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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bestofbest_41825
    작성자 : 바린
    추천 : 171
    조회수 : 19611
    IP : 122.40.***.88
    댓글 : 28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0/10/25 19:17:45
    원글작성시간 : 2010/10/22 01:17:11
    http://todayhumor.com/?bestofbest_41825 모바일
    임요환에 대해 떠올리며.

      스크롤이 깁니다.

    ===

    오랫만에 임요환의 시합을 보았다.
    사실 시합 내용 자체만을 따지면 그냥 잘한 시합이라고 볼수도 있다.
    그러나 임요환의 기합이기에. 임요환이기에. 만족도는 무척이나 높았고.
    만족스런 시합을 보았다.

    동생에게 임요환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
    말하면서. 다시금 전율이 돋았다.
    난 게임계를 자세히 알지는 못한다.
    어디서 주워들은것 투성이고. 자세히 파고들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임요환에 대해 말할게 많았다.
    그런말이 있다. 운동을 구경만 하지 말고 직접 뛰라고.
    그러나 프로의 시합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프로축구가 그렇고 프로 야구가 그렇다. 그외 많은 프로시합들은 보기만 해도 만족스럽다.
    근래에는 정신이 좀 바뀐듯 하나. 프로가 해야하는 근본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보기만 해도 즐거울 것. 보기만 해도 만족스러울 것.
    이것은 모든 프로에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아무리 질이 좋아도 자기 만족에 그치면 아마추어이고. 좀 어설프더라도 관객을 즐겁게 해주고 만족시킨다면 그것은 프로다. 직접 해야 마땅해 보이는 스포츠들도 프로가 존재함으로써 보는것만으로 만족할수 있게 된다.
    e-스포츠가 생겼을때도 그런 말들이 많았다.
    게임을 지가 직접 해야하는거지 뭘 보고 있냐.
    나도 저 주장에 많이 동감하는 편이었다. 게임 - 스타1 - 시합을 봐도 그냥 잘하는 애들이네 하고 생각하는 정도였지 보고싶다거나 응원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임요환의 시합을 보게 되었다. 흔히 임요환과 홍진호의 시합을 임진록이라고 하던데. 그게 어떤 특정한 리그의 시합인지. 그 둘의 시합을 전부 아우르는지는 모른다. 아무튼 내가 본 시합은 임요환가 홍진호의 시합이었다.
    환상적이었다. 5군데에서 동시에 전투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옵저버가 각각 다른 화면을 잡아줄때마다 유닛이 움직이면서 싸우고 있었다. 마치 옵저버의 화면 흐름을 아는 양 화면이 바뀔때마다 임요환의 마린과 홍진도의 히드라는 서로 반응하면서 싸우고 있었다. 충격이었다.

    스타1이 근래들어 조금 재미없어졌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내가 가장 크게 뽑는 것은 최적화 빌드 - 최적화된 건물짓는 순서 및 유닛뽑는 순서 - 이다. 초창기 스타1이 나왔을때는 각 유저마다 고유의 방식이 있었고 누가 다양한 방식속에서 상대를 이기느냐 하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초반 빌드가 조금씩 겹치거나 쓸모가 없어지거나 해서 점점 고를수있는 빌드의 수는 적어지고. 결국 최적화 빌드라고 하는 몇몇개의 빌드만 남게 되었다. 이제와서 스타1의 시합이란, 누가 최적화된 빌드를 잘 운영하면서 상대의 최적화된 빌드를 방해하느냐의 싸움으로 바뀌었다. 이것은 10년동안 토론된 빌드이기때문에 빌드로써는 완성에 가깝다. 더 좋은 빌드는 나올수 없고 그저 챗바퀴 돌듯이 상대 빌드의 맞는 빌드를 택할 뿐이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빌드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재미가 없다. 아는 이에게는 일꾼이 몇마리째에 무슨 건물을 지었네 이런 부분이 중요할지 몰라도. 모르는 이에게는 그 장면이 왜 중요한지 알수가 없다. 지금와서 새로 스타를 보려는 사람에게 있어 이것은 크나큰 장애이다.
    내가 임요환의 시합을 보면서 느꼈던 그 흥미를 느낄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스타1을 맛만 본 상태였고 그렇게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 당연히 빌드고 뭐고 모르는 상태였고 마침 다른게 볼게 없어서 누가 튼것을 그저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만족을 느꼈다.

    럴커라는 저그의 유닛이 있다. 테란의 기본유닛인 마린을 잡아먹는 괴수적인 위치였던 유닛이다. 럴커만 뜨면 마린들은 겁에 질려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기 일수였다.
    그런 럴커의 입지를 터무니없이 내린것 또한 임요환이다. 이전까지 도망치전 다른 테란과는 달리. 임요환은 럴커가 땅에 제대로 박기전에 죽인다는 행동거지를 보여버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린 혼자서 럴커의 가시를 피해가며 죽이는 장면도 연출했었다. 스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탄했을 그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된다.
    분명히 졌다고 할 상황인데도 일꾼까지 동원해서 끝까지 버티면서 결국 막고 마침내 역전하는 시합이 한둘이 아니다. 이전까지 일꾼은 그저 광석이나 채취하는 그야말로 일꾼이었다. 그런 일꾼을 동원해서 수비하고 마침내 역전시키는 저력은 무시무시한 감동을 주는 장면이었다.
    임요환은 다른이들과 같은 방식을 쓰지 않았다. 슬슬 스타의 형세가 물량전 중시로 옮겨갈 즈음에도 그랬다. 물량전에 약해서 지기도 많이 졌지만. 이긴 경우도 심심찮게 있었다. 그리고 이기건 지건 그 모든경기는 흥미 진진했다.
    몇번이고 말한것 같지만. 이 흥미를 유발시킨다는 부분은 프로로써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미 많은 독자를 확보한 e스포츠계는 다른 프로들이 이기는 시합을 보여주어도 독자들이 이해할수 있는 기반이 닦인 것이다.

