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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41635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0
    조회수 : 1870
    IP : 210.57.***.240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18/03/17 21:14:56
    http://todayhumor.com/?love_41635 모바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38).
    "예?"
    "그동안 D씨 인턴임에도 지난 6개월간 있었던 3건의 큰 계약을 따는데 우리와 함께 고생하였기에, 이 장학금을 수여합니다."

    그랬다. 그때까지 남은 인턴은 D가 유일했다;;;
    다들 중간에 다른 회사로 취업이 되거나 다시 학교로 돌아가거나 유학을 가거나 하며 하나둘 떠났는데,
    생계가 이거뿐인(ㅋ) D가 마지막까지 남은 유일한 인턴이었다.

    그리고 은근히 일도 많이 했다.

    그리고 큰 계약건이 터지자, 원래는 보너스로 주려고 했는데, 급여담당이 인턴은 보너스 지급규정이 없다.고 당연한 이의를 제기했고,
    그래서 사장님 전무님 상무님이 자기들 몫으로 나온데서 n빵해서 장학금을 보너스로 주었다. 1년치를.

    그 봉투를 받아든 D의 큰 눈은 금세 눈물로 그렁그렁해졌다.
    그리고 나한테 안기려고 방향을 틀었다가, 아차.하고 내 옆에 있던 장대리한테 안겨서 엉엉 울었다.
    "바보야.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해야지, 울긴 왜 우니?"
    철의 여인 장대리도 같이 눈물을 글썽였다. 



    "저 성적장학금나와서 이렇게 다 안주셔도 되는데요..."
    "...잠깐만...네. 사장님. 김부장입니다. 네네. 그게 이러이러해서...네. 네. 네. 알겠습니다....사장님이 남은거 책값하시래."
    "저 사장님께 감사하다고..."
    "아 그리고 부끄러우니까 올라오지마래. 정 인사하고 싶음 상무님한테 대신 하래ㅋㅋㅋㅋ"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D의 인턴은 끝나고, D는 3학년이 되었고, 나는 여전히 월급도둑질을 하게 되었다.



    있을땐 몰랐는데, 빈자리가 된 D의 자리가 많이 허전하긴했다. 
    나보다 장대리가 더 허전해했다. 일안하고 뭐하나 보고있음 D랑 까똟질하고 있더라고.



    "네. 마케팅부 김XX과장입니다."
    "오빠!!!"
    "...어흠...제가 금방 다시 전화드릴께요."

    D였다. 

    항상 내 폰으로 연락하던 애가 왜 갑자기 사무실로...이거 또 핸드폰 잊어먹었나???

    "...어. 나. 왜 사무실로 전화했어?"
    "열일하는 오빠 목소리 듣고 싶어서."
    "...미안. 너도 알다시피 내가 열일하든? 오늘도 안했어. 괜찮아. 내일의 내가 할테니까."
    "아냐. 우리 오빠 열일하시는걸요."
    "어쩐 일이야?"
    "오빠 오늘 저녁에 바빠?"
    "바쁘지. 땡하자마자 집으로 내달려서 너가 해놓은 밥 먹어야 돼. 그 밥이 식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어오리다."
    "헤헤헤. 오늘 집으로 먹지말고 밖에서 먹을까?"
    "잠깐만."
    "왜?"
    "해가 서쪽에서 떳나 좀 보게."

    장난치지말구,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서 동네에서 봐. 
    학교로 데리러 가?
    아니. 그럼 길 너무 막히잖아. 오빠 대리비 아끼게 동네에서 먹자.
    어. 그래. 거 참 별일일세. 뭐 이따가 보자.
    응. 



    "여~김과장~오늘..."
    "안돼. 약속있어."
    "엉? 너가?"
    "ㅇㅇ. 바쁨. 땡하면 나갈거야."
    "너 저번에 생고기 노래를 불렀잖아. 오늘 가자."
    "다음에다음에."
    "다음은 없다?"
    "그럼 네이버."
    "너 곱게 3대만 맞아라."

    생고기 사준다는 동기놈의 유혹도 뿌리치고 진짜 땡.하자마자, 시유투마로!!!하고 퇴근했다.



