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 왕푸징 거리에서 판매하는 벌레 꼬치에 대한 사진이나 이야기를 접하셨을 것입니다. 그간 중국 이야기를 들으면서 벌레 꼬치의 맛과 종류에 대해 매우 궁금했던 저는 이런저런 사연을 찾아 헤매었습니다만,
이곳에 다녀온 사람들은 주로 고기 꼬치나 과일 꼬치를 먹는다고 하였으며 혐오 꼬치라고 해봤자 전갈이나 해마, 불가사리 정도만 언급되었죠.
이에 저는 중국 유학을 기념하여 저와 비슷한 관심이 있는 분들을 대신해서 현재 판매중인 모든 벌레꼬치를 하나씩 체험해 보았습니다.
이제부터 상세한 사진과 함께 맛과 향, 씹힘맛 등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와서 내려놓으니 개봉 전부터 왠지 모를 포스를 풍기는 테이크아웃 꼬치들.
이때 잠시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왕푸징 혐오꼬치 군단의 위용!!!
첫번째 꼬치 : 해마꼬치
거부감: ☆
씹는감: 머리 - 우드득 빠드득
몸통 - 와드득 와드득
꼬리 - 꾸득 꾸득
맛평가: 상당히 괜찮습니다. 머리는 멸치 대가리 맛이고, 몸통과 꼬리는 유통기한 지난 말린오징어 같습니다.
표면이 까끌까끌한데 혀로 잘 느끼면 좀 징그럽지만, 전체적으로 무시하고 씹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혐오가 아니라 정상 식품입니다.
두번째 꼬치: 전갈 꼬치
거부감: ★
씹는감: 집게 - 와그작 와그작
다리 - 오도독 오도독
몸통 - 와삭 투둑 끈적끈적
꼬리 - 바사삭 바사삭
맛평가: 왕푸징의 간판 식품 답게 거의 껍질뿐이라 혐오스럽지 않습니다. 입문에 적절한 음식. 매운맛까지 발라 먹으면 상당히 우수한 안주감이 됩니다.
조금 덜 튀겨서 양념없이 한번, 푹 튀겨서 양념 발라 한번 먹어보았는데 푹 튀겨서 양념 바른 것이 훨씬 맛있습니다.
덜 튀길 경우 배 부분이 투둑 하고 터지고 안쪽의 구체형 내장들이 드러납니다. 맛은 비리고 씁니다.
아, 튀길때 꼬리 끝 잘라달라고 하세요. 중국인들도 다 그렇게 해서 먹더라고요.
이해를 돕기 위한 내장사진을 첨부합니다.
세번째 꼬치 - 불가사리 꼬치
거부감: ★☆
씹는감: 돌기 - 까드득 까드득
속살 - 말랑말랑 보들보들
맛평가: 씹으면 입속에서 촉수들이 터진다, 바로 토나오는 맛이다 등 루머가 많았던 불가사리입니다. 실상은 그런 것 전혀 없고, 매우 먹을만 합니다! 겉표면의 돌기 부분은 쥐포 가장자리의 탄 부분같은 맛이고, 새까만 속살은 고등어조림 양념에 푹 재워둔 맛입니다. 다만 고등어조림에 비해 매우 비리고 많이 먹으면 느끼합니다. 사진의 불가사리는 다리 하나가 없는데.. 숙소 돌아오면서 배고파서 하나 먹었습니다(...). 그냥 먹기는 너무 크므로 다리 하나씩 잘라내서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손으로 잡아뜯어야 돌기가 바스러지지 않습니다.
네번째 꼬치 - 귀뚜라미 꼬치 거부감: ★★★★★
씹는감: 다리 - 까슬까슬 와작 와작
머리 - 우직 우직
몸통 - 와스락 와스락 꽈지직 꽈지직
맛평가: 솔직히 말해서 두번째로 먹기 힘들었던 꼬치입니다. 크기가 상당한데,
다리는 잔털이 그대로 있어서 따갑고 몸통은 씹으면 걸쭉한 검정 액체가 나옵니다.
