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오빠.. 미치겠어.. 얘기 좀 들어봐~"
"왜? 뭔일인데?"
"오늘 꽁알이 유치원 선생님이 나한테 뭐라하는거야~~"
"뭐라고?"
"어.... 이번 여름에 해외여행 가기로 했냐고~~ 물어보네.."
"갑자기 그건 뭔 소리야? 해외여행이라니??"
"그게... 꽁알이가 행복반 선생님한테 이번 여름에 비행기 타고 놀러가기로 했다고 말했다는거야.. 그러니 선생님이 나한테 와서 해외여행 가시냐고 물어본거지~~"
"크크크, 뜬금없이 비행기는 왜 얘기 나왔데?"
"몰라.. 친구들 중에 누가 비행기 타고 놀러갔다온 애가 있었겠지. 그 얘기 듣고 부러웠나봐~"
"그래? 그럼 가야지~ 우리 아들 비행기 태워줘야지!!"
그러고서는 누워서 발을 위로 올리고.. 꽁알아 비행기 타~~ 라고 하자.. 마누라가 미친듯이 웃는다~~
뭐.. 그렇게 우여곡절끝에 결국 여름에 제주도로 가기로 했다.
와이프가 방학이 있는 직업이라 좋긴한데 그 시기는 누구라도 방학이고 극성수기라....
비행기값도, 숙박비도, 렌트비도... 뭐하나 안 비싼 것이 없었다.
비용도 비용이긴 하지만... 우리 부부야 다 큰 어른이 되어서야 겨우 비행기 냄새라도 맡았지만, 요즘 세상이 그런가 뭐...
옜다 모르겠다.. 애들 비행기 태워주자~~ 가자 가~~~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니 꽁알이(태명, 남, 6세, 무직)와 꽁순이(태명, 남, 5세, 무직)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꽁알이가 묻는다..
"엄마도 비행기 처음이야?"
"아니 엄마는 전에 타봤지~~"
"언제 타봤어?"
"아빠랑 결혼하고 신혼여행갈때 탔지~"
"그때 나도 있었어?"
"아니 넌 없이 아빠랑 엄마랑 둘이 갔어~~"
그 얘기를 듣고.. 내가 옆에서 한마디 했다..
"엉~~ 갈 때는 엄마 아빠 둘이 갔는데.. 올 때는 너도 같이 왔어~~"
또 옆에서 마누라는 미친듯이 웃는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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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애초에 자식은 많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애는 넷은 있어야지.. 못해도 셋은 되어야 살만하지 않겠어?"
늘 저런 말을 하면... 와이프는
"음.. 오빠.. 좀 생각해보고.."
"음... 셋은 무리지 않을까?"
"이제 헛소리좀 그만해.."
"야이 새끼야~ 닥쳐!"
라고 소녀에서 아내로 변해갔다...
결혼하기전에 와이프의 가족계획은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나의 뜻을 따라주는 척 했고..
다만 조건은.. 1년은 신혼을 즐기다가 아이를 가지자는 것이였다.
나 역시 그 정도는 들어줄 줄 아는 멋진 남자라고 말하며 진심으로 그 조건을 수락하였다.
하지만 월하노인의 뜻도 벗어나지 못한 마당에 삼신할매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었을까???
신혼여행 이후 바로 임신을 의심하게 되었고, 테스트기에 두줄이 나타날때 와이프는 정말로 엉엉소리내며 울었다.
"1년은 아이 안갖기로 했잖아.. 어어엉... 왜 모든게 오빠 뜻대로만 되는데~~ 어어엉~~"
아이고 참.. 내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쌍방노역에 의해 이뤄진건데 나만 탓해~~ 난 진심으로 1년은 생각안하고 있었다고~~~~~
하루를 꼬박 울다가, 또 다시 하루를 우울하게 있던 와이프가 다시 생기를 찾았다.
그래... 자연의 섭리는 순응해야지~~~
애초 와이프한테...
"야.. 우리 결혼하고 바로 애 낳으면 호랑이띠고.. 한 2년뒤에 애 낳으면 용띠 되잖아.. 우리 이렇게 만들어 볼까? 어차피 결혼할건데.. 미리 애 만들자~"
"됐어.. 헛소리하지마! 난 결혼하고도 1년은 신혼 즐길꺼야~"
"어.. 그래 그래. .알았어.. 뭐 그렇게 해... 좀 아쉽긴 한데.. 그렇게 하자... 뭐... 내가 용띠라서 그런건 아닌데.. 많이 아쉽긴 한데.. 그렇게.. 하지 뭐.. 그래.. 그렇게 해야지. .그게 맞지. .음.. 맞아.."
라고 난 쿨하게 인정했던 것인데, 뜻하지 않게 허니문 베이비가 생겨버린 것이었다.
하늘의 뜻을 따르고 그렇게 9개월여를 애지중지 보물다루듯이 꽁알이를 키워나갔다.
예정일을 한달여 앞둔 시점에... 와이프가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고 느낌이 이상하다고 말한다.
병원가자..
늘 가던 의정부 여성전문병원으로가니 출산기미가 보인다고 우선 입원하자고 말한다.
그 날 난 일때문에 경기도로 출장을 가야하는 시점이었는데... 빨리 갔다오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와이프한테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와이프가... 진심 느낌이 이상했는지..
"오빠.. 오늘 안 가면 안돼? 옆에 있어줘~~"
"어.. 그..그래..음.. 그래.. 지금 일이 중요해?. 우리 애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알았어.. 오늘 안 갈께"
그렇게 출장을 취소시키고, 옆을 지키는데 한 시간도 안되어 조산사분이 분만대기실로 옮겨갔다.