    왜 수많은 인파 속에서도 내 가족은 알아본다던데, 퇴근길 그 빽빽한 버스정거장에 서 있는 D를 발견했다. 
    그것도 난 신호받고 가고있는 와중에.
    -다시 인도로 건너서 XX주유소있는 쪽으로 쭉 내려와. 아까 너 봤다.
    -^^

    남들이 이모티콘으로 "^^"이러면 웃어?이런 느낌인데, 이 아이는 전혀 그런 느낌이 안 든다. 
    조수석 자리를 대충 치우고, 사이드미러를 보니, 지나가는 남자들이 흘긋거릴 정도로 예쁜아이가 온다.
    "어떡게 나 봤어?"
    "매의 눈으로 봤지 뭐."
    "으음~지나가는 예쁜 여자보다가 얻어걸린거 아냐?"
    "그럼 너 보였겠냐??? 엌ㅋㅋㅋㅋㅋㅋ"
    옆구리에 제대로 펀치가 날아들었다.

    "너 치마 너무 짧아."
    "오빠보기 좋으라고. 그리고 그렇게 짧은거 아냐."
    "헐. 왜 사람을 자꾸 변태아저씨로 만들고 그래. 중고등학교 어디 나왔냐? 남자는 앞머리 3cm이하의 단정한 스포츠머리, 여자는 교복카라에 닿지않는머리라고 안배웠어??? 신발은 흰색 메이커없는 운동화. 바지통은 줄이면 안되고, 여자는 단정한 검은색 신발에 치마길이는 무릎선 아래."

    여기서 오랜만에 세대차이라는걸 느꼈다. 

    오빠랑 나 진짜 나이차가 나긴 나는구나...
    이 초등학교 졸업생이?? 그리고 나만 보여주라고. 남들 다 보드라.
    질투하는거예요???
    아...아냐;;;
    아하하하하. 우리 오빠 귀여워~이런걸로 질투한대요~
    아.하.하.하. 다음 신호걸렸을때 보자.



    그렇게 아파트에 차대고, 바로 나 따라와.라는 D를 따라나섰다. 
    아직은 퍽 쌀쌀한 날씨. 
    D는 어디로 가는데?라는 내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아까 그 수다쟁이아가씨 어디가셨어?라고 물을 정도로 입을 꾹 다물고 계속 걷기만 했다.

    "D. 여기가면 너 옛날에 살던데 나온다. 거기 가서 뭐 먹을데 없잖아?"
    그 비탈진 계단에서 뒤에서 누가 훔쳐볼까봐 가리면서 뒤따라가는 나의 물음에도 뒤는 단 한번 대꾸도, 단 한번 나를 돌아보지않고 얼핏 보이는 옆얼굴을 보건데 사뭇 비장한 표정으로 계속 그 동네로 향했다.



    "헉헉...그때는 니 책땜에 무거웠고, 이번엔 내 뱃살땜에 무겁네...D. 여기 왜 오자고 그런거야?"
    그제야 돌아보는 D의 눈은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만...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하는 나를 보자 어? 이게 아닌데?라며, 미안. 많이 힘들었지?라며 당황해한다.

    "아녀아녀. 죽을 정도는 아니고, 체력분배를 잘 못했어. 신병 처음 야간경계뛰는 날도 아니고...쪽팔리네요."
    쌀쌀한 저녁이었는데, 대충 잠바 앞섬을 풀고 계단에 철푸덕 주저앉으니, D는 오빠 많이 힘들어?라며 내 옆에 나란히 쪼그려 앉는다.
    "...야야. 속옷뵌다;;;;"
    "오늘 너무 그런 쪽으로만 신경써."
    "신경 안쓰게 좀 해줘."
    "오늘 무슨 날이게?"
    "...수요일?"
    "네. 맞췄습니다."
    "상 줘."

    D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다.
    재개발하네. 어쩌네하면서 사람이 많이들 빠져나가 인적이 드물어서 다행이지.
    "애가 오늘 좀 이상하네."
    "오늘 오빠가 나 데리고 간지 1년 되는 날이야."
    "어? 뭐? 벌써?"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미소를 지으며 D는 고개를 끄덕인다.

    "...부동산불러. 계약서 다시 쓰게."
    D는 나를 꼭 안는다. 
    비탈진 계단 꼭대기에서 쪼그려앉아 나를 안는 D가 아차하다가 굴러떨어질까봐 얼른 허리를 잡았다.
    "고마워."
    "제가 더 고맙습니다. 덕분에 지난 1년. 아침은 꼬박꼬박 챙겨먹고 살았습니다."
    "그 말투."
    "왜?"
    "...우리 처음 만났을때, 내가 커피 고맙다니까...오빠가 나한테 살려줘서 고마워서 사주는 거라고..."
    "어. 그건 진짜였어."
    D가 다시 나를 꼭 안는다. 
    "...너 우냐?"
    "고마워 진짜. 오빠덕분에...따듯한데서 살고,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고, 매일매일이 너무 즐거워."
    "...저기...내 경험상 이런식으로 하는 말 듣고, 나 그 다음에 채였거든?"
    그런거 아니야.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D는 투정부리는 말투로 내 어깨와 옆구리에 펀치를 날린다.