액체는 상당히 쓰고 비린 맛이고, 일단 향이 너무 고약합니다. 사실 이거 사는것은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아... 사진으로 다시 보니까 좀 그렇네...
다섯번째 꼬치 - 매미 유충 꼬치 거부감: ★★★☆
씹는감: 다리 - 와그작 와그작
머리 - 까드득 까드득
몸통 - 와삭 우직 끈적끈적
맛평가: 그대로 먹으면 다리 때문에 혀가 따가우므로 눕혀서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등쪽은 짭쪼름한게 맛이 괜찮은데, 다리가 까끌까끌해서 따갑고 머리가 너무 써서 맛이 없습니다. 몸통 쪽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즙이 나오는데, 뭐랄까... 달콤 쌉싸름합니다. 생각보다 즙이 많이 나오지 않으므로 너무 부담을 느끼지 말고 드셔도 괜찮습니다. 사진 찍으면 색감이 리얼하게 표현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이겠습니다.
여섯번째 꼬치 - 꿀벌 애벌레 꼬치 거부감: ★★★
씹는감: 다리 - 바삭 바삭
머리 - 우지직 우지직
몸통 - 말랑 말랑
맛평가: 죄송합니다. 좀 먹어보고 가져오는 바람에 사진찍을 때는 앞쪽 두마리가 없습니다;;
잠자리 애벌레는 모양과 맛은 거의 동일하고 색만 검정색이었으므로 싸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너무 익히면 맛이 사라지므로 조금 일찍 꺼내는 것이 좋습니다. 전체적으로 말랑말랑한데, 특히 몸통 부분이 쓰지 않습니다.
내장은 있지만 무언가가 툭 터지지 않으므로, 이런 음식을 잘 못 드시는 분이라도 기념으로 한번 먹어 볼 만 합니다.
일곱번째 꼬치 - 하늘소 꼬치 거부감: ★★★☆
씹는감: 다리 - 와드득 와드득
머리 - 빠지직 빠지직
몸통 - 꾸지직 꾸지직
맛평가: 베어 형도 맛없다고 하시더니, 진짜 별로입니다!!! 맛 자체는 별로 임팩트 없는데 무슨 꼬치가 그리 딱딱한지...
씹고 씹고 또 씹어서 겨우 한마리 먹고, 나머지는 남겨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제껏 다 깨끗이 먹다가 처음으로 남기게 되다니..
맘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먹는 내내 너무 따가워서 아직도 혓바닥이 아픕니다. 이건 제 값 못 하는 꼬치입니다. 비추.
여덟번째 꼬치 - 지네 꼬치 거부감: ★★★★
씹는감: 다리 - 아사삭 아사삭
머리 - 우드득 우드득
몸통 - 우드득 우드득
맛평가: 생각보다 크기가 작아 실망한 지네입니다. 먼저 다리만 톡톡 끊어 먹는 재미가 있고, 몸통을 자를 때는 마디를 노려야 하는데 너무 딱딱해서..
갈비처럼 씹어먹고 뼈대는 남기는 것을 추천합니다. 딱딱함이 가장 적당한 곳은 머리와 꼬리 부분.
쭙 하고 빨면 즙이 나오는데, 쓰고 역하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아홉번째 꼬치 - 물방개 꼬치 거부감: ★★★★☆
씹는감: 다리 - 우드득 우드득
머리 - 꽈드득 꽈드득
몸통 - 아사삭 아사삭 으지직 으지직
맛평가: 외모가 바퀴벌레와 매우 흡사해서 혐오감을 주는 물방개입니다. 맛은 무난한데, 역시 이런 형태의 외모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모양입니다. 튀기기 전에는 까맣다가 튀긴 후에야 반질반질한 바퀴색을 띄며, 그래도 다행인건 몸통에 수분이 없어서 그대로 씹힌다는 것입니다. 등쪽으로 먹을 경우 날개와 혀의 마찰이 매우 불쾌하므로, 그냥 정석대로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장이 쓰기 때문에 그리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꼬치입니다. 아, 다리는 괜찮습니다.