그러고는 초를 재듯이 지금 자궁이 몇 % 열렸어요.. .. 몇 % 열렸어요 하더니...
순식간에 분만실 들어갑니다.. 하며 와이프를 데리고 분만실로 가더니, 나를 따라오라고 했다.
생각외로 분만실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우리 부부에게서나 첫 애지.. 의사들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수없이 태어나는 한 아이일 뿐...
고통스러워하는 아내와 긴장하는 나와는 전혀 다른 침착한 분위기로 손발이 척척 맞게 분만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후 의사의 유도대로 와이프는 힘을 주며 고통스러워하였고, 그럴때마다 마주 잡은 내손을 꽉잡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방해하지 않게.. 그저 옆에서 손만 꼭 잡아주는 것 뿐...
출산때야 말로 남자가 해야할 일도 모르고, 할수 있는 일도 없는.... 무기력한 상태가 아닐지 모르겠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이가 태어났다. 사극에서 본 것처럼 애를 거꾸로 잡고 엉덩이를 때리고 이런 건 전혀 없었다.
능숙하게 아이의 입에서 양수를 빨아내고 피를 닦아내고서는 탯줄 양쪽을 집게로 집더니.. 나보고 가운데를 자르란다.
그렇게 탯줄을 잘랐다.
탯줄을 잘라본 남편들은 알겠지만.... 탯줄이라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곱창처럼 그렇게 창자같은 것이 아니었다. 마치 굵은 생고무 같은 느낌.
가위로 자를 때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고 억센 두꺼운 고무같은 느낌이었다.
하나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한 줄의 끈이니... 그 정도 강할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탯줄을 자른 저울대 위에 올려놓은 꽁알이를 보니 쪼글쪼글한게 사람같지도 않다.
내 아이가 태어났다는 감격보다는 우선은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빼놓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
이후에 아이를 낳을 남편들은 잘 새겨들어 들을 일이 있다.
절대로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
난 아이는 중요하지 않아. 내 아내가 제일 소중해.. 당신 괜찮아? 난 당신만 건강하면 돼... 고생했어.. 사랑해~~
...
라고.. 폭풍연기가 필요하고.. 난 그 경황없는 와중에서도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
한달여를 일찍 태어난 탓인지 몸무게는 2.6kg.
이후 밖에서 대기하다보니... 간호사가 아이를 강보에 싸서 보여준다...
아.. 이게 내 자식이구나.. 이게 내 핏줄이구나.. 이게 내가 죽어도 영원히 내 삶을 이어나갈 나의 후손이구나... 라는 감격이 그때서야 몰려왔다.
사람들이 보는것도 아랑곳않고 나는 꽁알이를 안고 냄새를 맡았다.
마치 짐승이 갓 태어난 자기 새끼의 냄새를 맡듯이 내 분신의 냄새를 맡았다..
그 냄새... 그게 무슨 냄새인지는 모르겠다. 양수 냄새인지 아직 닦이지 않은 피냄새인지.. 뭔가 모를 냄새가 났다.
이게 내 새끼의 냄새구나... 그렇게 미치ㄴ 놈처럼 아이를 킁킁대며 냄새를 맡고 있으니 간호사가 잽싸게 아이를 채간다~~ ㅎㅎㅎㅎ
...
.....
정신없었지만 후닥 지나간 출산일기... 남들처럼 몇시간 고생한 것도 없었고, 너무나 순산한 것이 매우 고마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자연분만이었던지라... 분만하고 입원실로 옮겨가고 나서 바로 농담하며 놀정도로 와이프는 기운을 되찾았다.
...
참... 아이러니 한것은...
장모님이 오시더니..
"자네가 고생많았어. 축하해~"
라고 말하신다... 히히히.. 사실 난 아무것도 한 것도 없는데.. 고생도 안했는데~~~ 이히히히~~
그리고 저녁에 큰누나, 매형, 남동생, 제수씨, 조카들이 와서 축하를 해줬다.
와이프는 몸조리를 하고, 우리끼리 나가서 저녁을 먹는데...
매형나 동생이나 고생했다고 공치사를 해준다....
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그래서 한마디 했다..
"에이... 뭐... 애가 하도 빨리 나와서.. 고생 한것도 없어요~~"
그러자 그 얘기에 발끈한 누나가 한마디 한다.
"참 세상은 이상해요... 보통 난산하면 남자들이 고생했다고 부인들 챙겨주려고 난리를 떨고, 순산하면 아무렇지 않게 넘어가는데...
오히려 순산했을 때 잘해줘야 하는거 아냐? 남자 고생 안시키고, 애도 잘 낳았으면 그게 고맙고 그게 더 잘한거지...
순산했다고 별 고생 안했다는 듯이 생각하는게 문제란 말이야~~"
물론 위와 같이 부드럽게 말 하지는 않았다.. 난 분명 동생인데.. 새끼야~~ 라는 단어를 들은 것 같다~~ ㅋㅋㅋ
...
꽁알이는 그렇게 양가 식구들과 부모의 축복속에서 태어났다.
조산이라 작기도 했고, 병치레도 어느정도 있었지만...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운다는 말처럼..
지금은 6살에 몸무게 28킬로... 유치원에서 친구들하고 있으면.. 뭔 초등학생이 끼여있나 싶을 정도로 거구를 자랑한다...
물론 나는 거구라 생각하고... 의사들은 비만이라 하지만~~ ㅋㅋㅋㅋ
못생기게 태어났어도 지금은 누구보다도 늠름한 우리 꽁알이.....
..
그리고 1년 뒤 커밍순할.... 인생 경쟁자... 꽁순이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