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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ilitary_41675
    작성자 : 일인용
    추천 : 12
    조회수 : 1317
    IP : 182.219.***.154
    댓글 : 13개
    등록시간 : 2014/04/20 01:45:09
    http://todayhumor.com/?military_41675 모바일
    예초기는 잘도 도네 돌아가네
    군대에는 비인가 보직이 많다. 글쓴이가 알고 있는 비인가보직만 해도 피복정비병, 공구관리병, 목공병, 교육계원(인가가 없는 중대급 한정)등등....
    이번에는 비인가 보직중 대부분의 부대에 있는 '예초기병' 에 관련된 이야기다. 

    사실 예초기병이란 보직이 글쓴이의 부대에 있던건 아니었다. 정확히는......

    '온 중대원의 예초기병화.' 라는 북쪽동네에서 말하는 '온 병사의 간부화.' 라는 병신같은 목표와 너무 닮은 개념이 퍼져있었다.






    춘계 진지공사가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중대원들에게는 진지보수 공사만큼이나 짜증나는 작업거리가 생겨났다.
    대한민국 예비역이라면 듣기만 해도 치를 떨 작업은 바로 '주둔지 제초작업' 이다. 이놈의 풀이란 것들은 5월쯤이 되면 하나 둘씩 자라기 시작하고 며칠만 지나도 사람 무릎까지 풀이 올라올 정도로 빠른 성장을 보여준다. 바로 잘라버려도 1주일도 안되는 기간 내에 다시 그만큼이 자라난다. 마치 햄스터새끼들의 미친 번식력을 보는듯 한......

    3중대에도 당연히 제초작업의 시즌이 돌아온 만큼 작업 전부터 작업도구 정비에 여념이 없었다. 낫, 갈퀴, 톱 등 많은 작업도구가 있었으나 제초작업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예초기 이다. 잡초의 번식력은 사람손으로는 손을 쓸수 없을만큼 빨랐고 결국엔 기계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기계의 힘을 빌려도 겨우 현상 유지만 가능했다. 미친 풀떼기들은 매일같이 잘라도 사람을 놀리듯이 무럭무럭 자라났고 어제 작업 끝낸 장소에 내일 가보면 다시 풀이 자라있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뒷목을 잡고 욕을 한사발 내뱉을 것이다.

    6월쯤 되었을때였을까 오폐수관리병이었던 모병장은 작업집합 전부터 골똘히 생각중이다. 오폐수처리장 제초작업을 해야했는데 혼자 하기에는 엄청난 양이었다. 혼자서 한다면 3일이 걸릴텐데 문제는 세 지역으로 나눠 3일간 작업을 한다면 3일째 되는날에는 첫번째 작업지역에는 생기발랄한 잡초들이 다시 자라 모병장을 비웃을게 분명했다. 결국 행정보급관과 쇼부를 쳐 작업인원 2명과 예초기 두대를 지원받기 합의 후 누굴 데려갈지 생각중이었다.

    그때 마침, 두마리의 제물이 절로 행정반으로 찾아왔다. 중대본부 고참이었던 통신병 고병장과 친하게 지낸 옆 내무실 부분대장 일인용 상병이었다.
    모병장은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중대에서 꿀리지 않는 두 고참급 병사가 예초기를 치고 싶었겠는가? 당연하다는듯이 거절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으나 모병장은 이 둘의 사용법을 진작부터 숙지하고 있었다.

    "끝나고 냉동 쏜다..."

    "인용아 뭐하니! 어서 휘발유랑 물 챙기지 않고!!!"

    "알겠습니다!"

    그렇게 오수처리장 제초작업을 위하 조직된 결사대 3인은 위풍당당 예초기를 짊어지고 오수처리장으로 향했다. 사실 냉동사준다는 말에 홀려 작업에 따라나선것 뿐이라 작업장의 진단상태를 모르는 상태로 출발했다.
    '설마 예초기 치다 죽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작업장을 향했고 그 설마가 언젠가는 자신의 목줄을 쥐고 휘두를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작업장에 도착하여 느꼈다.

    오수처리장의 풀 상태는 정말 미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판이었다. 장소 특성상 물이 많은 지역이라 풀 뿐만 아니라 예초기로 베기 어려운 갈대까지 자라있는 상태였고 그 갈대는 사람 키만큼 높게 자라있었다. 냉동이란 미끼에 낚여 따라나선 두명의 대원은 'C8 I was Jonson' 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고, 대어를 낚은 모병장만 싱글벙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저녁밥은 맛이라고는 부모님 찾아 멀리 떠난 똥국에 떡밥을 먹는거 보단 냉동이 낫지 않겠는가....저녁에 먹을 냉동을 생각하니 그나마 마음이 좀 편해진 표정이었다.

    각반, 안면보호구를 착용하고 본격적으로 제초작업이 시작되었다. 올해 4년차, 하사급 군생활을 버텨온 2행정 엔진의 배기음이 귀를 찢을듯이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부응하듯 예초기는 오수처리장의 풀을 하나 둘 작살내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풀을 베어나가길 한시간쯤...갑자기 입으로 물이 튀어들어왔다. 
    요 며칠 비 소식은 없었고 그렇다고 이슬이 내린 흔적은 없었다. 

    "으 퉤퉤 뭔 물이.....모병장! 여기 물이 왜이리 많냐??"

    입에 뭍은 물을 뱉어내며 고병장이 물었다. 그 물음에 모병장은 정말 담담하게 물웅덩이의 정체를 알려주었다.