열번째 꼬치 - 왕거미 꼬치 거부감: ★★★★★
씹는감: 다리 - 바삭 바삭
머리 - 아작 아작 와지직
가슴 - 와삭 물컹물컹
배 - 물커덩 미끌미끌 찌이익
맛평가: 여러모로 가장 압박스러운 꼬치입니다!! 왕푸징 거리 내에도 취급하는 곳이 하나뿐이죠. 외모도 가장 혐오스러워, 냄새도 가장 고약해, 씹는감도 가장 역겨워, 맛도 가장 없습니다. 특히 몸 전체에 다리까지 잔털이 촘촘히 나 있어서 혀 위에 올렸을 때의 간지러움이 매우 역겨우며, 머리는 툭툭 터지고 즙도 많습니다. 그나마 먹을만 한 곳은 가슴인데, 사진3 처럼 살 부분은 전혀 튀겨지지 않아서 생 살의 맛이 느껴집니다. 생선 살 같은 느낌인데.. 썩은 내가 납니다. 특히 배 부분은 씹는 순간 내장즙이 왈칵 쏟아지는데, 저도 배 부분만큼은 도저히 먹지 못했습니다.
마지막 꼬치 - 흑전갈 꼬치 거부감: ★★★
씹는감: 다리 - 와드득 와드득
머리 - 우지직 우지직
몸통 - 바사삭 바사삭
맛평가: 멋있게 생긴 흑전갈이 마지막 리뷰가 되겠습니다. 이것은 일단 몸통 부분이 깨끗하게 튀겨졌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빛깔은 매우 곱고(...) 다리도 몸통도 고소하니 맛있는데, 문제는 집게 부분이 너무 딱딱하고 떼어내기도 쉽지 않습니다. 단, 꼬리부분만큼은 잔털이 많기 때문에 굳이 먹지 않는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간을 좀 적게해서 받았는데, 간을 강하게 해서 먹으면 오히려 작은 전갈보다 낫습니다. 그 이유는 몸통에 내장 같은것이 없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은 깔끔하게 식사 완료 인증. 하늘소와 거미 몸통, 전갈 꼬리가 남다.
후기: 솔직히 두번 먹고 싶지 않은 맛입니다. 왕푸징에 가실 분들께 추천을 드리자면, 작은 전갈이나 꿀벌 애벌레 정도가 추천할 만 하고 불가사리는 작은걸로 사 드세요. 먹고 난 뒤에도 한동안 그 입맛이 사라지지 않으니 먹을 때보다 먹은 뒤가 더 큰일이라 하겠습니다.
특이할 만한 점이라면, 제가 살 때의 길거리 사람들의 반응.
제가 아무래도 과일이나 고기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벌레만 잔뜩 사다 보니, 진짜 제 주위에 사람들이 와글와글 모였습니다. 게다가 한두개는 아무래도 사서 그냥 먹으면서 걷게 되잖아요. 그쯤 되니 아무도 제가 외국인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말 걸 때는 무조건 중국어. 귀찮게 외국인을 쫓아다니며 호객행위 하는 사람들도 아무도 붙지 않았습니다......;
아래는 제 주위에 둥글게 모여 연신 따라다니던 사람들의 행동 및 대화입니다.
중국인: 계속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어댑니다.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내 사진을 찍다니 으 잌ㅋㅋㅋ
일본인: 얏빠 스게에... 츄고쿠징(역시 대단해... 중국인)!!!
저기 저 중국인 아닌데요...... 물론 밝히진 못했지만...
서양인: (조심스럽게) 이, 이즈 잇... 세이프...?
나한테 묻지 마 ㅋㅋㅋㅋ
한국인女: 어머 저기 저 중국인 좀 봐 오빠!!!!
한국인男: 중국인들은 진짜 저런거 즐겨먹는구나...
저도 한국인이에요 으헝헝어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