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올라온 글 보고 떠올라서 쓰는 글입니다.
저도 심오한 거 좋아하고, 의미 찾는 것도 좋아합니다. 대체로 암울한 애니가 그렇지 않은 것보다 심리 묘사나 스토리 전개 면에서 훨씬 공을 많이 들인 경우가 많고, 암울한 작품은 심지어 주연급 캐릭터의 죽음에도 인색하지 않죠.
이유를 따지자면 여백이 부족해서 못 쓸 정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굳이 한 가지만 쓰자면 그겁니다.
암울한 애니가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렸어요.
이건 꽤 진지하게 하는 소립니다. 후유증을 더 큰 후유증으로 푸는 짓을 반복해오니 자극적인 애니만 골라보게 되었는지도 모르겠고, 대체로 저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거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게 전부 그런 쪽 애니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재밌게 본 것들이 지뢰 취급받는 모습을 종종 보는데 그럴 때마다 꽤나 씁쓸합니다.
자극만을 추구하는 애니는 정작 또 그렇게 자극되지 않는 게, 저는 유유유를 볼 때는 아 그렇구나 하면서 봤는데 역내청을 볼 때는 가슴이 갈갈이 찢겨나갔고, 아카메가 벤다보다는 ef가 더 깊은 절망을 깨닫게 만들어줬죠.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암울한 작품이 무엇인가부터 정의해야 할 것 같기는 하네요.
물론 암울하지 않은 데 꽤 괜찮게 보는 경우도 종종 생기지만. 엄밀히 따지면 케모노 프렌즈는 서벌 우는 장면 보고 궁금해져서 본 거고, 뉴 게임은 작품 외적인 블랙 코미디가 재밌어서 본 거라. 이걸 작품 본연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본 거라고 말할 수 있을지 크나큰 의문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