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공부를 잘했어요. 초등학교 다니던 그때부터요.
좋은성적을 받아가면 부모님께서 좋아하셨고 저도 그게 좋았어요. 할아버지께선 '넌 반드시 판검사가 될거야!'라시며 허허 웃으셨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좋은성적을 받아가면 부모님이 기뻐하신다'가 '부모님이 기뻐하시려면 좋은성적을 받아야해'에서, '난 반드시 좋은성적을 받아야해 그래야만 좋은 직장에 갈수있고 부모님이 기뻐할거야' 로 바뀌었죠
저는 가짜어른이 되버렸고 마치 모든것을 아는것처럼 행동했어요. 전 꼭 좋은 대학교에 갈테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제 할일은 알아서 다 하겠노라고 으스댔죠. 고작 중1짜리가 말이에요. 부모님은 항상 절 믿으셨고 여전히 부모님의 믿음은 한결같았어요.
사실 정말정말 부담스러웠어요.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지 못할까 걱정스러웠어요. 그 믿음이 공포스러웠어요. 무서웠어요. 스트레스로 머리가 터져버릴것만 같았어요.
그럼에도 정말 좋은점수로 중학교를 졸업했어요. 인문계고등학교에 4등으로 입학했죠.
여기까지였어요. 쌓여온 스트레스가 쾅하고 터져버렸어요. 시선공포증 비슷한 증상이 생겼어요. 인터넷에 검색 해보니 횡시라나요? 기숙사 생활이 지옥같았어요. 하루에도 수십번 뛰어내릴까? 생각했어요. 견디고 견디다 못해 이대로면 진짜 자살하겠다싶어 부모님께 울며 고백했죠.
신경정신과를 찾았어요. 그런건 없대요. 신경쓰지 말래요. 인터넷에서 뭘 찾았든 횡시라는 병은 없대요. 스스로가 핑계거리를 찾으려고 그랬다나봐요. 의사선생님 눈은 날카로웠어요. 제 깊은곳을 훑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병신같았어요. 그리고 맞아요. 전 병신이었죠. 의사가 아무것도 아니라잖아요? 이제는 혹시라도 제가 공부하기싫어 연기한다고 부모님이 의심하실까봐 우는 낯으로 웃으며 이제 괜찮다고 걱정마시라고 그랬죠.
일주일, 이주일, 한달이 지나고 그동안 부모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괜찮으냐 물으셨죠. 이겨내보려고 무진 애썼어요. 잘 안되더라구요. 부모님껜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걱정마시라. 알아서하겠다 했지요. 전 착한 아들이자 성실한 학생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아무것도 안했어요. 아무 생각도 안했어요. 고3 수능이 다가와도 정말 아무것도 안했어요. 계속해서 죽을만큼 힘들었지만 점점 괜찮아지는거 같았어요. 여전히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 양이 줄어들었거든요. 정말 핑계도 거창하지요? 병신같지요? 그런데 어쩔수가 없었어요. 전 겨우 그정도였거든요.
결국 수시로 지방국립대 지원해서 수능은 간신히 커트라인 맞출 정도로 치루고 일학년에 입학했어요.
이제는 극복해보자!며 정말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잘 안되더라구요.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어요. 갈피를 잡을수가 없어요. 여전히 정신적으로 고달프고 이젠 뭔갈 해보기에 앞서 두려워요. 무서워요. 잘못해낼까봐 겁이나요. 그래서 다시 생각을 멈춰요. 조금 괜찮아 지거든요. 아무것도 안해요. 그러고보니 정말 더는 아무것도 모르겠고 모든게 귀찮아요.
내년 일월엔 군에 입대할텐데.. 부모님은 누나 뒤이어서 공무원준비하자고 하시는데.... 모르겠어요. 전 왜 사는거죠? 대체 저는 뭐죠?
뭘 어떻게 해야해요? 전 병신같이 왜 이런글을 쓰고있죠? 그런데 자꾸 눈물이 나요. 더는 착한아들이기 싫어요.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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