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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스터디 동생이랑 둘이 술을 먹음.
2.어떤여자가 내가 화장실 간 사이 동생에게 접근하여 사이비종교 권유하고 튐.
3.동생이 날 사이비종교납치범으로 몰아 경찰서에 감.
(스압)
8월부터 같은 직업군 사람들과 매주 화요일 천호역에서 스터디를 했어요.
언니-저-동생 이렇게 3명인데, 동생이랑 특히 성격이 잘맞고 술도 둘다 좋아해서
둘이서만 따로 술도 몇번 마셨어요.
13일 화요일, 단톡에서 스터디 장소를 정하고 제가 가볍게
"둘 다 시간 괜찮음? 술 ㄱ?" 했더니, 언니는 김장때문에 안되지만 동생은 흔쾌히 수락해서
스터디를 마치고 오후8시부터 싼술이라는 호프집에 가서 둘이서 술을 마셨어요.
둘이서 맥주1000cc, 청하5병, 매화수2병을 마셨지만 도수가 그리 높지않고
워낙 술을 잘마셔서 만취는 아니었어요.
그래도 10시쯤 저도 취기가 올라서 화장실을 왔다갔다했어요.
화장실을 갔다왔는데 갑자기 동생이
"xx년아, 걔 부르지 말라고. x년아. 진짜 뒤지기 싫으면 걔 부르지말라고."
하면서 저한테 욕을 합디다.
욕하는 모습을 보고 '아, 취했구나.'싶었습니다. [걔]는 또 대체 누군지.
애가 술에 취해서 나를 두사람으로 착각하는구나 싶어서 "그거 나야, 나."하면서
달래면서 술집을 나서는데 계속 욕을 합니다.
11시쯤이었던 것 같은데, 여자애가 평소와 다른모습으로
심한 욕을 하며 달려들기에 만취상태구나, 혼자 집에 못가겠다 싶어서
동생에게 남자친구에게 전화하라고 시켰습니다.
"지금 ㅇㅇ가 술에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데리러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했더니
남친분이 "그냥 냅둬요." 합니다.
여자애는 계속 욕하고, 울고, 자기 옷과 가방을 내팽겨치고,
자기 몸도 잘 못가누는 상탠데 냅두라는 차가운 반응에 언니로서 화가나서
"그럼 ㅇㅇ저희집에서 재울게요. 제가 ㅇㅇ폰 잠금패턴을 모르니까 제 번호 적어두세요."
하고 제 번호를 알려 줬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야겠다 싶어서 애를 이끌고 천호역으로 내려갔는데
제 머리끄댕이를 잡고 따귀를 때리면서 욕을 하며 (술에 취한 애라 생각하고 참으면서 다 받아줌 ㅠ)
자기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 거냐길래 우리집에 가는거랬더니,
갑자기 지하철 역무원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갑니다.
저 여자가 날 납치 하려고 한다며... 울부짓고 매달리며 오열해요.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신고로 경찰 두분이 역으로 오셨고,
제 신분증을 보여주고 대충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갑자기 동생이 제정신으로 돌아와서
"언니 미안해. 내가 실수했어." 하면서 사과했습니다.
술이 깼구나 싶어 경찰분들이 잡아주신 택시를 타고 저희집쪽으로 갔습니다.
그때 동생이 자기 패딩과 가방을 다 내팽겨치고 있어서 제가 들고 있었는데 동생 핸드폰이 안보였습니다.
천호역에서 떨궜나 싶었는데 동생이 태연하게 "내일 찾으러 가지 뭐~" 하길래 저도 피곤해서 그냥 냅뒀습니다.
그런데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제동네를 둘러보더니
"여기 어디야? 날 어디로 데려 온거야!" 하면서 또 달려갑니다.
길 건너편에서 오던 아주머니 두 분께 매달려서 자기를 살려달라고 합니다.
제가 [납치]를 하려 한다구요.
그래서 핸드폰도 저 몰래 숨겼던 거래요.
아주머니 한분은 동생 이야기를 들어주고, 저는 다른 한분께 상황을 설명드리는데 동생이랑은 말이 안통하죠.
