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강원도 동해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강릉과 삼척은 많이 알지만 동해시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유서 깊은 강릉과 삼척에 비하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다고 할 수 있는 도시입니다.
동해에는 해평이라는 곳이 있는데,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작은 해안입니다. 기찻길이 끊기는 절벽 아래에 자리 잡았고, 바다까지 가는데, 약 1미터 정도의 좁은 폭으로 지나다니기 때문에 관광지가 되기에는 제가 보기에도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여하튼 제가 중학교 때 해평에서 겪은 일입니다.
더운 여름 날, 해수욕장에 가기에는 시간이 없어서 친구들과 해평 바닷가로 놀러갔습니다. 신나게 물장구치고 조개 주우면서 정신없이 놀았는데, 해안 저편에 누군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젊은 부부와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는 8살 정도로 보였습니다. 보통 관광객들이 찾지 못하는 곳이라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궁금했습니다. 그저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작은 바닷가라서 어느새 저희는 그 아이와 함께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참 밝고 순수했습니다. '형아 형아' 하고 잘 따르는 게 참 귀여웠습니다. 저희는 그 아이가 몹시 맘에 들어서 행여나 아이가 다칠까봐 얕은 물에서 같이 공놀이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아이의 부모님도 그저 지긋이 웃으며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주거니 받거니 하던 공이 조금 먼 곳으로 날아갔는데, 아이는 말릴 새도 없이 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공을 잡는 순간. 그대로 아이가 바다 밑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동해는 얕은 바다가 계속되다가도 갑자기 깊어집니다. 아이가 그쪽으로 빠진 것입니다.
저희는 놀라서 달려갔지만 이미 그곳은 물 색깔부터 달랐습니다. 시간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바보같이 발만 동동 구르다가, 결국 해난 구조대가 오고 119가 왔습니다. 젊은 부부는 넋이 나가서 펑펑 울기만 했습니다. 저희는 경찰서에 갔다가 각자 부모님을 대동하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마음이 참 참담했습니다. 왠지 제가 죽인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바다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과 다시 해평에 오게 되었습니다. 친구들은 바다에서 놀았지만 저는 차마 바다에는 못 들어가고 모래사장에서 말없이 바다만 바라봤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어스름한 저녁이 되었다 싶을 즈음 저는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해변 기준으로 약 20미터 정도 되는 바다에 그때 그 아이가 바다에 있던 겁니다!
그럴 리가 없었지만, 당시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죄책감 때문인지, 아이의 시체를 못 찾았다는 이야기 때문인지, 마음 속 한가운데에는 제발 살아있기를 바랬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며칠 전과 달리 앞뒤 재지 않고 소리치며 바다로 뛰어들었습니다.
"어서 나와! 밤에 수영하면 위험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무릎까지 차오르는 바다 속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빨리 나와! 나와!"
어느새 물은 배까지 차올랐습니다. 차가운 물에 정신이 아득했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리고 천천히 저는 그 아이와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제 착각이더군요. 저는 가슴까지 들어갔는데도 그 아이는 처음 그대로의 거리를 유지하며 점점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너무 갑갑한 마음에 계속 달려들었습니다.
다음 순간. 큰 파도가 철썩, 저를 덮쳤고 그대로 물속으로 고꾸라졌습니다. 그 순간 멀어져가던 그 아이의 얼굴이 저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음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 아이를 봤습니다. 무표정한 얼굴로, 천천히 바다에 흘러가는 그 모습을요. 그리고 물 아래에는 무언가 검은 것이 마치 그 아이를 조종하듯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기절했습니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습니다. 제가 어제 저녁에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바다로 뛰어들었고, 근처 민박집 아저씨가 발견해서 구해줬다고 합니다. 저는 말없이 퇴원하고 뭐라도 홀린 듯 해평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해평에 경찰을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달려가 보니, 며칠 전에 바다에 빠진 그 아이의 시체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어른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그 아이를 바라봤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기절했습니다.
원래 익사체는 허우적대다가 깊은 물속에 가라앉을수록 차가운 수온 때문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시체는 어제 제가 본 그대로 수영하는 모습 그대로 눈을 똑바로 뜨고 있었습니다.
저는 죄책감에 헛것을 봤을까요, 아니면 시체를 봤던 걸까요. 그 것도 아니라면…….
아이가 좋은 곳으로 갔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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