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치고사를 망한 이후로 
어둡고 깊은 1100대 심해에서 파닥거리는 심해어임.

오늘도 평화롭게 랭겜을 뛰는데 3픽형이 그브를 픽하고 상대편이 베인을 픽했음.
난 5픽이었고 그브형이 5픽님은 소라카나 해서 삼거리 와딩이나 하고 자기 뒤에서 힐, 마나 셔틀이나 하라고 쿨하게 말함.

나는 빈정이 상해서 그브한테 "난 갠적으로 잔나가 하고 싶은데" 라며 투덜거렸음.
하지만 심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평화와 팀웍이 우선이기에 시키는대로 소라카함.

상대 조합이 1렙 인베가 강력한 베인, 알리, 말파, 모르가나, 케넨이었기에 나는 블루 카운터를 오는지 망을 보다가 잠깐 딴 데 보고 있던 사이에 상대 베인에게 퍼블을 내줌.

나랑 같이 듀오를 돌리던 아무무 친구는 심해인 특유의 멘붕으로 패기있게 Q로 진입했다가 다시 베인에게 킬 선물. 베인은 2킬에 선 도란에 신발로 라인에 당당히 입성함.

아 또 졌구나 하는 생각에 입 닥치고 묵묵히 그브 뒤에서 힐이나 주고 마나나 주는데 이 그브의 무빙이 장난이 아닌거임. 상대가 아무리 그브한테 맞딜하면 ㅈㅈ치는 베인이라지만 2킬이나 먹고 왔는데 베인, 알리 조합을 상대로 패기있게 앞에 나가서 현란한 무빙으로 Q짤과, E무빙으로 상대를 신나게 탈탈 터는거임.

정신 못차리고 와딩하고 힐 주고 마나 채워주고 하는데 10분이 지나갈때쯤 상대 베인 cs 25개, 우리 그브 70개에 육박하고 있었음.

이것도 견제할 거 다하고 상대 베인이 접근하면 평타 Q, 알리가 Q쓰러 오면 E로 뒤로 빠져서 평타와 함께 근접 Q 선물 하면서 챙긴 cs 수...

무빙이 남다르단걸 알았지만 장난이 아니었음. 진짜 프로게이머를 보는 듯했음. 나는 같은 편이 너무 잘해서 멘붕해보긴 처음임. 

대박이었던건 상대 모르가나와 정글러 말파이트가 와서 순식간에 4:2가 된 상황에서도 딱 견적을 내서 딜 계산해서 이미 견제로 너덜너덜해져있던 베인하고 알리를 Q를 뙇, R을 뙇 선물하고 조져버리고 상대 갱 커버를 온 우리 아리와 함께 상대를 모두 관광시켜버림. 

어찌 어찌 현란한 무빙을 겜 끝날때까지 선보이던 그브의 최종 스코어 10/0/14, cs232개. 겜이 끝나고 상대 말파가 어떻게 2킬 처먹고도 그브한테 발릴 수 있냐고 베인을 비난하는 상황을 잠시 지켜보더니 말 한마디 없이 유유히 사라짐.

베인은 나보고 소라카형 자기 입장 좀 설명해달라고 징징거림. 근데 상대편이었던 나는 오히려 베인을 감싸게 됨. 베인이 못한게 아니라 그브가 너무 잘했음. 말파 빼고 모두가 인정한 바였음.

알고보니 그브가 밝힌 자기의 본캐 레이팅은 2100... 심해에 있는 사람 아이디를 버스 태워주는 거였음.
롤을 700판 정도 했지만 우리 편이 너무 잘해서 멘붕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듯.

그브가 말하길 자기 기준으로 1800 이하는 모두 심해라고 했는데
인정하는 바임. 진심 천상계와 심해의 수준이 이렇게 차이날 줄은 꿈에도 몰랐음...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입 닥치고 소라카 하기를 백번 천번 만번 잘했다고 생각함
근데 이거 어떻게 끝내지 쓰고 보니 졸라 재미없네
암튼 천상계인이 버스 태워주는거 보고 멘붕했음요...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