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게된지는 2주정도지만 항상 먼저 연락하셔서 밥먹자하고 영화보자하고 이전에 같이 술한잔 기울였을때는 제가 술김에 먼저 키스까지하고.. 사귀자 말하는 거 빼고 다한사인데요 ㅋㅋ
저한테 호감있는건 알겠는데 뭐랄까요.. 다른 말은 다 하면서 사귀자는 말은 안하는거보니 이거 뭔가 싶고 일반화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이쯤되면 남자쪽에서 먼저 사귀자고 할 때 아닌가 싶은거죠.
사실 저는 표현이 없는편이기도해요. 먼저 확신을 주는 말을 하지않으면 좋아하는 마음도 티를 잘안내요. 여자라서 그런건 아니고 지금까지의 연애나 썸 과정이 그래왔고 대신에 서로 마음을 확인하면 그때부턴 낯간지러운 말도 잘하죠. 소위 썸 단계에서는 밀당을 하는 편이지만 사귀고 나서부턴 연락이나 표현 뭐든 먼저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이번분은 좀 이상해요. 정말 사귀자는 말 빼고 다해요. 어제도 밥먹고 이야기나누다가 술한잔 하자길래 출근때문에 부담스럽다했더니 카페라도 가쟤요. 커피 시켜놓고 이야기하는데 자긴 옛날부터 저같은 스타일이 이상형이었다면서 오글거리는 말 잔뜩 해놓고 ㅋㅋㅋ 저랑 만나볼래요 라는 말은 죽어도 안하는거에요.
그때 문득 이런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사람 왠지 여자친구가 있을 것 같다. 첫만남이 소개로 만난게 아니기도 하니까 처음부터 지금 까지 만났던 과정 생각하면 갑자기 뭔가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 들때가 있잖아요. 별건아닌데 나랑 만나서 이야기하는 도중에도 뭔가 쫒기듯 문자하는 모습이라던가 평일에 수시로 선톡 와서 밥먹자 하면서도 주말에는 드문드문한 거라던가..
무튼 이야기 죽 듣다가 제가 커피 한모금 마시면서 눈마주치고 덤덤하게 딱 한마디 했어요. 여자친구 있죠? 말을 내뱉자마자 아 그러고보니 2주동안 여자친구 있냐는 질문은 내가 한 번도 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자분은 네? 하면서 눈치를 보더니 왜요? 라고 물었어요. 아니에요가 아니라 왜요라니.. 솔직히 여자의 촉 이런말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 때는 ‘촉’이라는 말 말고는 표현이 안되는 어떤 기분이 들었어요. 눈만봐도 아 맞구나 했거든요.
여자친구 있으신 분이 저한테 이러면 안되죠. 하고 확정지어 말하니까 아 사실은..하면서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더라고요. 만난지 2년된 여자가 있는데 직장 발령이 멀리나서 주말에 한 번 씩 보는 사이다, 그러다보니 권태기가 왔고 예전에 많이 의지했던 기억때문에 차마 헤어지자 말은 못하고 있는 와중에 자기 이상형을 보게되었다.. 주저리주저리
4년을 만났었던 전 남자친구가 바로 내앞에 있는 남자와 똑같은 이유로 다른 여자와 바람나서 헤어진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가만히 듣고 있다가 더 들을 필요 없을 것 같다고 하고 나왔어요.
택시타고 집 들어가는데 뭔가 기분이 참 별로더라고요. 나도 나지만 그 장거리 여친도 참 불쌍하다.. 기껏 오랜만에 설렌 사람이 저런 사람이라니 나도 불쌍하다.. 하고 실컷 자조하다가 집와서 누웠습니다.