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법칙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법칙 중의 하나가 에너지 보존법칙이다. 에너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 한 종류의 에너지가 다른 종류의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것이다. 1905년 아인슈타인이 질량이 에너지로, 에너지가 질량으로 상호 변환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유명한 E = mc2의 공식이다. 그 후 에너지 보존법칙에는 질량까지 포함되었다. 따라서 에너지 보존법칙은 이제 에너지 질량 보존법칙이 되었다. | |
가장 근본적인 법칙인 에너지 보존 법칙
에너지 보존 법칙이 처음 제기된 것은 열의 성질을 연구하는 과정에서였다. 현재는 열이 에너지의 한 형태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열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었다. 그 당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열은 열소라는 물질이 만들어내는 화학작용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다. 열역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카르노(Nicholas Léonard Sadi Carnot, 1796~1832)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1824년에 열소설을 바탕으로 열기관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열의 기동력과 그 능력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 |
열역학 제 1법칙 : 에너지 총량은 보존된다
그러나 마이어(Julius Robert von Mayer, 1814~1878), 헬름홀츠(Hermann Ludwig Ferdinand von Helmholtz, 1821~1894), 줄(James Prescott Joule, 1818~1889)과 같은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열도 에너지의 한 형태이며 열을 포함하여 에너지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에너지 보존법칙이 확립된 것이다. 특히 영국의 줄은 1847년에 행한 실험을 통해 1cal의 열량이 4.184 J의 에너지와 같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렇게 해서 확립된 에너지 보존 법칙은 열역학 제1법칙이라고도 부른다. | |
그러나 과학자들은 곧 열이 에너지의 한 형태라는 것을 밝혀낸 것은 열에 대한 이해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은 에너지이므로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흘러간다고 해도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100℃의 물체가 가지고 있던 100cal의 열량이 0℃의 물체로 흘러가도 열량은 100cal 그대로 유지된다. 온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열 에너지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넓게 퍼지는 것이다. 열도 에너지의 일종이고 총량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면 낮은 온도의 물체에서 높은 온도의 물체로도 흘러갈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열은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만 흐를 뿐 낮은 온도에서 높은 온도로 흐르지는 않는다. 이것은 에너지보존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운동에너지는 쉽게 모두 열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달리던 물체에 마찰력이 작용하면 물체가 가지고 있던 운동에너지는 모두 열에너지로 바뀌고 물체는 정지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열에너지는 일부만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있을 뿐이다.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는 모두 에너지인데 왜 열에너지는 일부만 운동에너지로 변환되는 것일까?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 |
| 엔트로피의 개념을 처음 제안한 클라우지우스(1822-1888) | |
열역학 제 2법칙 : 열은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만 흐른다
1850년에 독일의 클라우지우스(Rudolf Julius Emanuel Clausius, 1822~1888)는 이 문제를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해결했다.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만 흘러가는 것을 기존의 물리법칙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할 것이 아니라 이것을 새로운 법칙으로 정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만 흘러가는 성질을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 |
운동에너지는 100% 열에너지로 바꿀 수 있지만 열에너지는 100% 운동에너지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만 흘러간다는 것과 같은 내용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이것도 열역학 제2법칙에 포함되었다. 1865년 클라우지우스는 열역학 제2법칙을 포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엔트로피라고 부르는 새로운 물리량을 제안했다. 클라우지우스가 제안한 엔트로피(S)는 열량(Q)을 온도(T)로 나눈 양(S= Q/T)이었다. 열량이란 물체가 가지고 있는 열에너지를 말한다. 따라서 열에너지를 제외한 다른 에너지의 엔트로피는 열량이 없으므로 0이다. 그리고 열에너지의 엔트로피는 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양이 되었다. 높은 온도에 있던 열이 낮은 온도로 흘러가면 열량은 변하지 않더라도 분모에 있는 온도가 작아지므로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엔트로피가 0인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는 경우에는 없던 열량이 생겨나므로 엔트로피는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열역학 제2법칙은 이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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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적인 방법으로 엔트로피를 새롭게 정의한 볼츠만(1844-1906) | |
엔트로피는 무엇이길래 항상 증가하나?