    이 모든것을 감히. 임요환 덕분이라 말하고 싶다.

    임요환은 굉장히 전략적인 면을 중시했고. 스스로 개발한 다양한 전술들을 썼다. 그러나 최적화 빌드라는 흐름은 전략적인 모든것을 대응할수 있기에 최적화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다. 임요환의 자리가 좁아져가며 다른 많은 프로들이 나왔다.
    그리고 임요환은 군대에 갔다.
    모든 이가 그렇겠지만. 군대는 2년동안 사회적활동이 멈춤과 동시에 최화마저 한다고 여기는 곳이다. 프로게이머들 역시 마찬가지이고 군대에 간다함은 실질적으로 은퇴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기가 있었다. 임요환의 은퇴라고까지 생각되었다.
    그런데 공군에서 프로 게임단이 창단되었다.
    나는 솔직히 임요환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른다.
    일개 개인이 팀을 만들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임요환이 군대에 가고. 군대에 프로게임단이 생겼다.
    이 두가지 문장의 연결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뭔가가 있다. 그런 괴이한 매력을 임요환은 가지고 있다. 그의 실력. 업적. 감동의 선사. 모든것을 합쳐도 저런것을 설명할수는 없으나. 납득은 할수 있다.
    이쯤되면 거의 종교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만약. e스포츠의 역사에서 단 한명이 없었다면 e스포츠가 존재할수 없었겠느냐 하는 질문에 긍정으로 대답될수 있는 단 한명이 바로 임요환이라고 생각한다.

    일개 개인에게 너무 과한 찬사를 바치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무릇 한 분야의 개척자는. 그 어떤 찬사를 받아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임요환은 e스포츠의 개척자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상상도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해쳐나가며 독자를 흥분시키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때론 이기고 때론 졌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싸울지 모르겠고 어떻게 싸우든지 만족스러웠다. 최적화빌드라는 거대한 흐름앞에 사그러 들었지만 공군에서 게임단을 만들어지게 하면서까지 존재감을 과시했고 최초의 30대 프로게이머로써 활동했다.

    그런 임요환이 새롭게 나타난 스타2를 시작했다.
    예전에는 자주보던 게임채널도 최근에는 잘 보지 않는다. 다 거기서 거기인거 같고. 이영호가 나오면 언제나 이기고. 큰 감동도 없고. 대박 역전도 없다. 흥미가 생기질 않는 것이다.
    비단 임요환의 시합만이 그런것은 아니지만. 스타2의 시합들을 보면서 흥미진진함을 느꼈다. 새로운 방식들. 여러가지 다양한 전략들이 넘쳐난다. 뒤를 예상할수 없고 전략을 예측할수 없었다.
    임요환의 새로운 활약들을 기대하기에 너무나 걸맞은 토양이다.
    물론 예전같은 위치로 가지 못할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렴 어떠냐. 임요환을 이기는 프로들도 많으면 역시 좋은 것이다.
    게다가 하나 중요한 것이다.
    임요환은 10년동안 늘 노력했다는 것. 프로리그가 생길지 어떨지 모르는 환경에서 늘 그 위치를 고수했으며. 많은이가 이젠 넌 안된다고 할때도 끝까지 노력하여 다시금 이름을 빛냈고. 나이가 차 군대에 갈때도 많은이가 이젠 은퇴라고 여겼지만 군대 안에 게임단이 생기게 하였고. 많은이들이 30대가 되면 안될거라고 했지만 30대 프로게이머를 했었으며. 이건 보다 적은이가 안정적인 스타1의 위치를 지키라고 했을때에도 그 앞길을 모르는 스타2로 전향을 했다.
    이것은 세계 그 누구도 아직 이루지 못한 길이다.
    하나의 문화를 이끌어 나간다는 것.
    비록 가벼워 보이는 게임의 위치이지만. 분명히 많은 독자가 있고 나 역시 즐기는 분야이다.
    이 길을 이끄는 그의 뒷모습이 너무나 멋지다.

    2004년. 여름즈음. 군대에서 임요환과 도진광과의 시합을 보았다. 지금에도 가장 인상깊은 시합으로 기억한다. 마지막 골리앗이 섬에 내리면서 저 멀리 캐리어를 잡던 그 순간. 그때의 감동과 희열은 잊을수가 없다. 도진광은 믿기질 않아 1분여동안 모니터를 멍하니 바라보다, 내키지 않는 그 손길로 gg를 치는 그 순간. 임요환은 손을 번뜩 들어올렸다. 해설진들이 임요환이 졌다고 3,4번은 말했었지만. 그는 끝끝내 역전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임요환은 그런 희열을 선사하는 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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