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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41288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4
    조회수 : 1866
    IP : 210.57.***.240
    댓글 : 15개
    등록시간 : 2018/02/23 21:46:41
    http://todayhumor.com/?love_41288 모바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 여자 이야기(31).
    처음 그렇게 만나고 초창기에 내 보기에 D는 그저 조용조용한 애인줄 알았다.

    하지만, 일단 의식주 중에서 식과 주가 해결되고나니까 마음의 안정을 찾았는지 슬슬 숨겨져왔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실 이 애, 엄청 귀여운 녀석이었다.




    "...내보고는 술먹지 말라면서, 지는 가서 술먹는건 또 뭔데...그리고 보는 눈이 이렇게 많은 동네에서 먹고, 왜 또 데리러 오래..."

    나는 야근하고, D는 업무가 일찍 끝난 장대리에게 잡혀 술먹으러 갔다.
    우리 부서 끝판왕 장대리. 
    내가 술에 만취하고도 정신줄은 잡고 있는 스타일이라면,
    장대리는 그때까지 나랑 대작하고 취한 기색도 없이 맨정신으로 있는 여자다. 

    "갸는 신랑이 뭐라고도 안하나...알려줘야겄어. 이거시 회사후배랑 정분났다고...여기 어디랬는디...어? D. 어디냐?"
    "오빠. 나 여기 무슨무슨커피집인데요~"
    "월매나 마신겨?"
    "몰라몰라. 나 커피사주세요."
    "...알았다...커피 한잔 들고 집에 가자. 눈온다. 길막혀."
    "내가 사주고 싶은데에~오빠는 11살 차이나는 여자친구한테 커피 안 얻어마실거잖아."
    "그렇지. 이런 쪽으로는 뚝심있는 남자거든. 억울하면 한 2년 일찍 태어나시던가."
    "헤헤헤. 아. 오빠 그 커피집 앞에 주차할데 있어. 얼른와."
    "아. 저기 말하는구만. 주차하게 끊어."

    주차하기 더럽게 어려운 동네인데, 마침 한자리 비어있어서 거기에 차를 대고, 
    아우씨...드릅게 춥네...오늘은 단걸로다가 마셔ㅇ...퍽!!!!
    "아푸푸푸푸푸. 뭐여!!!!"
    "아하하하하하하!!!"
    한 손에 단단히 뭉친 눈덩이를 든 D가 저기 서서 웃고 있었다.
    이게 이 한방을 위해서 날 낚은거였다.
    술김이겠지만, 크게 웃는 D가 퍽 사랑스럽게 보인건 쫌 더 뒤고...

    "야. 다섯셀께."
    "어?"
    "도망가라. 오늘 여기 파묻어줄께."
    "하하하하하. 나 잡아봐라."

    그 해 겨울 어느 눈 많이 오던 밤. 그 술집많은 거리에서...한 광년이와 망나니가 쫓고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는걸 본 사람이 있을거다.
    내가 전에 사준 그 운동화신고 D는 정말 잘도 달렸고, 나는 하필 구두를 신고있어놔서 몇번이나 넘어질뻔하면서 뒤쫓았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고 번화한 거리 뒤편의 어느 주택가골목에 가서야 D를 잡을 수 있었고, 
    약속대로 나는 얼른 옆의 차 본네트에 쌓인 눈을 집어 D의 얼굴에 퍼부어주었다.

