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기에 앞서 추천과 댓글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군생활을 하면서 즐거웠던 일을 적음으로써 어수선한 이 세상속에 힘겹게 살아가시는 여러분들의 입가에 작은 미소라도 드릴수 있다는 걸 감사히 생각하며 글을 적어내고 있습니다.
오유인 모두가 힘들어 하는 이 상황속에서 이런 글을 쓰는게 상황파악을 못하는 걸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매일매일 찡그리고 있을 사람들을 잠시라도 미소짓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알량한 글재주로 글을 써 봅니다.
다시한번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마지막으로 세월호 침몰때문에 아파하고 있을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하겠습니다.
대부분의 군필자들은 알고있을것이다. 군부대에서의 온수, 특히 여름철에 온수로 샤워하기는 갓 전입온 이등병 혼자 짱박힌 말년병장 찾기보다 힘들다는 것을....
이번에는 훈련소에서 생각지도 못한 온수샤워에 놀란 훈련병들의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앞으로 며칠 후면 정들었던 훈련소와도 이별을 앞두고 있는 3주차 훈련병인 일인용은 군가의 그것처럼 보람찬 하루훈련를 끝마치고 동기들과 내무실로 돌아왔다. 생각보다 더웠던 훈련소의 5월은 그들의 전투복을 땀으로 적셨고 흙밭에서 구르던 훈련병들의 모습은 정말 가관이었다.
온몸이 땀으로 젖은 일인용 외 4생활관의 훈련병들은 샤워장이 개방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삐익....전체통제 한다. 지금부터 샤워를 실시할수 있도록. 순서는 2소대로부터, 샤워 실시."
"실시!"
내무실의 훈련병들은 너나할것 없이 세면백을 들고 샤워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일인용 훈련병도 마찬가지였다. 늦게 가면 갈수록 개인정비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모두의 머리속을 맴돌고 있었다. 방송이 끝나자 마자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샤워장 앞은 인산인해였다.
5분여를 기다렸을까, 드디어 4생활관 차례가 돌아왔다. 탈의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바지를 벗는 놈들도 있었고 센스 있는 녀석들은 아예 속옷을 입지 않고 활동복을 입고 갈아입을 속옷만 들고 온 녀석들도 있었다.
'드르르륵.'
샤워장 문을 여니 샤워장 안은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수십명의 사내들이 뒤엉켜 비누칠을 해 대고 비눗물을 씻어내고 있었다. 비눗물이 눈에 들어갔는지 비명을 지르는 사람부터 아예 한자리 잡고 앉아서 씻는 인원까지....어지간한 각오로는 샤워를 할수 없는 곳이었다.
그렇게 4생활관과 3생활관 인원이 뒤엉켜 샤워를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찬물에 대한 면역이 없다시피 했을 정도로 찬물 샤워가 쉽지 않았다. 물론 4생활관 인원들도 마찬가지.....여기저기서 찬물때문에 내는 비명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일인용 훈련병은 평소 여름철에 찬물로 샤워를 하던 덕에 찬물에 대해 어느정도 단련이 되어있었다. 남들보다는 수월하게 찬물로 샤워를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동기 준성이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이야 니는 찬물로 샤워 잘 한다? 내는 추워서 못하겠는데...."
"야 시골에서는 오히려 찬물로 씻지 않냐?"
"야이! 광주가 시골이면 저짝 정읍에서 온놈 동네는 뭐 오지당가?"
"알았어 임마. 얼른 씻기나 해."
그렇게 떠들면서 씻던 와중에 동기였던 준성이놈이 갑자기 안절부절하기 시작한다. 마치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아 잠깐...나 오줌마려운디..."
"야 씻다가 화장실 가려면 옷 입어야되는데...그냥 여따 싸라..."
"아 아무래도 그래야것어 아까 물을 너무 많이 마셨나봐."
뭐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남자라면 대중목욕탕에서 많이 해봤을 일이라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에 터졌다.
시원하게 방출(?)하던 준성이에게 옆에서 씻던 사람의 찬물이 튀었고 찬물에 면역이 없던 준성이는 화들짝 놀라며 몸을 흔들어댔다. 그렇게 몸을 흔들어대던 찰나에....옆생활관이었던 안면이 없던, 소위 군인들 말로 '아저씨' 에게 준성이가 방출하던 그것이 몸에 튀었다.
방출하던 준성이도 놀랐고 옆에서 보고있던 나도 놀랐다. '제발 눈치채기 말길....' 하지만 사람이 그정도로 둔하진 않았나보다. 옆생활관 아저씨는 샤워를 하다말고 몸을 움츠리더니 이내 우리 둘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뭐라고 사과하지? 설마 오줌튄거로 크게 뭐라고 하겠어?' 사과의 말을 준비하고 내뱉으려는 찰나에 그 아저씨는 우리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어? 지금 온수 나와요?"
그렇다....준성이의 체온으로 따뜻하게 덥혀진 '그것'은 찬물로 식혀진 몸에는 따뜻한 온수와도 같은 느낌이었던 것이다. 준성이는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대답했다.
"아 방금 잠깐 나온거 같았는데 다시 찬물 나오네요."
"아 그래요? 아 되게 따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