐거라고. 

    뒤통수를 후려맞은 기분이다. 

    그런데 너는 참.....고맙다. 너 덕분에 난 참 오래 살 것 같다.

    난 너때문에 친구들과의 관계도 끊었다. 너와 헤어지고 우리 사이를 알았던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를 끊었다. 헤어진 너와 나를 대하기 어려워할까봐 라는 변명 하에, 사실 네가 나에 대한 어떤 말을 그들에게 할지가 무서워서 피했단게 더 맞는 말일 것이다.

    넌 그 사람들에게도 내 온갖 욕을 하겠지.

    난 단지 너에게 헤어지자고 한 것 뿐인데, 넌 날 걸레에 창년 취급을 하겠지. 

    마지막이나마 남아있던 좋았던 감정들을 한순간에 바꿔준 너란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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