    "그거? 그거 정화조에서 나온 똥물이다 똥물. 거 똥물이니까 안튀게 조심해라. 뭐 정화조에서 나온거라 정화는 다 됐을....."



    고병장은 알기 쉬운 사람이었다. 누군가 장난을 걸면 장난 건 사람이 정말 보람있을 정도로 칼같은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이었다. 물론 그 반응속도는 얼굴에 튄 똥물에도 고스란히 적용이 되었다. 안면보호구를 패대기 치면서 토악질을 해댔다. 살면서 똥물을, 정확히는 정화가 끝난 똥물을 언제 먹어보겠는가.....고병장은 몇번의 구역질이 끝난 후 보호장구를 벗으며 모병장에게 던지듯이 건냈다.

    "씨X! 니가 해!"

    똥물먹은 고참에게 미안했었던지 모병장은 씨익 웃으며 예초기를 둘러메었다. 그리고 다시 분노의 제초타임. 그렇게 차근차근 작업은 진행되었고 평지의 풀은 대부분 제거가 된 상태였다. 똥물 먹인게 미안했는지 모병장은 점심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건넸다. 어지간히 미안했는지 PX에서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중 최고가의 가격을 자랑면서 맛도 까리했던 '끌레도르' 콘을 사주는것이 아닌가? 아이스크림을 건네받은 고병장은 조금은 기분이 풀린듯 쉬었다가 오후에는 작업을 끝내버리겠다 선언을 했다. 정말 알기 쉬운 사람......

    그렇게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아이스크림을 받아먹어서 인지, 빨리 끝내면 냉동이 기다려서 인지 작업속도는 오전보다 빨라졌다. 평지의 풀을 전부 제거하고 이젠 비스듬한 사면의 풀만 남았다. 그러나 예초기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예초기로 비스듬한 사면의 풀을 자를땐 평지보다 난이도가 배 이상으로 뛴다는 것을. 거기다가 오전 내내 예초기를 사용한 피로가 오후가 되니 한번에 결사대원들을 엄습하고 있었다.

    무식하게 작업을 계속 하다 퍼져버리면 손해기에 중간중간 쉬면서 작업을 진행했다. 그렇게 작업하길 한시간여가 지났을까, 일인용 상병의 동기 김병장이 등에는 예초기, 양 손에는 시원한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들고 당당한 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다. 똥과 오폐수가 흐르던 오수처리장은 순식간에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변화하였고 당이 떨어지기 전에 당을 섭취한 네명의 결사대원은 빠르게 작업을 진행시켰다.

    그렇게 작업이 시작된지 얼마나 지났을까....일인용 상병이 예초기를 돌리다 말고 갑자기 춤을 추는게 아닌가? 옆에서 작업감독을 하던 모병장은 '드디어 인용이가 미쳤구나...' 라며 생각하며 교대를 해주기 위해 다가갔다. 그런데 춤추다 말고 시동도 안꺼진 예초기를 집어던지고 일인용 병장이 소리를 지르며 주둔지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야 인용아! 어디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서 예초기를 돌리던 김병장도 예초기를 집어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주둔지로 달려가고 있었다. 
    '이것들이 단체로 더위를 먹었나?'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으아아아아아아!!!! 시X!!!!"

    자신의 고참이었던 고병장도 먹던 빵을 버리고 먼저 가버린 두 사람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영문도 모른체 바라보기만 하던 모병장은 정확히 5초 후......
    결사대 4인중 3인이 자신보다 더 소중한 작업도구인 예초기를 버리고 도망간 이유를 알았다.

    바로 '벌' 이었다. 예초기를 돌리던 사람중 한명이 예초기로 벌집을 건드렸고 자기 집을 박살낸 빌어먹을 놈들을 응징하기 위해 벌떼들이 총 출동, 주변에 있던 인원들에게 무차별 벌침공격을 날렸던 것이었다. 모병장은 불과 1미터 앞에 모인 벌떼들의 거무튀튀한 모습에 기겁해 당연한듯이 먼저 간 세명의 뒤를 따라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벌들의 추격은 생각보다 끈질겼다. 아무리 달려도 그들은 떨어질줄 몰랐다. 마치 아이돌을 쫓는 사생팬들의 끈질김처럼 바짝 따라붙었고 결국 모병장도 그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렇게 4인의 결사대는 생각지도 못한 대자연의 공격에 대피를 했고 2소대의 '세스코맨'이라 불리는 박상병이 이끄는 벌집테러 전문가들에게 작업지역을 넘길수 밖에 없었다.

    결국 2소대 세스코맨들의 투입으로 벌들은 자취를 감췄고 그제서야 오수처리장 제초작업을 종료할수 있었다. 벌에게 공격을 당하면서도 제초작업을 했으나 그 흔한 포상휴가증 한장도 못받은 네명의 결사대원들을 기리며 대원들의 공격당한 횟수를 적어보고자 한다.


    모병장 : 총 17방
    고병장 : 총 8방
    일인용 : 총 12방
    김병장 : 총 19방


    아직까지도 군부대 내부에서는 예초기가 돌아가고 있을것이며 예초기병들도 작업을 하고 있을것이다. 하지만 예초기병들의 대우는 휴가증 한두장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저렇게 벌에 쏘여가면서 풀을 자르고 있을 대한민국의 모든 예초기병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 그래도 힘내라 예초기병 후배들아...
    니들은 포상휴가 받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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