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타고난 악인은 없다네
평소에는 다들 선량한 사람들이지
적어도 다들 평범한 사람들이야
그런 사람들이 막상 다급해지면 악인으로 돌변하니까 무서운 걸세
그러니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되네
-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 中
언젠가 깨질 관계는 싫다
그런 관계라면, 시작조차 하고 싶지 않다
경계해야 한다
나는 원하지 않는다
다가가지 않고, 다가오면 멀리한다
이해는 바라지 않는다
비겁하고 추악해 보여도 어쩔 수 없다
나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보편적인 삶이 꼭 옳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옳지 않을 수도,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는 대화를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건 분명 서로를 이해한다든가, 친하게 지내고 싶다든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든가, 함께 있고 싶다는 것처럼 건전한 바람이 아니다.
나를 알아주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나를 이해해줄 리 없다는 것도 알고,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내 마음속에 자리한 것은 훨씬 가혹하고 잔혹한 갈망이다.
나는 이해하고 싶은 거다. 이해하고 싶다. 알고 싶다. 알고 안심하고 싶다. 그래서 편안해지고 싶다. 모른다는 것은 너무도 무서운 일이니까.
완벽하게 이해하고 싶다니, 지독하게 독선적이고 독재적이고 오만한 소망이다. 치졸하고 소름 끼친다. 그런 바람을 품고 있는 나 자신이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다.
하지만 만약, 만약에 상대방도 같은 마음이라면.
그 추한 자기만족을 서로에게 강요할 수 있고, 그런 오만함을 용납할 수 있는 관계가 존재한다면.
그런 관계가 성립할 리 없다는 것쯤은 안다. 이룰 수 없는 소원이라는 것도 안다.
손이 닿지 않는 포도는 시큼할 게 틀림없다.
하지만 거짓말처럼 달콤한 열매 따위 필요 없다. 거짓된 이해와 기만으로 점철된 관계라면 그런 것은 필요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바로 그 신 포도다.
시큼해도, 씁쓸해도, 맛없어도, 독에 불과해도,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것이라 해도, 바라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해도.
- 와타리 와타루의 '역시 내 청춘 러브코메디는 잘못됐다. 9'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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