그러나 열량을 온도로 나눈 양인 엔트로피가 증가해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좀 더 깊이 이해해야 되었다. 이 일을 해낸 사람이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츠만(Ludwig Eduard Boltzmann, 1844~1906)이었다. 볼츠만은 엔트로피를 확률적인 방법으로 새롭게 정의하여 엔트로피에 대한 이해를 깊게 했고, 물리학에서 엔트로피가 차지하는 위상을 한 단계 끌어 올렸다. 볼츠만이 새롭게 제시한 엔트로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확률 이야기를 조금 해야 된다. 교실에 안경을 낀 학생 20명과 안 낀 학생이 20명 있다고 가정하자. 이 때 마음대로 자리에 앉으라고 하면 안경을 낀 학생과 안 낀 학생이 마구 잡이로 섞여 앉아 있을 가능성을 A라고 하자. 그리고 한 편에는 안경 낀 학생, 다른 한편에는 안 낀 학생만 앉아 있을 가능성을 B라고 하자. A가 B보다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섞여 앉는 경우의 수가 따로따로 앉는 경우의 수보다 많아서 그만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억지로 따로따로 앉도록 해도 시간이 가면 차츰 섞이게 된다. 볼츠만은 점점 섞이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 자연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방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흐르고,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어 가는 것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방향이다. 그렇다면 확률이 높은 상태로 변해가는 변화와,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흐르는 변화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닐까? 섞이고 섞여서 더 이상 섞일 수 없는 상태 즉 확률이 최대인 상태가 되면 더 이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열이 흘러 두 물체의 온도가 같아지면 더 이상 열이 흘러가지 않는다. 따라서 주어진 확률이 최대가 되는 상태와 모든 부분의 온도가 같아지는 것은 같은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
확률적인 방법으로 새롭게 정의된 엔트로피
1877년 볼츠만은 경우의 수(g)에 로그를 붙인 양을 엔트로피라고 새롭게 정의하면 확률이 가장 높은 상태와 온도가 같은 상태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새롭게 정의된 엔트로피와 원래의 엔트로피의 단위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볼츠만 상수(kB)를 도입했다. 새롭게 정의된 엔트로피(S = kB log g)가 탄생한 것이다. 새롭게 정의한 엔트로피는 열량을 온도로 나눈 예전의 엔트로피를 포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열과 직접 관계없는 여러 가지 자연현상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클라우지우스가 제안했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은 새로운 엔트로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새로운 엔트로피가 나타내는 뜻은, 무엇인가가 잘 섞이는 방향으로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엔트로피는 자연의 변화의 방향을 가리킨다 온도가 높은 상태는 물체를 이루는 분자나 원자들이 빠르게 운동하고 있는 상태다. 온도가 낮은 상태는 느리게 운동하고 있는 상태다. 열이 높은 온도에서 낮은 온도로 흘러가는 것은 서로 나누어져 있던 빠르게 운동하는 분자들과 느리게 운동하던 분자들이 섞이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빠르게 운동하는 원자나 분자들이 느리게 운동하는 원자나 분자와 섞이면 열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간 것처럼 보이게 된다. 운동에너지와 열에너지 사이의 변환도 마찬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운동에너지는 물체를 이루는 모든 원자들이 한 방향으로 운동하고 있을 때의 에너지이다. 그리고 열에너지는 모든 원자들이 불규칙하게 운동하고 있을 때의 에너지이다. 따라서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는 것은 원자들의 운동 방향이 섞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
|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여러가지 경우 | |
인간을 위해 자연이 치르는 대가, 엔트로피
열의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엔트로피는 이제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물리량이 되었다. 엔트로피의 등장으로 시간의 흐름에도 새로운 의미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우주의 엔트로피는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한다. 따라서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는 과거보다 현재가 더 크다. 자연은 계속 섞여서 확률이 높은 상태로 변해가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복잡한 구조물을 만들어내고, 교육을 통해 인간의 행동을 통일시키고 조직화 하려고 한다. 이것들은 모두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려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반대 방향이다. 하지만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므로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어떤 부분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면 다른 부분에서 그 보다 더 많은 양의 엔트로피를 증가시켜야만 한다. 인간은 매년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에너지를 사용할 때마다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더 많은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문명을 향유하면 할수록 우리 주위의 자연은 더 많은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