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명이 덤비는데 어떻게 반항을"...성폭행 여중생 두번 울린 사법기관
지난 5월 대전에서 고교생 16명이 지적장애 여중생을 집단성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를 당한 A양(15)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된 B군(16)등에게 6월부터 약 한달동안 상가 화장실, 아파트 옥상, 노래방 화장실 등을 전전하며 수십차례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경찰은 무자비한 범죄를 저지른 가해 학생들을 전원 불구속 처리했다. A양이 “강하게 반항하지 않았다”는 것이 불구속의 이유였다.
정신지체 2급인 C(15)양은 지난 2009년 50대 중반의 D씨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 D씨는 C양이 미성년자임을 알았음에도 피해자를 강제로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 여섯 차례 성폭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C양은 D씨에게 끌려가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 요청했고, D씨의 집에 도착해서도 “싫다. 하지말라”라고 거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법원에서 D씨는 “C양이 미성년인줄 몰랐다. 피해자가 자신을 좋아했다”며 화간을 주장했다.법원은 D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를 끌고 간 방식과 간음시 위력 행사 여부 등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다. 의사에 반한 성관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었다.
지적 장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을 보호해야 사법기관의 대처는 안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간음’을 규정하고 있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조는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추행한 사람’을 강간이나 강제추행의 죄로 처벌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피해 장애여성들이 항거불능을 인정받기란 쉽지 않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ㆍ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ㆍ장애여성공감성폭력상담소는 21일 오후 국회에서 ‘장애인성폭력사건쟁점토론회’를 열고 “성폭력특례법 제6조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장애로 인한 저항의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포괄해야 한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김정혜 공감 객원변호사는 1998년~2010년까지 약 13년 동안의 장애 여성 성폭력 범죄 판례를 분석한 결과 ▷피해자가 성경험이 있거나 성에 대한 인식이 있는 경우 ▷성관계 시 폭행ㆍ협박이 부재한 경우 ▷일반 학교를 졸업하는 등 일정 학력이 인정될 경우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을 경우 ‘항거불능’이 부정되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민병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은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 그 자체로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경우 뿐 아니라 장애가 주된 원인이 되어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어려운 상태인 경우도 포함해야 한다. 특히 정신 장애의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의 신분을 비롯한 관계,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가해자의 행위 내용과 방법, 피해자의 인식과 반응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도 “장애와 장애로 인한 의사형성능력이나 실행능력이 취약한 상태를 그저 심신미약상태로 판단할 것이었으면 애시당초 특례법 제6조는 입법이 불필요한 조항이었을 것.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장애로 항거불능인 상태’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예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2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항거불능’ 요건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최 의원은 “현행 법규정과 불합리한 법적용 때문에 장애인 성폭행은 처벌을 두려워할 필요없이 마음놓고 오랜 기간 지속적으로, 여러 사람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며 “지적장애인이 인지능력이 떨어져 성폭행을 거부하지 못하더라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규정을 명확히 해야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박수진 기자/
[email protected] 언제부터인지 성폭행 뉴스 봐도 그저 '오늘도 역시' 라고 생각할만큼
빈번하게 일어나네요...
게다가 성폭행 신고율도 낮은데 이 정도면, 실제론 얼마나 많은 분들이 상처입었을지 안타깝습니다.
처벌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을텐데...늘 가해자는 웃고 피해자는 울게 만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