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에서 이성애자, 양성애자, 동성애자는 많이 봐왔지만 무성애자 인증글은 없는 것 같아서요.

일단 제 성별은 여자인데, 저는 어렸을 때 친한 옆집 아저씨로부터 심한 성추행을 당해온 후로 남자에 대한 성적인 거부감이 생겼어요.

그렇다고 남자 자체를 혐오하는 것은 아닌 성적으로 느껴지기 이전에 친구로 지내는 것 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야하나... 닿기는 조금 꺼려지더라도 이성적으로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남자인 친구들은 꽤 많은 편 이구요.

예전에는 남자에게 전혀 연애 감정도 생기지 않고 그냥 친구로만 느껴지다보니 내가 레즈비언인가...? 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고 많은 상상을 해보니 여자라는 성별도 제게 어떠한 감흥을 일으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여자와 키스하는 상상, 데이트 하는 상상, 달콤한 말을 듣는 상상, 성관계를 맺는 상상 온갖 상상을 하는데도 정말 아무 감흥이 들지 않습니다. 조금 남자답게 생긴 외모에 털털한 성격이라서 여자애들에게 고백도 몇번 받아봤지만 정말 그런 생각은 티끌만큼도 들지 않았어요 ;; 

그렇다고 성적인 흥분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무성애자라는 것을 어느정도 인식한 후에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무성애자 테스트라는 것을 해봤는데, 재미로 하는 것 이라고는 해도 결과가 저와 90% 일치하는바람에 충격을 받았거든요

다시 읽어보니까 딱 저네요

정확하지 않고 재미로 하는거라지만 그냥 의미를 두기로 했어요. 제 정체성이 확연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연애같은건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주위 시선이 딱히 달갑지 않아서 항상 외롭다느니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아요.

나는 연애 생각이 없다, 누군가에게 연인으로써의 애정을 느껴본 적도 없고 느끼고 싶지도 않다 라고 말했을 때의 주위 반응은 '그건 너가 연애를 안해봐서 그런다(모쏠입니다)', '너는 애가 그래서 차갑다는 소리를 듣는거다' 이런 류의 배려 없는 말을 많이 들어요.

적잖게 짜증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항상 얼버무리고는 있지만 저는 무성애자입니다. 사랑은 해보고 싶지만 사랑하고싶은 사람은 없는 무성애자에요.

저희 어머니는 크리스쳔이신데, 예전에 제가 레즈비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에 넌지시 흘려봤다가 꽤나 당황스러운 반응을 하시길래 이런 말은 그 후로 못하겠어요...

그냥 좀 공감을 얻고 싶어서 글 올려봅니다.

이런 분들 안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