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media.daum.net/politics/others/newsview?newsid=20130710203018255
"노 전 대통령 발언, NLL 사실상 포기" 남재준 국정원의 '2차 도발'
국가정보원(원장 남재준)이 10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 내용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사실상 포기하는 내용이었음을 강변하는 공식 성명을 내놓았다. 국정원이 대화록 내용을 구체적이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 6월24일 대화록을 무단 공개할 때는 "국론분열이 심화되고 국가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이 초래됨을 깊이 우려했다"고 공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른바 '셀프 개혁'을 요구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국정원의 이런 행동은 국회와 여야 정당의 대화록 공개 파장 수습 노력을 통째로 부정하는 것이다. 여야는 하루 전인 9일 소속 의원이 5명씩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한 뒤 국회 운영위에 보고하는 형식으로 내용을 공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국정원은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엔엘엘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은 남북 정상이 수차례에 걸쳐 백령도 북방을 연한 엔엘엘과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서해해상군사경계선' 사이 수역에서 쌍방 군대를 철수시키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경찰이 관리하는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대화록 내용 어디에도 일부의 주장과 같은 '엔엘엘을 기준으로 한 등거리·등면적에 해당하는 구역을 공동어로구역으로 한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등거리·등면적 얘기를 직접 하지 않았으니 곧 엔엘엘 포기'라는 식의 궤변이다. 국정원은 보도자료에 '공동어로구역 설정시 우리 군함만 덕적도 북방선까지 일방적으로 철수하게 된다'는 내용의 지도까지 붙였다.
국정원은 이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내용과 같이 현 엔엘엘과 소위 '서해해상군사경계선' 사이 쌍방 군대를 철수할 경우, 첫째, 우리 해군만 일방적으로 덕적도 북방 수역으로 철수해 엔엘엘은 물론 이 사이 수역의 영해 및 우리의 단독어장을 포기하게 되며, 둘째, 서해 5도서의 국민과 해병 장병의 생명을 방기하고, 셋째, 수역내 적 잠수함 활동에 대한 탐지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은 물론 수도권 서해 연안이 적 해상 침투 위협에 그대로 노출되는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는 육지에서 현재의 휴전선에 배치된 우리 군대를 수원-양양선 이남으로 철수시키고, 휴전선과 수원-양양선 사이를 '남북공동관리지역'으로 만든다면 '휴전선 포기'가 분명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터무니없는 비약이다.
국정원은 나아가 "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서 국가안보를 고려치 않고 생명선과도 같은 엔엘엘에 대한 논쟁이 심화되고, 그 내용이 왜곡되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등 논란이 증폭되어, 진실을 정확히 밝히는 것이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국가안보 수호 의지에서 공공기록물인 대화록을 적법 절차에 따라 공개한 것인바, 국가를 위한 충정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갑작스런 성명 발표는 지난 6월24일 대화록 무단 공개가 노 전 대통령의 엔엘엘 포기 발언 때문이었고, 절차적으로도 정당한 것이었다고 강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엔엘엘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보는 다수 여론과 대화록 공개에 대한 국내외의 압도적 비판 여론을 뒤집어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것으로 비친다. 또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업고 최근 야당이 집중 제기하고 있는 남재준 원장 해임 요구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정원이 자신들의 부당한 행동을 정당하다고 강변하면서 엔엘엘 포기를 기정사실화하고, 결과적으로는 북한과 같은 주장을 펴는 자가당착과 논리적 모순에 빠져들고 있다. 정상회담 내용을 국정원 주장대로 해석하면 남북 정상이 엔엘엘 포기에 합의한 것처럼 되고, 북한의 주장이 정당성을 갖추게 된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10월9일치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2007년 11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이 '노무현 대통령도 엔엘엘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국방장관이 그런 얘기를 하느냐'고 언급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국정원은 "과거 정부로부터 정치 개입과 도청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어 왔는바 논란의 주체가 되어 온 국정원에서 개혁과 변화를 통해 국민의 신임을 받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대단히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남재준 국정원장 취임 후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가정보기관 본연의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일부 부서의 통폐합과 조직 개편, 인사제도와 업무규정 정비, 인적 쇄신 등 강력한 자체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지난 대선 때의 댓글 의혹 등 논쟁이 지속되고 있어 국정원 내에 자체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제2의 개혁작업에 착수, 대내외 전문가들의 자문과 공청회 등을 열어 개혁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남북 대치 상황하에서 방첩활동과 대테러 활동, 산업 스파이 색출 등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는 강화하고, 정치 개입 등의 문제 소지는 없도록 할 것이며, 과거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이를 적극 바로잡아 새로운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성명에 대해 배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국정원이 오만방자함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엔엘엘 논란을 없애기 위해 지금 국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남북 정상 대화록의 열람을 진행중이다. 자신들의 불법을 뒤덮기 위해 변명으로 일관하는 국정원은 셀프개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거꾸로 잘 드러내주고 있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