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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서 보니까 파편 등의 부서진 조각은 말 그대로 지천으로 널려 있었는데, 대부분 진흙이 잔뜩 묻어서 지저분한 상태였고, 대부분 어디 한 군데씩 깨지거나 망가진 조각들이던 터라 파손이 없는 온전한 물건을 찾아 여기저기에서 구멍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같이 간 제 일본인 지인들의 신변노출을 막기 위해 얼굴을 가렸습니다)
땅 속을 파내도 파내도 조각들이 쌓여 있을 뿐이라 찾느라 좀 애를 먹었지요.
주변에는 하천이 흐르고 있어서 파낸 물건을 한 번 간단하게 씻어내는데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상태가 멀쩡하다 싶은 물건을 좀 모아봤습니다.
처음 찾을때는 안 나와서 고생을 했는데, 한 번 나오기 시작하니까 말 그대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하더군요.
이건 수류탄에 찍힌 관인이 남아있는 파편입니다.
이 관인을 통해 제조된 공장과 시기 등을 알 수 있다고 하더군요.
일련번호 내지는 총번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번호입니다.
아무튼, 발굴(?)현장 얘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1월달에 땅 속에서 파낸 저 물건들은 저희가 파낼 당시에 자기가 파낸만큼 가져가기로 정한 터라 저는 멀쩡한 도자기 외형이 남아있는 물건을 조금 챙긴 다음에 단면도를 보기 위해 깨끗하게 반으로 갈라진 물건을 좀 구하고 난 뒤에 파내기를 중단했지요.
그런데 이 와중에 같이 간 일본인 지인 한 명은 파다가 신들렸는지 파손이 없는 물건 수십개를 혼자서 파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 물건을 파내고 난 뒤에 2월달이 되어서 저는 일시 귀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귀국 당시, 저 물건을 일본에서 스티로폼으로 포장을 하고 가방에 넣어 공항에 직접 휴대하고 들어갔는데, 모든 사람들이 이걸 도자기로 생각한[...] 덕분에 국제선 비행기를 탈 때에도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비행기에 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걸 한국에 와서 부모님께 보여드렸는데, 처음에 일본에서 70년 전에 만들어진 도자기라고 했을 때에는 놀라시면서 이거 귀한거 아니냐[...]고 하시던 어머니께서 사실 이건 수류탄이라고 설명을 하니까 바로 쓰레기 취급을 하시는 바람에[...] 좀 웃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야기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서, 저는 전쟁박물관 측에 조금 더 설명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 그래요? 그런데 이게 사실 기폭장치나 폭약 같은 건 없고 외피만 있어요. 그런데다가 이거 외피 재질이 도자기라서 경찰에서 안 받아줄 것 같은데요[...]
- 그래요?.....어......
다시금 잠시동안 전화통 너머의 전쟁기념관 측의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 선생님, 그러면 저희가 한 번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경찰청에 한 번 문의를 해 보겠습니다,
- 예 알겠습니다. 결과가 나오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가 되자, 경찰청에서 전쟁기념관 측이 바로 인수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법규해석이 나왔다는 연락이 오더군요.
전화를 통해 그 다음날 전쟁기념관 측 과장님 한 분이 직접 나오셔서 물건을 인수하러 오시기로 약속을 잡았지요.
전쟁기념관에서 직접 제 집으로 찾아와서 물품을 인수해 가셨는데, 생각지도 않던 소정의 기념품을 명함과 함께 다 주시더군요.
(명함에 적힌 내용은 일단 가렸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전쟁기념관 측에서 제 한국 주소로 우편이 하나 왔다고 얘기를 들어서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부탁을 해서 물건을 받았습니다.
열어보니 안의 내용은 전쟁기념사업회 측에서 보내온 물건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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