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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을 찾았다. 그동안 집에 갈때마다 땡칠이와의 관계회복을 위해 무던히 노력했지만
별다른 소득이 없었기에 그날도 별 기대없이 집안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나만 보면 도망치기 바빳던 녀석이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나에게 먼저 다가온 것이었다.
그간의 도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한마리 말죽거리고양이가 되어
'이것좀 만져봐..' 하며 나의 발에 얼굴을 부비는 모습에 그만 나는 감동하고 말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드디어 땡칠이가 나의 진심을 알아주었구나 라는 생각에 혼자 뿌듯해 했지만
진실은 언제나 잔인한 것이었다. 조카가 태어나 집에 새 가족이 생기면서 아버지.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 하게 되었고 덕분에 찬밥신세가 된 땡칠이는 이제 아무에게나 얼굴을 들이대는 고양이로
전락해 버린 것이었다.
안쓰러운 마음도 잠시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너란 고양이 값싼 고양이...
고작 이렇게 무너질 거였으면서 그동안 나에게 그렇게 매몰차게 굴다니..
나의 진심이 통한게 아니라 가족들의 대용품이 되었다는 생각에 나도 똑같이 되갚아주리라 마음먹고
그길로 침대 사이로 들어가 쪼그려 앉아 그동안 내가 겪었던 좌절을 깊이 새겨주기로 했다.
그렇게 10분여를 쪼그려 앉아있었을까.. 거기서 뭐하냐는 어머니의 말과 함께
인간으로써 수치심이 느껴져 나는 그만 일어나고 말았다.
이렇게 우리의 관계는 조금 회복된듯 싶으나 무언가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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