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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humorstory_421542
    작성자 : 쉐펠
    추천 : 11
    조회수 : 765
    IP : 61.251.***.146
    댓글 : 33개
    등록시간 : 2014/07/22 15:54:51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21542 모바일
    노약자석을 이용합시다.(내가 분노조절장애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요즘 직장을 쉬고있어서 대낮에도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때가 종종있어요.
    며칠전 아침에 4호선 당고개행을 타고 있었습니다.
    전날 제사집에 밤을새고 가던길이라 무척 앉고 싶었지요.
    사람들이 약 80%정도 자리에 앉아있었고 저도 무난히 자리에 앉아 잠을 청했지요.
    그런데 사당쯤 갔을때였나? 누군가 제 무릎을 툭툭 치는겁니다.
     
    "뭐지? 설마 종점인가" 하면서 고개를 드니 웬 양복을 입고 술을 한잔 하셨는지 얼굴이 빨간 노인분이 저보고 손짓으로 나오라고 하는겁니다.
     
    '아, 자리 비켜달라고 하시는거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씀도 안하시고 너무 힘들어서 혹시나 노약자 석이 있나 슬쩍 봤는데 노약자석은 텅텅 비어있는겁니다.
     
    "저...노약자 석이 비었는데요."
    그러자 노인분이 퉁명스럽게 제 어깨를 자기쪽으로 당기면서 '그래서 뭐?'라는 표정으로 다시 비키라고 손짓 하시는 겁니다.
    저는 순간 울컥했습니다.
     
    나름 예의바르고 경우를 지킨다고 생각했지만 좀 너무한다는 생각에 뭐라고 말씀드리려다가 불현듯 제가 대학교 시절 <교양연극>에서 A+을 받았던 기억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면서 저는 메소드 연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처음엔 바보인척 하려다 이미 처음에 멀쩡하게 얘기해버리는 바람에 분노조절장애라는 예전에 서프라이즈에서 봤던 정신질환연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진짜 이명박!"이라고 크게 소리치고 "벌레~!"라고 한번 더 소리치고 유리창을 소심하게 뒤통수로 콩콩 두번 부딪히며 머리를 쥐어뜯었습니다.
     
    솔직히 연기는 하려고 했지만 저 대사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전날 본 4대강 큰빗이끼벌레 뉴스때문일까요.
     
    그러자 앞에 있는 노인분이 다소 당황하면서 드디어 입을 여셨습니다.
     
    "자...자리 비켜 달라니까.."
     
    나는 연기가 어느정도 먹힌다는 걸 직감하고 다시 비어있는 노약자석을 멍하니 삼초정도 주시하다가 "이스라엘~ 하마스~ 할렐루야"를 또박또박 아주 느리게 외쳤습니다. 마치 신생아가 단어를 배우듯 한음절 한음절... 이...스...라..엘...이렇게 말이죠.
     
    그리고는 고승덕 변호사의 연설장면을 생각하며 한쪽 주먹을 하늘로 치켜들었죠.
     
    이 대사도 역시 전날 뉴스에서 본거 같았습니다.(진짜 가자지구에서 있었던 이스라엘의 만행은...ㅡㅡ+)
     
    여튼 이정도가 되자 주위사람들이 웅성웅성했고 심지어 내 앞자리에 앉아계신 중년의 신사분은 "거 많이 불편해 보이는 친구인데 노약자석에 앉으시죠 어르신"하고 제 편을(?)들어줬습니다...불편한건 머리가 불편한 걸 말한거겠죠. ㅎㅎ
     
    하지만 역시 이 할아버지... 만만찮으셨습니다.
     
    "요즘 젊은것들은.. "전형적인 레파토리가 나오는겁니다.
     
    저는 속으로 '어르신...겨우 그정도입니까..'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살짝 침을흘리며(솔직히 이건 개오바였다고 생각합니다.) 할아버지를 향해 웃으며 "어버버..이 연..합"이라고 나즈막히, 그러나 또렷이 초점풀린 눈으로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텀을 두고 "악~!"이라고 좀 크게 외쳤습니다. 역시 고승덕 변호사의 "미안하다~~"포즈를 하면서요.
     
    이쯤 되니까 제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가 혀를 차시며 자리를 옮기셨고 심지어 제 옆에 서있던 아이가 그 아주머니가 비킨 자리에 앉으려하자 "아니야. 거기는 앉는거 아니야."라며 어머니로 보이는 분이 애를 말렸습니다. (아이야...못난 어른이 되어... 미안하다~~!!)
     
    그러자 노인분이 뒷걸음질 치시더니 비어있는 노약자석으로 가서 힘없이 앉으시는 겁니다.
     
    그리고 저를 원망스럽게 쳐다보시더군요.
     
    저는 웬지모를(?)승리감에 빠져 한가지 사실을 놓쳤습니다.
     
    저는 수유까지 가야한다는 사실을요.
     
    명동을 지날때쯤 이 소동이 끝났으니 거의 15코스가까이를 이러한 시선을 받으며 이동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자 무척 창피해지는겁니다.
     
    게다가 오전 이른시간이라 탑승한사람이 명동이나 서울역 등에서 잘 내리지도 않으시더군요.
     
    저는 약 40분을 잊을만하면 "알..리..바바.."이러면서 알 수 없는 얘기를 하며 분노조절장애자처럼 성질을 내는 행동을 역 하나 지날때마다 해야했습니다.
     
    게다가 할아버지는...종점까지 가는지 일어나시질 않더군요.
     
    내릴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이왕 버린 몸, 그냥 그러면서 목적지인 수유까지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내리면서도 왜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살짝 다리를 저는 행동을 했습니다.
     
    아....앞으로는 좀 어르신들이 막무가내더라도 무조건 자리를 비켜드리는게 차라리 낫겠구나 하면서 집에들어와서 이불을 팡팡 차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ㅜ.ㅜ
    2014-06-17 09.12.33.jpg
     
    <이 사진은 사건과 아무 관련없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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