    "...하아하아...졸라 빠르네..."
    "아하하하하하하."
    "술냄새!!! 얼마나 마신거야!!!!"
    "아하하하하...재밌다...이렇게 달린거 디게 오랜만이야."
    "하아하아...여기 잠깐만 있어."
    나는 조 앞에 보이는 슈퍼에 가서 휴대용티슈를 사와서 내주었다.
    "얼굴 닦자. 이게 눈이 녹은거야 코나오는거야. 니가 애냐?"
    '맨날 애취급하면서 이럴땐 또 애냐 그러냐?"
    "냐? 고양이여? 어디서 말을 놔?"
    "아하하하. 재밌다."
    D는 티슈로 얼굴에 눈을 닦으며 빙글 돌아 내게 등을 보이더니 그대로 내게 뒤로 기대었다.
    "어이쿠야. 야. 다쳐."
    "오빠가 나 안다치게 잡아줄거라 믿고 이러는거야."
    "뒤로 넘어져서 코가 깨져봐야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거 깨닫지. 사람이 공부를 하고 그러는건 꼭 몸으로 경험하지 않아도 미리 알고 안 다칠려고 하는거여. 넌 공부도 잘하잖아."
    "세상에 믿을 사람이 왜 하나도 없냐? 오빠 있잖아."
    재잘재잘. D의 그 작은 입에서 입김이 뿌우뿌우 나올 정도로 열심히 재잘댄다.
    나는 그런 D를 안아일으킨다.
    "백허그...오빠."
    "어. 왜?"
    "이럴때 모르는척 가슴 만져도 되는데."
    "너 뒤통수에 혹 하나 만들어줄까?"
    "시러. 그때 오빠 꿀밤 엄청 아팠단말야."
    "그럼 그만 까불어."
    에헤헤~푸욱~하고 또 그 특유의 소리를 내며 뱅글돌아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안긴다.
    "이 언니 오늘 진짜 많이 자셨네."
    "오빠 온기 너무 좋아~"
    "오늘 너 좀 따듯한거보니까 진짜 많이 마시긴했나보다."
    D머리를 쓰담쓰담해준다. 내가 아까 눈을 제대로 뿌려줬는지 머리까지 축축하다.
    "갑시다. 아가씨. 감기걸리겠어."
    "감기걸리면 좋아. 아~하면 오빠가 죽도 먹여주고 물도 먹여주고 그러거든."
    "...그리고 넌 약값보고 좌절하지."
    뿌우!!!하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또 복어모드로군. 
    손을 뻗어 D의 양볼을 쪼물딱 거린다. 나 삐쳤다. 하지마라!!!면서도 내 손길을 뿌리치지는 않는다.

    "맛있는거 먹었어?"
    "육회...언니가 먹고 싶대서."
    "몸도 찬 애가 왜 그렇게 찬거 먹었어. 딴거 먹자하지. 니가 먹자하면 고래심줄도 끊어먹을 애인데."
    "얻어먹는데 어떡게 그래."
    "...그래서 많이 먹었고?"
    "...응...헤에에...오빠 나 뚱뚱해지면 어떡하지?"
    "...볼살의 탄력은 더 엄청나지겠군. 환영한다."
    "피이...거짓말."

    그러고 D는 내 가슴팍에서 얼굴을 빼내고 나를 보더니 눈을 감는다.
    "뽀뽀 한번 하고 집에 가자. 너 감기걸려."
    끄덕끄덕.

    우리는 그렇게 회사근처 골목길 어느 슈퍼 근처 눈내리는 가로등에서 뽀뽀를 했다.

    다행히 회사사람들에게 안 들켰다. 




    그 번화한 길 뒤편 골목은 눈쌓이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그렇게 한껏 귀여운 짓은 다해놓고, 단 둘이 차에 타자, 아까 그건 누구여? 할 정도로, D는 또 얌전한 숙녀모드로 돌아왔다.

    ...거봐라. 내가 너 감기걸린댔지? 잠오고 막 그러지? 못산다. 내가. 너 가자마자 집안일 하나도 손대지말고 바로 씻고 옷 단단히 껴입고 보일러 장판 온풍기 다 틀고 자.

    그 말에 D는 나를 보고 생긋 웃는다. 사람 심장 두근거리게.

    또 왜?
    나 감기걸릴까봐 걱정하는 사람은 오빠뿐이야.
    ...어흠어흠. 난 그냥 약값나온거보고 좌절하는 너 안보고 싶을뿐이야.
    ...저번에 약값 안줬지 참.
    또또또 기승전돈소리. 주면 좀 군말않고 받고 그래라. 너 식대 약값은 달마다 주는 방세에 다 포함되어있으니까 걱정하지마.
    ...고마워...
    뭘 또 새삼시럽게. 
    출처 내 가슴 속.
    철전열함의 꼬릿말입니다
    D도 본성은 상당히 개구쟁이에 상큼발랄한 아이인데...그 놈의 삶의 무게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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