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이 만평으로 말하고자 하는 게 뭔가 --- 15일자 <조선일보> 만평을 보고

▲ <조선일보>, 5월 15일자 신경무의 <조선만평>

만화의 생명은 웃음이라고 하지만 만화 자체가 웃기면 안된다. 웃기는 만화는 웃음거리로 그치는 게 아니라 사실을 왜곡하는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15일자 '신경무 만평'은 그야말로 만평의 질을 급락시키는 웃기는 만화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지만 파면은 안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를 보고 있는 선거법 위반자들이 좋아하고 있다. 왜 좋아할까.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하고도 직무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들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이렇게 세상 물정 모르는 국회의원들이 있을까. 이렇게 유치한 수준의 만평이 있을 수 있을까. 그러나 마냥 유치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 만평이 비판하고 있는 것은 이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아니다. 결국 희화화하고 있는 것은 '위반은 했는데, 파면은 안된다'고 판시한 헌재의 행동을 웃기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림으로만 보면 사실 왜곡을 그대로 전달할 우려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법을 위반했지만 파면이 안 됐는데, 왜 국회의원들은 소환되고 파면되는가. 그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만평에서 국회의원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한 유사한 점이 없다는 데 있다. 이것은 유치함을 넘어서 곡해다.

무엇보다 이 만평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위반은 했으나 파면은 안 된다'는 말이다. 많은 탄핵 사유 중에 하나만을 거론한 것이기 때문이다. '위반은 했는데 파면만은 안 된다'는 것은 자칫 '잘못은 했는데 파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헌재가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한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많은 탄핵 사유 중에 선거와 관련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의 경우 '공무원선거 중립의 의무' 위반 여부와 불법 선거 운동 부분이었다.

먼저 1)2002년. 2. 18일 경인지역 6개 언론사와의 기자회견, 2)2004. 4. 24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기자회견의 발언이 선거법 9조의 '공무원의 중립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가 탄핵안 심리에 있었다.

헌재는 이 부분에 대해 대통령은 공정한 선거의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직위에 있는 만큼 특정 정당에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은 선거중립의 의무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즉 공무원 선거 중립의 의무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특정정당을 지지한 행위가 공무원의 선거운동금지를 규정한 선거법 60조 위반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니다 라고 했다. 문제가 된 발언을 한 당시에는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며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형식으로 수동적이고 비계획인 발언이므로 특정 후보자나 특정 가능한 후보자들을 당선 또는 낙선시킬 뜻으로 능동적·계획적으로 선거 운동을 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점을 본다면 자신의 당선을 위해서 혹은 불법 자금 동원이나 불법 선거 운동을 한 행위와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이 위반한 것은 공무원 중립의 의무 위반이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거에서 불법 수단을 통해서 당선이 된 사람들과 같이 만평에서 다루는 것 자체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김헌식(codess)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