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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다방은 끔찍한 수렁이에요" | ||
[조선일보 2004-05-17 18:26] | ||
피해 10代들 정부청사서 폭로 죽도록 일했지만 빚만 눈덩이… 경찰 회식 불려나가 술 따르고 옷벗기도
17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1층 청소년보호위원회 회의실에서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진한 화장을 한 채 보온병과 찻잔을 보자기에 싸들고 티켓 영업에 내몰렸던 6명의 피해 청소년들은 성매매의 수렁으로 빠져들게 한 선불금 문제 등 암담한 현실을 털어놓았다. “부모님이 이혼한 뒤 집을 나왔어요. 채팅 사이트에서 다방 광고를 보고 무작정 찾아갔죠. 잠 재워주고 필요한 돈도 미리 당겨 준댔거든요. 근데 지각하면 3만원, 결근하면 하루에 30만원을 뜯어갔어요. 차 배달하고 못 받은 돈까지 물어내다 보니 어느새 1000만원이나 됐어요.”(A양·18) “단속이 나오면 가게는 언니들이 지켜요. 미성년자들은 단속이 끝날 때까지 차 안에서 기다리죠. 단속 전에 경찰이 업주에게 문자메시지를 날린다는 말도 들었어요.”(B양·17) 이 자리에서는 지난해 말 경찰 지구대의 회식에 불려나가 술을 따르고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피해 사례(C양·17)도 공개됐다. 빚을 일부 갚고 티켓다방을 떠났지만 “성인이 된 이후에도 선불금을 갚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협박한 업주, “결혼할 남자와 가족에게 성매매 사실을 알리겠다”며 끈질기게 돈을 요구한 업주의 사례도 나왔다. 피해 청소년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조사를 받고, 업주와 직접 대질하는 등 경찰 조사 과정에서 당한 마음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울먹였다. “부모님과 함께 경찰서에 갔어요. 형사 아저씨가 그러더군요. 왜 별것 아닌 일 가지고 신고해서 피곤하게 만드냐고.”(D양·18) “너 선수 아냐? 무슨 다방을 이렇게 많이 돌아다녔어? 제발 그런 말 좀 하지 마세요. 우린 피해자이지 죄인이 아니에요.”(E양·19) F양(18)의 사례는 이들에게 작은 희망을 줬다. 중학교를 중퇴한 뒤 경기도 일대 티켓 다방을 전전하던 그는 쉼터의 도움으로 중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지금은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통역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성매매 피해 청소년을 위한 상담 카페 ‘민짜들의 세상’(club.damoim.net/SOS1388)의 운영자로도 활동 중이다. 청소년보호종합지원센터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구조한 성매매 피해 청소년은 모두 65명. 이들 중 54명(83%)이 티켓 다방에서 구조됐다. 지원센터의 김영란 소장은 “지난해 11월 이후 청소년들이 차를 배달하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센터에 구조되는 청소년들 숫자는 이전과 비슷하다”며 “아직 많은 청소년들이 티켓 다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위는 특히 경찰에 대해 ▲청소년에게 상처를 주는 비난·협박조의 말을 삼갈 것 ▲출두조사를 줄이고 수사는 비공개로 최대한 빨리 할 것 ▲업주와 대질시 청소년을 칸막이 등으로 격리해 조사할 것 ▲업주가 보관하는 차용증과 청소년 신분증을 압수할 것 등을 당부했다. 24시간 청소년 위기상담전화는 1388.
( 채성진기자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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