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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22218
    작성자 : 썸E
    추천 : 10
    조회수 : 763
    IP : 218.53.***.237
    댓글 : 62개
    등록시간 : 2014/08/02 22:54:00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22218 모바일
    불필요한 친절이 왜 불필요 하냐면요

     
    대전살아요
    서울에 일 있어서 잠시 다녀왔어요
    서울은 비 안오는데 대전은 비가 내려요
     
    그치만 비가 올걸 예상했던 나란남자☆
     
    역 계단을 내려와 우산을 쿨하게 딱 펼치는데
    우산이 없는 몇몇의 사람들이 옆에 보여요
     
    왠지 모를 뿌듯함이 등줄기를 쓸어내려요
     
    근데 옆에,
    하늘하늘한 원피스에 청순청순 외모를 보유하신
    왠지 우산을 빌려줘야만 할 것 같은
    젖어서는 안될거 같은 포스의 누나(..한참 동생??)가 보여요
     
    남자는 그래요 가끔
    괜히 이런거 보면 쓸데없는 오지랖?
    아니면 허튼 기대? 뭔지 모를 상상?
    그런거 있어요 그냥
     
    저는 집이 가까우니까 쓰고 가시라며 우산을 드렸어요
    사실 집이 가깝기도 해요 버스 세정거장 거리
     
    여자분이 당황하며 괜찮다고 사양하시는데
    되게 상남자 같은 느낌을 풍기기 위해
     
    그럼 전 이만- 하며 막 뛰었어요 버스 정류장까지 ㅎㅎㅎㅎ
     
    대전역에서 버스 정류장은 가까워요 뛰면 한 1분 걸리려나
    집으로 가는 버스를 막 기다리는데
    4~5분 정도 지났을까
    그 여자분이 사박사박 걸어오는게 보여요
     
    원피스가 젖을까 되게 차분하게 걸어오는데
    우산 빌려주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원피스도 되게 옅은 색이라 속이 비출거 같기도 해서 더 뿌듯해요
     
    그렇게 혼자 뿌듯함에 잠겨있는데 버스가 들어온다는 신호가 보여요
     
    버스를 탔죠.
     
    그런데 그 여자분도 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음, 뭐 같은 방향이겠거니 했죠
     
    버스는 한산하니 자리는 많았고
    난 중간쯤 자리했고, 여자분은 조금 더 뒤쪽에 앉았어요
     
    어차피 금방 내릴거니까 머리 좀 툭툭 털고 핸드폰에 비 묻은거 바지에 쓱쓱 닦고
    내리는 문 옆에 서 있었어요
    세정거장이면 5분이면 도착해요 차 안막히면 ㅋㅋ
     
    그런데 한 정거장 지나니까 여자분이 쓱 일어나는게 보여요
    ㅋㅋ 일부러 안보려고 해도 문옆에 서 있으면 앞뒤가 다 보이잖아요?
    괜히 의식하는거 같아서 핸드폰 눈누나나 보면서 있었어요
     
    여자분이 말을 걸어요
     
    자기는 괜찮으니까 우산 가져가라네요
    한번 빌려준 우산인데 그걸 어째 받아요 ㅋㅋ
    저 요앞이 집이라 괜찮다면서 사양했어요
    그래도 여자분이 계속 받으라고 하길래
    저 정말 요앞이 집이에요. 아 다왔다.
     
    하면서 집 가기전 한정거장 앞에서 내렸어요 ㅋㅋ
    어차피 걸어가도 신호 하나 건너는 거리라
    여자분이 우산 줄까봐 일부러 내렸어요
     
    뭘 바라고 그런건 아니에요 ㅋㅋ 그냥 남자는 가끔 그러고 싶을때가 있어요
     
    비를 타박타박 맞으며 걸어가는데
    신호에 걸린 내가 탔던 버스가 앞에 보여요
    사거리에 걸린터라 조금 신호가 길어요
     
    난 신호를 건넜고 버스는 조금 대기하다가 좌회전을 틀어 정류장에 멈춰요
     
    그리고 운명처럼(?) 그 여자분이 내려요
     
    한 50미터쯤 앞에 그 모습이 보이는데 ....
    하늘하늘한 원피스가 탁 내리는게 보이는데
     
     
     
     
     
    정류장에 되게 말끔하게 생긴,
    훈남 스멜 나는 남자분이 우산을 촥 펴며 여자분을 반겨줘요
     
    그리고 여자분은 그 우산을 같이 써요
    되게 다정하게 둘이 우산을 써요
     
    내가 준 우산은 접혀서 손에 쓸쓸히 있어요
     
    난 멀리서 비를 맞으며 타박타박 걸어가요
     
    나랑 가는 방향이 비슷한거 같아서
    그냥 골목길로 돌아 지름길을 통해 집으로 향해요
     
    집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막 뛰고 싶어져요 ...
     
    막 뛰어요
     
    뛰니까 그 노래가 막 생각나요
     
    나 있잖아~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하늘 땅만큼
    엄마가 보고싶음 달릴거야 두 손 꼭쥐고. 빠바바밤빠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하니) 이세상 끝까지 (까지)
    달려라 하니~~~~~~~~~~~~~~~
     
     
    속으로 그 노래를 막 부르면서 뛰어요
     
    집에 도착하니까
    엄마랑 동생이 있어요
     
    엄마가 젖은 내 모습을 보니
    우산 가져갔는데 왜 젖어서 오냐며 물어봐요
    동생은 비 많이 오는데 어디갔다오냐며 물어봐요
     
    왠지... 인생은 덧없는거 같아요
     
    슬퍼요 왠지 ㅠㅠㅠㅠ
     
     
    분명 역에서 나올때까지는 상남자였는데...
    그냥 상놈이된거 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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