    곰이나 호랑이 사자가 장난으로 휘두른 앞발에 사람은 가죽이 벗겨지고 뼈가 나간다고;;;;;;

    한동안 그렇게 안고 있었다.
    "저기...D."
    "응?"
    "그만 울고...오빠 옷 다 젖겄어. 비도 안오는데."
    "어. 미안. 빨아줄께."
    "ㅇㅇ. 그리고 너 여기서 굴러떨어질까봐 내가 다 불안하다. 더 안고 있을거면 장소 좀 옮기자."

    그렇게 떼어놓고 바지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털고 있자니, D가 다시 와락 나를 껴안는다.
    "오늘 이 아가씨가 감정이 충만하시네요."
    "진짜 고마워. 오빠."
    "어유~1절만 해. 2절 3절 붙으면 감흥떨어져."
    "오빠가 좋아. 너무너무 좋아."
    "고맙다고마워. 이런 얼굴에 이런 똥배있는데도 좋아한다고 해주고."
    "에헤헤."
    D가 곱게 묶은 머리 한참 쓰담쓰담하는데, 꼬르륵.하고 내 배에서 로맨스는 그만하고 밥 좀 먹지?하고 신호를 보낸다. 
    "..."
    "ㅋㅋㅋㅋㅋ. 가자 오빠. 오늘은 내가 밥 사줄거야!!!"
    "어디 보너스 좀 받으셨나봐요? 갑시다. 어디 한번 털어보게."



    1년 전, 그 날 저녁 같이 먹었던 고기집은...망했더라. 그 자리에 슈퍼생겼음.
    그때 퍽 장사 잘 되는 집이어서 있겠거니.하고 온 D는 동공지진일으키는게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로 당황해했다.
    "왜 그러고 서 있어. 들어가서 라면이라도 사다가 끓여먹으면 되지ㅋㅋㅋㅋㅋ"
    "오빠...고기...사 주려고..."
    "ㅋㅋㅋㅋㅋ.난 너가 당황해하는거 보면 왜 이렇게 재밌냐ㅋㅋㅋㅋㅋ"
    또 뿌우~하고 볼이 빵빵해진다.
    예전엔 눈으로 보고 즐겼다면, 요즘엔 볼 빵빵해지면 손으로 잡고 쪼물딱거린다. 너무 말랑말랑함ㅋㅋㅋㅋㅋ
    "다른집 가자. 다른 집. 뭐 어때. 난 고기면 돼."

    시무룩해진 D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그때 그 가게랑 분위기가 비슷해보이는 고기집에 들어갔다. 
    가자마자 자리에 앉은 D 다리 위로 내 잠바 덮어주었다. 그러자 D의 시무룩해진 기분이 어찌 풀렸는지 생긋 미소를 짓는다.

    "요거 돼지고기 한마리. 이거 주세요."
    "...아뇨. 이모. 이거 소한마리로 주세요. A세트로 주세요. 그리고 소주 1병도 같이 주세요."
    "오~진짜 보너스 받으셨나봐요. 저 이런거 사양안하는 사람이예요."
    "오늘 오빠 카드 봉인해두세요."
    "부족하면 외쳐줄께.
    어둠의 힘을 지니고 있는 열쇠여. 진정한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나라. 너와의 계약에 따라 카드사가 명한다. 봉인해제!!!"

    친구들이랑 있을때 내가 이 말 던졌으면  
    왼손은 거들 뿐. 아스라다!!! 료카이 하야토.부터 
    황혼보다 어두운 자여, 내 몸에 흐르는 피의 흐름보다 붉은 자여, 시간의 흐름 속에 파붇혀버린 위대한 그대의 이름을 걸고 나 여기 어둠에 맹세한다.
    그대와 나의 길을 가로막고있는 모든 어리석은 자들에게 위대한 파멸을 가져다줄것을!!! 드래곤 슬레이브!!!!
    하면서 온갖 주옥같은 대사가 튀어나왔을텐데, 
    공부와 일반상식빼고는 노는쪽 상식은 너무나 부족한 D는 그게 뭔데???라며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다.

