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요즘 아이돌시장의 주요타겟인 10대 청소년부터 20대 초중반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확실히 사운드나 멜로디전개 자체가 조금 올드한 맛은 있는 편이라서요. 세련되면서 트리키하거나, 아예 말랑말랑한 음악들 위주로 구성된 가요판을, 이런 음악으로 어디까지 얼마나 뚫고 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면서 또 한 편으로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그게 가장 솔직한 심정이네요.
2.단, 저 자신은 굉장히 굉장히 만족하면서 듣고 있습니다. 전작인 'Good Night'이 워낙에 뛰어난 곡이기도 했고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메탈사운드를 적극활용한 아이돌 음악이었기에 그것과 비교했을때는 조금 말랑말랑한 감이 없지 않지만, 다만 그것이 음악에 힘을 빼고 만들었다는 뜻은 아니고 정말 공을 들여 '확실히 보여주겠다(정확히는 -내가 늬들은 완전히 조져주겠다! 보내버리겠다!!-)'라는 의지가 분명히 느껴졌습니다.
3.저처럼, 유년기를 '대한민국 가요계의 황금기'라 불리우는 90년대를 끼고 보낸 세대라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당시에는 록, 댄스, 발라드, 테크노 등등의 여러 장르들이 참으로 고르게 사랑을 받았던 시대였습니다. 또한, 지금과는 다르게 기승전결이 뚜렷한 살아있는 멜로디에, 완전한 스토리를 가지고- 시적으로까지 보여지는-맥락과 주제가 명확한 가사를 기반으로 한 곡들이 무시로 발매되던 때이기도 하죠.
또 한가지 중요한 부분이, 일본의 애니메이션이 본격적으로 수입되며 해당작품들의 삽입곡이 그때 학생들에게 무리없이 공급되기도 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슬레이어즈나 에반게리온을 필두로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명작들이 말 그대로 '쏟아졌었'던 시기이죠. 여기서
이번 미니앨범으로 확실하게 느낀것은, 드림캐쳐라는 팀이 타겟으로 삼은 대상이 '누구'들인지 라는 것입니다. 공개되자마자 앨범을 들으면서 동시에 이런저런 반응을 찾아보았는데, 호평도 많은 반면 '일본애니메이션 주제가같다'거나 '사운드가 촌스럽다'는 의견도 종종 보였습니다. 그것은 저 또한 처음 들으면서부터 느끼며 또한 십분 동감하는 점이나, 다른 것이라면 그런 부분들이 저에게는 굉장한 장점으로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현재 20대 후반~30대 초중반을 거치는 남녀분들은, 한국적 락발라드에서 테크노 댄스까지 그 시대 정점을 찍었던 음악들을 거리낌없이 듣고 부르며, 일본에서 수입되는 감각적인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며 향유하던 세대인데, 그런 만큼 저를 포함한 우리세대에게 드림캐쳐의 이번음반, 그리고 전작들이 굉장히 반갑게 또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유년기때 들었던 음악들과 유사한 지점이 굉장히 많으니까요.
4.그리고 다르게 주목할 점은, 1번 인트로와 6번 MR을 제한다면 새롭게 선보이는 곡이 모두 넷인데, 그것들이 모두 상기하였던 (조금 촌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90년대 록사운드'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겁니다.
메탈, 하드락, 락발라드, 트랜스 등등의 느낌을 충분히 줄 만큼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곡들은 이들의 또다른 지향점이 어디인지도 생각하게 했는데요, 사실 베이비메탈 류의 극하드코어 메탈사운드를 좋아하는 저로써는 차기작 또한 'Good Night'의 연장선상에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것을 기대하기도 해서, 티져가 나왔을 때는 생각보다 밝은 멜로디에 불안하기도 했었는데요...
처음 접하고 들었던 생각은, '앞으로 보여줄 음악들은 '록'이라는 장르를 커다란 '틀'로 삼고서는, 그 안에서 록의 여러 갈래를 선보이려 하는구나' 였습니다. 향후 데스메탈이나 스피드멜로딕메탈에만 국한되어 곡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록을 기반으로 하되, 어떤 일정한 틀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엄청난 오산이었죠...
사실 록이라는 장르가 취약한 한국의 음악시장에서, 이런 시도는 나오기 힘들고 또 어쩌면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앨범이 발매되었다는 사실 만으로도 아이돌신 록신 모두 쌍수들고 반겨야 하지 않을까 싶은 작은 소망도 생기네요.
5.개인적으로는 너무나도 기다렸고, 또 막상 공개되니 반갑고 설레는 느낌을 주는 앨범이라 수다가 많이 길었습니다. 여러모로 완성도높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 이 다음다음도 계속 기다려지네요. 다음이 있을 수 있도록 이번에는 정말 좋은 성과를 냈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도 충분히 빛나고있는 친구들이기에 응원하는 마음으로 계속 지켜보렵니다.
그리고, 다미는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킬링파트를 가졌네요. 곡 안에서 제일 매력적입니다. 비쥬얼은 앞머리를 깐 유현이가 진짜 레알 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