(이때 동영상을 찍어뒀습니다.)
결국 아주머니께서 경찰을 다시 부르고, 경찰차를 타고 저희동네 파출소로 갔습니다.
평생 처음 타보는 경찰차에 놀래서 우니 경찰아저씨는 저를 윽박지르고 화를 냅니다.
울면서 방해하지 말라구요.
저 그냥 혼자 울고 경찰차도 시키는대로 바로 탔거든요? 방해도 안했어요. 물어보는거 다 대답했구요.
그냥 놀래서 운다고, 죄송하다니까 말대답하지말고 방해하지 말랍니다.
대체 내가 뭘 ㅠㅠㅠ???????
무슨 사이냐, 언제부터 알았냐, 술은 얼마를 마셨냐 이런 질문?취조?에 다 응답하고
동생과 격리되어서 앉아있었습니다.
"같이 스터디하는 언닌데, 술마시다가 갑자기 사이비 종교 이야기를 하더니, 절 납치할려고했어요!!!"
하면서 소리치는데, 전 종교 믿지도 않고 우리대화에서 종교이야기는 전혀 없었고, 납치는 진짜 개뿔.
경찰아저씨들은 자꾸 제 말을 자르고 혼내고, 옆에서는 절 납치범으로 모는데
갑자기 과호흡이 왔습니다.
숨이 갑자기 너무 빨라지고, 호흡 컨트롤이 안되서 결국 경찰에서 응급차를 불러줬어요.
그렇게 대원분의 도움으로 호흡을 가다듬었는데 동생이 툭 튀어나오더니
"언니 미안해. 내가 착각했어. 미안해. " 하면서 집으로 가버립니다.
저는 먼저 집에 갔던 다른 스터디원 언니에게 파출소까지 와달라고 연락하여
그 언니와 같이 편의점에서 음료수 하나씩 먹고 집으로 왔어요.
그때 동생남친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는데, 동생과는 연락이 됐으며 저에게는 괜찮냐고 묻더군요.
집에 오니 동생에게서 "미안해, 큰 실수를 저질렀어. 그런데 그때 그 친구는 어떻게 됐어?" 라고 카톡이 왔는데
술이 바로 깼을 것 같지가 않아 그냥 무시하고 잤습니다.
오늘 아침 통화를하니, 자기가 착각을 했답니다.
술집에서 자기가 화장실을 갔다 왔는데, 우리자리에 저는 없고 어떤 여자가 앉아있더랍니다.
단발머리에 패딩을 입고 조금 어리고 예쁘장한 여자가요.
하는 말이, "저는 저 언니랑 같은 종교를 믿는 사람이에요." 하면서 자기한테 철학이야기를 하더래요.
그러고 그 여자가 술집을 나갔는데, 마침 제가 자리로 돌아와서 아무렇지 않은척 이야기를 하더랍니다.
그래서 "아, 이 언니가 날 사이비 종교로 끌어들이려고 오늘 술먹자고 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고,
남친에게도 전화해서 "이 언니 사이비야." 라고 말해놨으며, 그래서 남친분이 저에게 차갑게 대했다고 합니다.
저희집에 재우려던게 납치하는거고, 절 따라가면 아까 술집에서의 그 여자가 있을 것 같았대요.
어쨌든, 그 여자 때문에 저보고 계속 "걔 못오게해"라고 했고, 전 마냥 애가 술에 취한 건 줄로만 안거죠.
진짜 그런 여자가 왔었는지, 귀신이었는지... (전 못봄)
저는 이제 지쳐서, 어차피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다 싶어 이제 연락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만약 여전히 날 사이비납치범으로 생각한다면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를 해라,
내 통화내역, 카톡내역 등 다 조회하게 해 주겠다 했죠.
전 집에서 오버워치랑 일만 하는 집순이거든요.
올해 대인관계에서 별 희안한 일들이 많았는데 연말에 큰 거 하나 터져서 참 재밌었습니다.
경찰차도 타보고 취조도 받고 과호흡으로 앰뷸런스까지 부르고...
재밌네요.
여러분은 이런 이상한 일에 휘말리지 말고 연말 무사히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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