    덕밍아웃해도 못 알아들음. 
    우후후. 다행이라능.
    (물수건으로 식은 땀을 닦으며...)



    가위와 집게를 줘. 내가 집도할테니.
    오빠가 사줄때는 내가 사는거 태워먹기 싫다고 오빠가 구웠잖아. 오늘은 내가 사니까 내가 구울께 오빠 편하게 먹어.
    ㄴㄴㄴ. 왜 광고카피보면 내 가족 먹이는 마음으로 만든다잖아. 고기만큼은 내 입으로 들어가는거라, 내 손으로 맛있게 구우려고 해.
    나라가 망한 표정에 장난감 뺏긴 어린아이 표정까지.

    오늘이 같이 산지 1년 된 날이라니까 다시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도 다양한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새삼 감탄했다. 
    어쩜 하나하나 사랑스럽고 예쁜지. 
    상추준비. 고추 안매운걸로. 쌈장은 약간만. 차돌박이 착함한다. 하며, 또 D가 못알아들을 소리하며 D가 양손으로 받쳐든 상추쌈위에 익은 차돌박이 한점을 올려준다. 
    자. 먹자.



    "...D. 술 많이 늘었네?"
    "으응??? 오디...아냐아냐...난 요것만 마셨어. 나머지는 다 오빠가 마신거야~"
    "아냐아냐. 피고는 거짓진술을 하고있음돠."

    그 날은 D는 많이 마셨고, 나는 뭐 먹던대로 마셨다.
    결국 여기서 생고기도 먹었다. 안주가 부족하드라.



    1년 전, 내가 D를 우리 집에 데려온건 그 차갑다못해 관리안한 지하실보다 못한 그 환경에 기가 막혀서라기보단,
    그 전에 고기 먹을때 사실, 애가 낸다니까 중간에 내가 먼저 얼마정도 계산해놓았는데, 
    그 남은 금액마저 잔액부족으로 계산안되서 그렇게 당황하던 모습이 너무나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사람 하나가 이렇게 딱한거 보니, 순간 눈 돌아갔음.

    D가 예뻐서 그랬냐면...솔직히 애가 진짜 예쁜 애구나.하고 깨달은건...두세달 뒤였음.



    그리고 그 날도, 중간에 야근중인 최대리 전화왔을때 나가서 받을께.하고 얼마 정도 정산했음.
    애가 돈이 어딨어.



    "아이고~D씨. 이거 잘 잡솼습니다!!!"
    "...이상한데..."
    "뭐가?"
    "이렇게 적게 나올리가 없는데..."
    "...야. 달려."
    "어?"
    "계산 잘못 됐다고 쫓아온다."
    어? 그럼 말하고 다시 결제...

    술김이었다. D손을 잡고 그렇게 뛰었다.
    애도 술이 많이 되서 그 이상 생각못하고 내가 잡아끄는대로 같이 뛰었다.

    얼마나 멀리 달렸냐면...한살 더 먹으니 몸이 알려, 다음 모퉁이까지ㅋㅋㅋㅋ




    "하아하아...나...다시 헬쓰가야겠다...그 트레이너 놈이 날 성추행범으로 몰지만 않았어도."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씩 샀다.
    나는 이온음료, D는 또 바나나우유.
    "그게 그렇게 맛있어?"
    끄덕끄덕끄덕.
    "많이 먹고, 많이 커라. 아이고...나는 전해질나가서 보충 좀 해야겠다..."





    술먹고 이온음료먹음 사람이 진짜 훅 가는데, 다행히 나는 간이 간건지 어쩐지 모르겠는데, 천천히 간다.
    그렇게 바로는 안간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D는 나를 안고 키스를 퍼부었다. 진짜 혀들어왔음.
    어머 언니. 나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니라니까. 너...이러려고 나 술 그렇게 먹인거냐?
    내가 먹였나. 자기가 다 마셔놓고는.

    처음으로 보는 D의 달달하고도 섹시한 눈빛.
    D가 섹시하게 보이다니 진짜 내가 취하긴 했나보네...어우야...내가 너 치마도 짧다고 그랬는데, 뭐 이런 속옷이 다 있대...




    그 날 처음으로...그렇고 그러했다 한다.
    출처 내 가슴 속.
    철전열함의 꼬릿말입니다
    오빠가 처음이 아니라서 미안하다는 D한테,
    뭐 나도 처음 아니니 퉁칩시다. 그랬다가 
    퍽. 소리 나게 맞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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